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에서 왔니 - 탄생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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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이야기 -탄생' 은 2009 년 중앙일보에 연재를 시작으로 하여 TV 강연까지 거쳤고, 이렇게 책으로 나오기 까지 10년이 걸렸다 한다. (저자와의 대화-394쪽 참조) 그래서일까, 그 긴 세월만큼이나 또, 한국인 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룬 것 만큼이나 나에게는 이 책이 마치 대서사시와 같다는 느낌부터 주었다.

한국인의 탄생을, 한 생명이  어머니 배 속에 생겨날 적부터, 그 아기가 태어나 걸음마 하고 세 살이 되어 가기 까지의 그 과정을 거치는 이야기로 이야기 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축소판 처럼 단 걸음에 달려가는듯한 느낌으로  거대함을 축소시켜 놓은 것이었다. 한국인의 바탕과 근본, 사상 같은 것들이 어떻게 일상 속에 자리잡고 내려오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밝혀 놓은 것들은 읽는 독자에게 유익하고도 흥미로운 정보였기도, 지식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또한 저자가 독자에게 원했던, "아하, 그랬었구나", 라는 느낌을 충분히 받고도 남게 했다.


저자 이어령님의 한국인 연구라 할 만한 이 책은 한국인이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디에 서 있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의 방향도 생각해 보게 한다. 그 과정을 바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의 힘을 들어 열 두 고개를 넘어가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한국인 이라면 꼬부랑 할머니의 꼬부랑 고개 넘어가는 열 두 고개쯤은 모를 사람이 없다. 한마음으로 손뼉쳤던,  월드컵 경기 때의 대~한 민국, 짜작짝 짝짝, 그 리듬감도 모두 다 아는 일이다. 한국인 이기 때문에 말 하지 않아도 서로 공감하고 넘나드는 감정들이 윗대 조상때 부터 면면히 내려왔다는 이야기이고, 그것들은 모두 이야기 라는 형식으로 전해져 왔다는 그것이 새삼 스럽다. 한 사람의 이야기 였다면 전기문이 되겠고 한 민족, 한 국가라면 역사가 될 이야기 이겠지만 태명을 짓고, 아기를 업어서 기르고, 한 마을에서, 한 가정에서 살아오고, 태어나고 죽은 그 일상들의 모음은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전해 내려온 이야기 였다는 것이다. 그것들을 하나 씩 저자의 글을 빌어 읽어가는 것은 나도 한국인 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도 하게 했다.


세종대왕은 소 띠, 이순신 장군은 뱀 띠, 광개토왕은 돼지 띠, 정조대왕은 원숭이 띠 (111쪽)


와, 그랬구나, 이 분들이 이런 띠 였었구나, 그럼 나와는?,  당연히 공통점 찾기에 들어간다. 어느 새 유명한 역사 속 인물들과 나와는 하나의 끈이 생겨난다.


이 책에서 나온, 아기가 엄마젖을 빨다가 한 3초간 멈췄다가 다시 빠는 그 행동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왜 가만히 있다 다시 젖을 빠는지 그 당시 많이 의아 하고 궁금했었는데 이제 답이 나왔다. 오호라, 가볍게 흔들어 달라는 신호란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기가 참 영리하기도 하다.


몽고반점 이야기에서, "어머니의 배속에서 살았던 거주 증명이고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인증샷이다." (132쪽) 무릎을 치게 만드는 표현 능력이다. 저절로 밑줄도 긋게 한다.


그러면서 눈물이 핑 돌게 하고 울컥 하게 한 문장이 있었으니 바로 어부바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을 때 였다. 왜구의 선봉장으로 조선을 침입했던, 후에 귀화한 김충선의 전설같은 이야기.

"왜군의 칼에 피해 쫓겨가는 와중에도 조선인들이 등에 하나 씩 뭔가를 업고 뛰는, 쌀, 보리 자루가 아니라 늙으신 어머니, 아버지 였다." (231쪽) 야만의 나라가 문화의 나라를 침략했다는.


아기를 업어서 기르던 포대기, 그 포대기 속에서 자라난 한국인들이 성장하여 후일에는 늙으신 부모님을 업는다는 그 부분이 가슴 찡하기도 하다. 그런데, 신세대 한국인 주부, 엄마들은 서양의 양육법을 따라 하기도 하여 아기가 태어나자 온몸을 미라처럼 꽁꽁 싸 맨다는 스와들링을 요즘 따라 하기도 한다니 난 이 부분에 있어서는 반대하고 싶다. 한 때는 분리형 육아 법을 좀 더 나은 것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스와들링을 따라 할 만큼 이렇게까지 갓났을 때 부터 분리시켜 놓는 것에는 동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편, 잠든 아기를 등에 업고 일기예보 방송을 한 외국인의 모습은 동양의 문화를 따라했던 것이다. 우리가 내다버린 문화를 서양이 따라 하고, 그들이 버린 습관을 우리가 줏어서 따라 한다는 말, 생각해 볼 부분 아닐까.


한 고개 한 고개, 열 두 고개까지 이르렀을 때 한국인의 탄생 과정이라는 이야기가 결코 꼬부랑 한 고개만이 아닌 사통팔달 연결될 수 있는, 마침표 없는 길이며 이야기일 것임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저자 이어령님의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호미대신 마우스로 캐낸 산삼" 같은 이야기가 어디 마침표를 찍을 만한 이야기 일까. 그 다음의 이야기도 분명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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