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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양승권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2월
평점 :
"참아낼 수 없는 자들과 살아야 할 때,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 때문에 움직일 수 없을 때, 위로도 격려도 비난도 아닌 진실을 직시하라."
책 표지에 쓰여있는 이 말을 보면서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굳이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구나, 생각했다. 그 수많은 자기개발서와, 위로와 따뜻한 말 한 마디 찾아 다니면서, 그동안 남들을 바라보는 구걸하는 듯한 눈빛을 가진 강아지처럼, 나의 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돌아온 답변과 반응으로 인해 상처받고, 또 다른 기대로 말미암아 더 큰 상처를 받으면서 지내왔던 과거 속 시간이 있었다. 천진난만 하기만 하였을지도 모르는 이 마음을 다독이고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책은 바로 니체였다는 것과, 니체를 파고 들면 바로 장자와도 연결이 되며, 앞으로 다시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를 그 수많은 철학자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그 기대감이 뿜뿜 넘실대는 문장이었다.
어렸을 때에는 그저 니체라는 이름으로, 장자 라는 이름으로, 읽어야 했었던 의무감과 왜 고전인가, 그 답을 찾아 내기 위해서 이해하지 못할 그 수많은 글귀들에서 의문 부호만 잔뜩 만들어 냈었다면, 일상사 괴로움과 글자 그대로의 상황들에 부닥치고 깎이면서 아, 이런 것이 삶이고 인생이고 사람이기에 부닥치는 괴로움이구나, 느끼면서, 시대를 앞서 살았던 그들, 니체와 장자가 왜 그리 말을 했었던가, 이제는 좀 알만한 나이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이런 느낌을 진작 깨달았다면 그 많은 불면의 밤도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런 느낌을 받았으니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헤메이는 독자들에게 꼭 니체와 장자, 아니, 따로따로 한 분씩의 책을 읽어 보라 추천한다. 삶과 죽음, 처음과 끝, 시작과 마무리, 돌고 도는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면서 삶의 깊이와 이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 준다. 서두에서도 표현했다시피, 참을 수 없는 자와의 일상이 가져다 주는 불행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그것 하나 조차도 사소함으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나 자신은,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을 조금이라도 수정하고 기분과 느낌도 새롭게 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즉, 일상사 괴로움을 하나의 커다란 <디딤돌>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생각을 보다 유연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상대하는 것의 대부분은 세상 자체가 아니라 세상과 관련된 우리의 생각, 우리의 기대, 우리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다." (126쪽)
수많은 글귀 중에 왜 하필, 별로 인상적일 것 같지도 않은 글에 눈길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작고 사소하게 느껴질 지라도 지금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눈 앞에 놓여있는 타자와의 관계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니체와 장자는 니힐리즘이라는, 허무주의에 바탕을 깔고 있다 했다. 내가 겪고 있는 이 작은 문제가 그들이 주장해 온 허무주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책을 읽어 가다 보면 독자들 저마다의 문제들이 이들의 허무주의와 맞닿는 그 순간이 분명 있게 된다. 사실 허무주의 하나만 놓고 본다면 어지간히도 어렵다. 아무 것도 없음, 그 자체가 사람 살이에 무슨 응용과 대입이 이뤄질 것인가. 그러나 그들의 사상에는 분명 우주 속의 인간, 자연을 따르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있고 그럼으로써 생겨나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타인으로 향해가는 원동력이요 출발이라는 것도 느껴질 것이다.
이런 것들이 참 어려운 주제였었다.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니체와 장자의 속깊은 논리가 조금쯤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저자가 어렵지 않게 풀어가고 있는 덕분이다.
새로운 눈과 감각을 심어 준 것 같아 이 책이 무척 좋다. 이제서야 니체와 장자의 맛을, 느낌을 알게 되어 더욱 좋다. 앞으로도 더 발견할 그 무엇을 기대하게도 한다. 저자가 표현했듯, 놀이하는 어린아이 처럼 그들을 벗겨가면 인생이 좀 더 가벼워지고 심각함에서 벗어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