초판본 페스트 (양장) - 194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알베르 카뮈 지음, 변광배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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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 다른 상황에서라면 우리 시민들은 어쩌면 더 외향적이고 더 적극적인 생활을 통해 탈출구를 발견했을수도 있다. 하지만 페스트로 인해 그들은 일거에 무위도식을 하게 되었고, 음산하고 활기없는 시내를 맴돌거나 매일매일의 맥 빠지는 추억 놀이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목적없이 산책을 하면서 그들은 늘 같은 길을 지나가곤 했고, 또 대부분의 경우 아주 좁은 시내에서는 그 길이 바로 과거에 부재자들과 함께 다니던 길이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페스트가 우리 시민들에게 맨 먼저 가져다 준 것은 귀양살이였다."

(96쪽)


이 문장에 다다르자, 우리의 도시 몇 군데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귀양살이, 2020년의 희망찬 해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는 잃어버린 것이 많아졌다. 늘상 이어져 오던 사람들과의 일상이 아주 오래 전 있었던 과거의 흐릿한 이미지처럼, 하지 말아야 하고 조심해야 하고 피해야 할 일로  남아있게 되었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어색하다 못해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 상황 속에서 책 속 구절처럼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워낙 고전인지라 어릴 적에도 한 번쯤 읽었다는 생각도 든다. 기억 속 어딘가에 그 내용은 쥐가 옮기기 시작한 질병, 전염병의 처참한 상황과 그 대처, 남아있는 자들의 생각과 행동들이 얽혀 있다. 1947년 초판 이미지로 다시 잡게 된 이 책은 현실 속 코로나 바이러스 19 상황과 겹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상황들의 묘사가 두드려져 읽혀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의 페스트라니, 전염병 앞에서의 사람들의 대처는 이렇듯 시대도 시간도 구분할 것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같아지고야 만다.


오랑이라는 도시의 인물들과 의사 르외,  이 사건을 서술해 놓은 수첩의 주인공 등 그들이 보여주는, 전염병을 대하는 그들의 인식과 자세, 대처, 태도는 놀랄만치 침착하고 의연하기까지 하다. 물론 인간으로서의 놀라움과 공포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사건의 중심 속에 서 있는 이들의 행동과 사고는 프랑스 스타일로 결코 낮지 않은 격조까지 들여다 보이게 한다. 이런 데에서 카뮈의 묘사력이 한층 더 빛나지 않았나 느껴지기도 한다.


아닐거야, 아닐거야, 조심스럽게 마음 한 구석에서의 외침도 소용없이 점점 늘어만 가는 사망자 수의 통계, 급기야 도시는 폐쇄되고 그 속에서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의 삶, 전염병과의 싸움, 이런 것들이 평화로운 마음 상태로 읽을 수 있을 때의 독자들의 입장과는 다소 다르게 닿아오리라 짐작한다. 너무나 닮아있는 묘사에 마음이 무거워지기까지 하는 역할도, 제 3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내용 전개도 모두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반성과 통찰까지 이끌어내게 할 만 하다.


르외와 함께 페스트 라는 공포와 불행에 맞서 싸우던 그랑, 랑베르, 그리고 타루,이들을 통해 보여준 사람들의 의로운 행동과 어린아이가 죽어가던 모습을 찬찬히, 끝까지 지켜보고만 사람들의 아픔, 그리고 페스트 막바지에 이르러 닿아온 사람들의 죽음 등, 처음부터 끝까지 카뮈의 표현력은 숨도 쉬지 못하고 읽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이 문장에서,


"실제로 도시에서 올라오는 환희에 찬 함성들을 들으면서 리외는 이런 환희가 늘 위협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쁨에 찬 이 군중은 모르고 있지만 그는 책에서 읽을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페스트 간균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고 수십 년간 가구나 옷 속에서 잠들어 있을 수 있어서 방, 지하실, 짐 가방, 손수건, 폐지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가 사람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쥐들을 깨워 그것들을 어느 행복한 도시에서 죽으라고 보낼 날이 분명 오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410쪽)



쾅쾅 울려대는 경고문마냥 읽혀진다. 이 또한 지금 심각한 상황 속에서 이 책을 읽은 까닭일 것이다.

194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까지 한몫 거들며 독자들의 마음을 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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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전쟁 - 많은 일을 하고도 여유로운 사람들의 비밀
로라 밴더캠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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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혹시나 했었다. 내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하여 지금보다는 더 여유있고 넉넉하게 시간을 잘 꾸려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것과는 좀 다른 내용으로 전개를 하고 있다. 시간 전쟁이라는 제목에서 보여주는 치열함 이랄까, 그런 부분은 예상하지 않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저자의 생활 이야기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으니까. 생활 이야기 그 자체는, 물론 치열하게 투쟁하듯 24시간을 꽉꽉 채워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저자도 하루하루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숨가쁜 생활의 연속이었긴 했었지만, 그냥 별다른 것 없고 바쁘기만 한 것이 생활 아니던가 싶다. 그래서 저자도 그렇게 무의미한 듯한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이런 실험도 해 보고 좀 더 나은 방법 없나 궁리해 가다 보니 시간을 더 여유있게 쓰는 방법까지 도달하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자, 그 방법 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이 책을 읽고 나니 독자들 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한 번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면, 이 책 이전에 나도,  저자가 실험했던, 내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갔나, 시간 추적과 같은 비슷한 일을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동질감과 공감을 하면서 읽어갔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며 다시 막내 아이가 생겨나 일이 더 많아진, 흔하게 볼 수 있는 수퍼 맘 격이다.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기에도 빠듯한 시대에 육아와 일을 겸한다는 것, 생각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뿐이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 이다. 시간 도둑을 없애려고 참, 무던히도 애를 써 보지만 그게 쉽지도 않을 뿐더러 하고 싶은 일 조차 할 시간을 낼 틈이 없다. 마음은 바쁘고 하루는 짧고, 그래서 이 책 제목처럼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의 전개는 읽기 편하게 되어 있다. 시간을 바라보는 자세, 어디에서 시간이 새고 있는지, 도입부는 평범하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파고드는 생각은 참 깊기만 하다. 시간을 찾아 나서는 와중에 정신적인 안정감부터 챙기기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 역시, 잘 살기, 행복 추구가 그 목표로 드러난다. 시간을 잘 찾아 내어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그러면서 좀 더 늘어난 시간 속에서 행복을 누리자는 취지이다. 


그 첫번째가 바로 마음 챙김에서 출발한다. 이것이 바로 선택으로, 끝내는 자유에 이르게 한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하루 일상들은 여늬 육아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커피 한 잔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일상이 결코 행복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만, 숨어있는 시간을 찾아내고 잘 사용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즐길 수도 있고 그러므로 행복하자는 그것, 참 옳은 말씀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시간 찾기 방법은, 각 30분 간격으로 무엇을 했는지를 계속 기록하는 것이다. 아침에 기상하면서 부터 30분 간격 기록은 결국 내 시간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낯선 방법은 아니다. 이미 해 본 적도 있고. 시간을 무척이나 귀하게 생각하던 옛날 러시아 사람이었던가, 메모장에 계속 적으며 살아왔던 사람이 있었더라는 희미한 기억도 있다. 그런데 실시 해 보았을 때 정말 효과가 있었다. 매우 길게 느껴졌던 힘겨움이 기록장에서 나타난 시간으로는 그리 길지 않았다는 것, 체감하는 것과는 좀 다른 모습의 시간이 시각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을 알 수가 있게 한다. 단, 저자처럼 일 년에 책을 더 읽고 강연을 더 할 수 있을만큼 시간을 보람차게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더 체계적으로 한 번 실시해 볼 작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하여 생겨난, 아낀 시간을 어디에 더 활용할 것인지 이 또한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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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양승권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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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아낼 수 없는 자들과 살아야 할 때,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 때문에 움직일 수 없을 때, 위로도 격려도 비난도 아닌 진실을 직시하라." 

책 표지에 쓰여있는 이 말을 보면서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굳이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구나, 생각했다. 그 수많은 자기개발서와, 위로와 따뜻한 말 한 마디 찾아 다니면서, 그동안 남들을 바라보는 구걸하는 듯한 눈빛을 가진 강아지처럼, 나의 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돌아온 답변과 반응으로 인해 상처받고, 또 다른 기대로 말미암아 더 큰 상처를 받으면서 지내왔던 과거 속 시간이 있었다.  천진난만 하기만 하였을지도 모르는 이 마음을 다독이고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책은 바로 니체였다는 것과, 니체를 파고 들면 바로 장자와도 연결이 되며, 앞으로 다시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를 그 수많은 철학자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그 기대감이 뿜뿜 넘실대는 문장이었다.


어렸을 때에는 그저 니체라는 이름으로, 장자 라는 이름으로, 읽어야 했었던 의무감과 왜 고전인가, 그 답을 찾아 내기 위해서 이해하지 못할 그 수많은 글귀들에서 의문 부호만 잔뜩 만들어 냈었다면, 일상사 괴로움과 글자 그대로의 상황들에 부닥치고 깎이면서 아, 이런 것이 삶이고 인생이고 사람이기에 부닥치는 괴로움이구나, 느끼면서, 시대를 앞서 살았던 그들, 니체와 장자가 왜 그리 말을 했었던가, 이제는 좀 알만한 나이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이런 느낌을 진작 깨달았다면 그 많은 불면의 밤도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런 느낌을 받았으니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헤메이는 독자들에게 꼭 니체와 장자, 아니, 따로따로 한 분씩의 책을 읽어 보라 추천한다. 삶과 죽음, 처음과 끝, 시작과 마무리, 돌고 도는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면서 삶의 깊이와 이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 준다. 서두에서도 표현했다시피, 참을 수 없는 자와의 일상이 가져다 주는 불행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그것 하나 조차도 사소함으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나 자신은,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을 조금이라도 수정하고 기분과 느낌도 새롭게 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즉, 일상사 괴로움을 하나의 커다란 <디딤돌>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생각을 보다 유연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상대하는 것의 대부분은 세상 자체가 아니라 세상과 관련된 우리의 생각, 우리의 기대, 우리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다." (126쪽)


수많은 글귀 중에 왜 하필, 별로 인상적일 것 같지도 않은 글에 눈길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작고 사소하게 느껴질 지라도 지금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눈 앞에 놓여있는 타자와의 관계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니체와 장자는 니힐리즘이라는, 허무주의에 바탕을 깔고 있다 했다. 내가 겪고 있는 이 작은 문제가 그들이 주장해 온 허무주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책을 읽어 가다 보면 독자들 저마다의 문제들이 이들의 허무주의와 맞닿는 그 순간이 분명 있게 된다. 사실 허무주의 하나만 놓고 본다면 어지간히도 어렵다. 아무 것도 없음, 그 자체가 사람 살이에 무슨 응용과 대입이 이뤄질 것인가. 그러나 그들의 사상에는 분명 우주 속의 인간, 자연을 따르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있고 그럼으로써 생겨나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타인으로 향해가는 원동력이요 출발이라는 것도 느껴질 것이다.


이런 것들이 참 어려운 주제였었다.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니체와 장자의 속깊은 논리가 조금쯤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저자가 어렵지 않게 풀어가고 있는 덕분이다.


새로운 눈과 감각을 심어 준 것 같아 이 책이 무척 좋다. 이제서야 니체와 장자의 맛을, 느낌을 알게 되어 더욱 좋다. 앞으로도 더 발견할 그 무엇을 기대하게도 한다. 저자가 표현했듯, 놀이하는 어린아이 처럼 그들을 벗겨가면 인생이 좀 더 가벼워지고 심각함에서 벗어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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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 니체와 고흐 - 전통과 도덕적 가치를 허문 망치 든 철학자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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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호사로운 책이다. 고흐의 그림을 이 보다 더 많이 감상할 기회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각 페이지마다 한 점 씩 차지하고 있다.

살아생전 빛 한 번 볼 수 없었던 불행한 화가는 그 만의 삶을 그림 하나로 꽉 채웠다. 제 3자가 그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세속적인 성공과 행복의 잣대를 들이대며 그는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긴 하지만 각 페이지마다 실려있는 많은 작품을 대하고 보니 그는 무척이나 진하고 알찬 행복을 느끼며 인생을 살다 갔구나, 싶은 마음도 들게 한다. 타인의 눈에는 불행으로 보였을지라도 고흐 본인은 그것이 그가 누릴 수 있었던 인생 최대의 행복 아니었을까 싶은,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작품 각각은 삶의 아름다움과 일상이 녹아있다. 그런데 여기에다가, 개인적으로 대단히 좋아하는 니체의 생각들이 왼쪽 면을 차지하고 있으니 책 좀 좋아라, 하는 독자에게는 이 책이 마치 선물처럼 느껴지게 할 것이다. 펼 때 마다 니체의 글과 고흐의 작품을 한 자리에 둘 수 있으니 저절로 기쁨이 솟아 오르게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행복 엔돌핀을 자아내게 한다.


니체의 저서, <이 사람을 보라>,<비극의 탄생>,<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등에서 발췌한 글들이 아주 풍성하다. 각각의 저서 하나 씩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때와는 좀 더 다른, 종합 선물 상자와 같은 맛도 한 자리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아름다움/삶/신은 죽었다/지혜/인간/존재/세상/사색/예술가

이런 주제로 니체의 글과 고흐의 작품이 어우러지는 멋진 콜라보, 정말 즐길 만 하다.


"침묵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 가장 잔인한 위선이다. 자신의 불평을 삼켜 버림으로써 상대방의 가치를 훼손한다."  (32쪽)


침묵은 금이었다 항상, 습관적으로, 침묵하면 늘 먼저 떠올랐던 표현이었다. 그런데 니체의 이 글을 대하는 순간 이제는 침묵의 이미지는 또 하나 추가되었다.


고흐가 그림 속에 살다 불행한 죽음으로 삶을 마감했듯 니체 또한 살아 생전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던 듯 하다. 늘 삐딱한 사고와 인생에 던지는 질문들이 그를 여늬 평범했던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게 했다. 그런 면에서 동시대적 두 인간, 고흐와 니체는 나란히 발걸음을 함께 한다.


"인간에게 용기는 가장 훌륭한 살인자다. 공격하는 용기 그것은 죽음까지도 살해한다. <그게 삶이던가, 그럼 좋다, 다시 한 번!!>, 이라고 외치기 때문이다. "    (42쪽)



"만약 하루의 2/3 정도를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없는 인간이라면 그가 정치가이든 상인이든 혹은 관리나 학자이든 그저 노예일 뿐이다."   (122쪽)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구절이다. 오늘날 기준으로 결코 장수하지 못했던 두 거장이 만나서 이렇게 시대를 뛰어 넘어, 시대를 앞지르는 명언과 그림을 작품으로 남겼다. 그들 작품을 읽고 감상하는 우리는 행운아들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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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에서 왔니 - 탄생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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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이야기 -탄생' 은 2009 년 중앙일보에 연재를 시작으로 하여 TV 강연까지 거쳤고, 이렇게 책으로 나오기 까지 10년이 걸렸다 한다. (저자와의 대화-394쪽 참조) 그래서일까, 그 긴 세월만큼이나 또, 한국인 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룬 것 만큼이나 나에게는 이 책이 마치 대서사시와 같다는 느낌부터 주었다.

한국인의 탄생을, 한 생명이  어머니 배 속에 생겨날 적부터, 그 아기가 태어나 걸음마 하고 세 살이 되어 가기 까지의 그 과정을 거치는 이야기로 이야기 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축소판 처럼 단 걸음에 달려가는듯한 느낌으로  거대함을 축소시켜 놓은 것이었다. 한국인의 바탕과 근본, 사상 같은 것들이 어떻게 일상 속에 자리잡고 내려오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밝혀 놓은 것들은 읽는 독자에게 유익하고도 흥미로운 정보였기도, 지식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또한 저자가 독자에게 원했던, "아하, 그랬었구나", 라는 느낌을 충분히 받고도 남게 했다.


저자 이어령님의 한국인 연구라 할 만한 이 책은 한국인이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디에 서 있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의 방향도 생각해 보게 한다. 그 과정을 바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의 힘을 들어 열 두 고개를 넘어가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한국인 이라면 꼬부랑 할머니의 꼬부랑 고개 넘어가는 열 두 고개쯤은 모를 사람이 없다. 한마음으로 손뼉쳤던,  월드컵 경기 때의 대~한 민국, 짜작짝 짝짝, 그 리듬감도 모두 다 아는 일이다. 한국인 이기 때문에 말 하지 않아도 서로 공감하고 넘나드는 감정들이 윗대 조상때 부터 면면히 내려왔다는 이야기이고, 그것들은 모두 이야기 라는 형식으로 전해져 왔다는 그것이 새삼 스럽다. 한 사람의 이야기 였다면 전기문이 되겠고 한 민족, 한 국가라면 역사가 될 이야기 이겠지만 태명을 짓고, 아기를 업어서 기르고, 한 마을에서, 한 가정에서 살아오고, 태어나고 죽은 그 일상들의 모음은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전해 내려온 이야기 였다는 것이다. 그것들을 하나 씩 저자의 글을 빌어 읽어가는 것은 나도 한국인 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도 하게 했다.


세종대왕은 소 띠, 이순신 장군은 뱀 띠, 광개토왕은 돼지 띠, 정조대왕은 원숭이 띠 (111쪽)


와, 그랬구나, 이 분들이 이런 띠 였었구나, 그럼 나와는?,  당연히 공통점 찾기에 들어간다. 어느 새 유명한 역사 속 인물들과 나와는 하나의 끈이 생겨난다.


이 책에서 나온, 아기가 엄마젖을 빨다가 한 3초간 멈췄다가 다시 빠는 그 행동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왜 가만히 있다 다시 젖을 빠는지 그 당시 많이 의아 하고 궁금했었는데 이제 답이 나왔다. 오호라, 가볍게 흔들어 달라는 신호란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기가 참 영리하기도 하다.


몽고반점 이야기에서, "어머니의 배속에서 살았던 거주 증명이고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인증샷이다." (132쪽) 무릎을 치게 만드는 표현 능력이다. 저절로 밑줄도 긋게 한다.


그러면서 눈물이 핑 돌게 하고 울컥 하게 한 문장이 있었으니 바로 어부바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을 때 였다. 왜구의 선봉장으로 조선을 침입했던, 후에 귀화한 김충선의 전설같은 이야기.

"왜군의 칼에 피해 쫓겨가는 와중에도 조선인들이 등에 하나 씩 뭔가를 업고 뛰는, 쌀, 보리 자루가 아니라 늙으신 어머니, 아버지 였다." (231쪽) 야만의 나라가 문화의 나라를 침략했다는.


아기를 업어서 기르던 포대기, 그 포대기 속에서 자라난 한국인들이 성장하여 후일에는 늙으신 부모님을 업는다는 그 부분이 가슴 찡하기도 하다. 그런데, 신세대 한국인 주부, 엄마들은 서양의 양육법을 따라 하기도 하여 아기가 태어나자 온몸을 미라처럼 꽁꽁 싸 맨다는 스와들링을 요즘 따라 하기도 한다니 난 이 부분에 있어서는 반대하고 싶다. 한 때는 분리형 육아 법을 좀 더 나은 것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스와들링을 따라 할 만큼 이렇게까지 갓났을 때 부터 분리시켜 놓는 것에는 동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편, 잠든 아기를 등에 업고 일기예보 방송을 한 외국인의 모습은 동양의 문화를 따라했던 것이다. 우리가 내다버린 문화를 서양이 따라 하고, 그들이 버린 습관을 우리가 줏어서 따라 한다는 말, 생각해 볼 부분 아닐까.


한 고개 한 고개, 열 두 고개까지 이르렀을 때 한국인의 탄생 과정이라는 이야기가 결코 꼬부랑 한 고개만이 아닌 사통팔달 연결될 수 있는, 마침표 없는 길이며 이야기일 것임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저자 이어령님의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호미대신 마우스로 캐낸 산삼" 같은 이야기가 어디 마침표를 찍을 만한 이야기 일까. 그 다음의 이야기도 분명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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