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철학자의 살아있는 인생수업 - 철학은 어떻게 삶에 도움이 되는가
시라토리 하루히코.지지엔즈 지음, 김지윤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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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그 답을 찾아 독서도, 여행도, 그 많은 각자의 방법으로 마음을 채우고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지 답을 찾는 과정과 시간 속에서 스스로 고민과 불면의 밤도 보내었을 것이다. <죽은 철학자의 살아있는 인생수업>책에도 여러 철학자들의 이론과 설명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그 내용이 어렵고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곱씹어 생각하며 어렵기만 했었던 철학은 이미 이 책을 통하여 일상에 녹아들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철학자들이 남긴 짧은 명언들의 의미가 조금은 쉬이 닿아온다는 느낌도 얻게 된 때문이다.  너 자신을 알라, 이 한 마디에서, 모르는 것을 안다는 것, 단순해서 슬쩍 지나칠 짧은 말을 기본으로 삼아서, 이 현상계는 자아 라는 존재조차도 생각과 인지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라야만 마침내 존재하고 있는 것임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여 비판적 사고를 지니게 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아주 쉽게 설명한다. 그동안 그저 문맥적인 의미만을 음미해 왔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정도로 그 안의 숨은 맥락을 깊이있게 접하지 못했었나, 하는 생각도 해 보게 한다. 철학 내용들을 잘 이해하기만 한다면 대부분의 일상이 그야말로 낙원처럼 펼쳐지는 느낌처럼 잘 굴러가게 될 것 같다. 


자아를 강하게 가지는데에서 타인과의 조화롭지 못한 상황들에 놓일 수도 있고, 일상이 늘 기쁨만 되어 주는 상태도 아닌 때문에 지치기도 하는 것이 개인들의 문제였고 삶이 힘든 이유였다. 그런데, 무지의 지, 잘 알고 있지 못하다, 자신까지도, 라는,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알게 된다는 점에서 한 두 가지가 해결되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 진정한 행복의 의미까지도 파고 들어가 본다.


"아집이란 나에 기반한 관념이 형성한 습관적인 사고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고는 사상이나 감정과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이 그저 습관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는 것" (103쪽)


어찌보면 종교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철학은 이렇듯 종교와도 맞닿는다. 이론적인 무장까지 더한다는 기분으로 습관적인 태도, 행복을 향하는 마음자세 같은 것들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성찰하는 습관, 의심스러운 정보에 대한 분별력, 논리적인 사고력, 나아가서는 풍부한 지식등이 모두 행복을 손에 넣기 위한 탁월함입니다." (68쪽)



"인생은 생각하는 방법에 따라 바뀐다." 

데카르트, 흄, 칸트를 다시 봤다. 일상 속의 잡다한 감정들인 분노, 탐욕, 오해, 불쾌감, 이런 것들을 피하게도 하는 방법이랄까, 자아를 분리하여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이라든지, 나아가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마음까지 철학자들의 이론을 통해 자기 개발서에서 읽어오던 내용들이 철학자들의 이론으로 설명되고 있었다는 것이 참, 재미있고 새로웠고, 말랑말랑하게 닿아왔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이유로 고통이 따라 온다는 것 등이, 철학은 무조건 어렵다, 라는 생각을 깨게 한다. 습관에 젖어 늘상 해 오던 일에서 조금은 다른 각도로 생각 너머를 건너다 보게 하고 있다. 이런 것에서 생각의 전환, 아이디어의 창출, 습관을 깨고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종교에 이르기까지 철학 이론은 각자의 위치에서 이미 우뚝 솟아있었던 것이었다. 그 이론들이 결코 가볍지도 간단하지도 않았음과 역시 이런 심오한 뜻도 있었다.


쇼펜하우어, 밀, 니체 부분에서는 일상과 잘 연결되어지지 않을 것이라 여겼었지만 어이쿠, 이 또한 완전 다른 내용을 알게 한다. 겉보기 방식이 아닌 속까지 파고 들어갔을 때 이들 철학자들이 말하고자 했던 내용은 완전 다른 모습으로 닿아오게 된다는 것도 느꼈다. 프롬과 사르트르 또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부분을 드러나게 해 준다. 전에 알고 있었던 그 사람들은 아주 일부분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실존, 한 단어만으로 그 모든 것을 이해하려 했다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기 였다는 것과 비슷했음을.


"철학으로의 무장" 이 가져 올 일상의 변화는 어떤 것일까, 무척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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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리딩을 위한 워드 파워 30일
노먼 루이스.윌프레드 펑크 지음, 강주헌 옮김 / 윌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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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이라는 한계를 둔 것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그만큼 매일 시간을 지켜 단어를 익히고 기억해야 하는 일에 그다지 매달리고 싶은 마음도 생겨나지 않을 때에,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일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 내어 실천하게 하는 요인이 바로 기간을 정해 놓고 완수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30일이 지나면 어휘들이 머릿 속에서 춤을 추며 떠올라야 하고,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하였으니 반드시 결과도 있어야 할 것이다. 내용은 말 할 것도 없이 좋은 단어들이 모였다. 어렵기도 하고 왠만한 원서를 무리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의 수준 높은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구성이야 레벨 테스트 부터 시작하게끔 되어 있다. 반드시 정해진 시간을 지켜서 꼬박 익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테스트까지 받게 구성하고 있어서 어휘를 익히는 것에 소홀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나 어려운 단어일 수록 기억에 잘 남지 않지만 발음에도 신경쓸 수 있도록 강조해 놓고 있다. 아무래도 입술 소리를 되뇌어 가면서 단어를 익히다 보면 그만큼 기억 속에 잔류하는 시간도 길어질 것이라 기대해 본다.


뉴욕 타임스를 사전없이 읽게 하려는 것이 목표인지라 단어의 수준은,

지적 능력이 필요한 단어, 의료 전문가 관련, 어휘의 근원, 인간과 감정/공포/성격 관련 어휘, 프랑스어, 고전어에서 파생한 단어 등 영영 사전식으로 해설한 단어의 뜻도 읽으면서 벌써 어휘를 기억하게 하는 것 같다.


꾸준함만이 어휘를 간직하게 하는 힘일 것이다. 30일 동안 시간도 지키고, 익히고자 하는 의지도 끊지 않는 마음으로 어휘와 함께 하는 나날이 지속된다면 그 뒤에 남을 결과는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어휘는 그 사람의 습관에서 운명까지 결정짓는다는 점, 상기시키면서 본인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용하고 있는 어휘를 돌아보는 시간도 함께 가져 본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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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참 내 맘 같지 않네 - 오늘도 돈과 사람 때문에 지친 당신에게
서보경 지음 / 북퀘이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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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은 척"

"나를 참아내는 사람도 있다."

"제자리 걸음인 듯한 그 답답한 시기를 꾸준히 끌고가는 힘으로 한계를 뛰어 넘는 것"


이런 말들이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흔한 피로 속 직장인 이라는 공감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주로 직장인들에게 파이팅을 외쳐 대며 기운을 북돋우기 위하여, 이 책이 바로 직장인들의 공감 에세이가 되어 주길 희망하며 이 책을 썼다.


직장인들의 힘듬은 일에서 치이는 것 보다는 사람이 우선 암담하게 만들 것이다. 최근에 힘든 결정을 내렸던 나로서도,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많은 까만 밤이 하얗게 되었던 것은 말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결정을 내리면 차라리 마음은 시원섭섭하면서도 후련해짐을 느꼈었다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을 헤메어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동료들은 성큼성큼 앞으로 진행해 가는 가운데 본인만 정지한 시간 속에 갇혀 있는 느낌, 아무리 해도 해결책은 나와 주지 않는 답답함, 하루 종일 부딪혀야 하는 싫은 사람과의 대면, 이러고 살고 싶나,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무력감, 이런 저런 상황과 느낌들을 저자는 아주 딱 이렇다, 할 정도로 그대로 묘사해 내었다. 그렇게 나 자신만의 힘듬만 생각해 오던 시간이 있었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나를 견뎌 내 주어야만 하던 타인도 있다는 것을 부각시켜 준다. 나의 입장에만 빠져 지내오다 보니 반대편 그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도 시간이 흐른 지금 되돌아 보게도 한다. 이런 나를 견뎌야만 했었던 또 다른 <을>들. 직장인은 참.. 너, 나 할 것 없이 쉽지 않은 굴레이다.



부드럽게 시작하는 서두에서는 오늘도 힘들었죠?, 저녁 노을처럼 사라지고 싶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는 본인에게만 손해임을 콕 집어서 강조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본인만 없는 회사는 잘도 돌아간다고. 이렇듯 사람에게 치이고 돈에 쫓기는 직장인들이 자존감을 되살리고 어떻게든 잘 버텨 나갈 수 있는 일상을 말하고 있다.


정지한 시간 속의 나를 초조해 하고 불안해 하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생겨나는 감정일 것이다. 저자의 이 표현, <삶의 비수기> 라는 단어가 마음에 닿아왔다. 다른 어떤 곳에서는 <잠룡의 순간> 이라는 단어를 들은 적이 있다. 모두 같은 뜻이다. 물 속에 잠겨서 용이 되길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성수기의 다른 쪽 비수기, 이런 것들은 꼭 거쳐야 하고 필요한, 충전의 시간임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있으니 독자들의 불안감과 초조함을 잠재워 줄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표현들 같다.


인간관계, 경제적 사정, 이런 것으로 지쳐 버린 독자들에게 저자가 보아오고 겪은 다양한 방면에서의 에피소드와 다독임으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일시 정지 버튼>, <숨 쉴 구멍>같은 여백을 느낄 필요성도 충분히 보여준다. 일상을 살아가다 따뜻한 위로와 다시 뛸 수 있는 힘을 얻고 싶을 때에 한가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 번 힘을 얻게 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힘들 때 책장 한 장씩 넘겨가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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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사기≫ 명언명구 : 본기 사마천 ≪사기≫ 명언명구
이해원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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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 천의 <사기>는 따로 말 하지 않더라도 유명한 중국의 역사서이다. 그 곳에서 명언들만 뽑아 그 뒷배경 이야기까지 모은 책이어서 참 재미가 있고, 더불어서 명언을 머릿 속에 새겨 둘 수 있는 좋은 책읽기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읽기에 보통과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도입부 부터 얼마 간은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가, 그나마 순 임금과 요 임금 정도만 슬쩍 나와 주어서 내가 알고 있던 그 <사기>에서 나온 것 맞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지만, 내용이 눈에서 맴돌 뿐 등장 인물도 낯설고 독자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왕조의 도표도 영 눈에 쏙 들어오진 않았다. 읽었던 부분을 다시 한 번 더 읽으면서 내용 파악을 하기에도 쉽지가 않아서  얼마 간은 속도감도 붙지 않았다. 점점 읽어 가면서 나중에 슬슬 재미가 붙어가는 구조였다. 그만큼 뻔하고 낯익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살짝 도전해야 하는 느낌도 드는, 좋은 책이었다.


읽기 힘들었던 시작부에서 은나라, 주나라의 황제들 이야기에서는, 백발백중 이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와 같은 흔하게 들어 보던 사자성어에서 부터, 늙은이를 부축하고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도망을 하던 백성들의 모습들을 표현한 것이라던가 흰 물고기가 배 위로 튀어 오르는 것을 보고 은나라가 항복할 것이라 짐작하는 표현은 아예 처음 접하는 내용으로써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한 때 조선왕조 막바지에 명성황후를 암탉에 비유하며 집안 망한다 했던 표현은  은나라 왕이 달기의 말만 듣고 국정을 흐렸다는데에서 암탉 운운 하면서 출발하였다. 이 왕조 시절 중에서도 요즘 정치와 겹쳐 생각해 볼 만한 말이 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는 것 보다 어렵다>, 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백성들이 말하게 하면 정치의 성공과 실패가 다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59쪽) 정치인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익히 들어왔기도 하지만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는 부분의 시작은 진시황에 관한 일화이다. 진시황의 무덤을 조성한 경위도 나름 재미있었고 그 결과물은 우리도 알다시피 잔인하고 끔찍하기도 하다.  지도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길을 가고 있을 때에 한낱 농사꾼인 백성이 도모를 하면 그를 따르는 함께 하는 무리가 커진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진나라의 에피소드에 이어 잘 알려진 항우와 유방, 그들과 함께 했던 장군들 이야기가 잇따른다. 잘 알고 있었다 생각하고 있던 이 두 장수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항우가 유방의 아버지를 삶아 먹으려고 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것이다. 그 밖에 여러가지 에피소드 같은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항우보다는 유방이 인자하고 너그러웠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총 49개의 명언들을 풀어보는 이야기들을 통해 한 때나마 호령하던 황제와 장군들의 출현과 사라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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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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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먹이사슬을 연상시킨다. 추악한 탐욕을 가진 인간들이 줄줄이 궤어져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서로 잡아 먹고 또 올라가는 그런 사슬 같은. 


금속 가공 공장을 하던 아버지와 함께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한 마사야,  결국 견디지 못하고 남은 것은 아버지의 유해와 빚 뿐이다.  그런 그 앞에 빌려 준 돈을 받겠다고 나타난 고모부, 빚의 청산을 요구한다. 그런데, 그 사건, 한신 아와지 대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때마침, 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서 집이고, 공장이고, 돈이 어떤 의미가 되어 줄까?



:::마사야는 손을 털고 일어섰다. 이제 더는 이곳에 볼일이 없다. 어차피 남의 손에 넘어갈 공장과 집이다. 그런데 그곳을 뜨려는 그의 눈앞에,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가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거기서 뭘 하고 있었는지 마사야는 전혀 모른다. 확실한 점은 방금 자신이 한 짓을 이 낯선 여자가 지켜봤다는 것 뿐이었다. (30쪽)




목숨 챙기기 바쁜 틈에 눈이 마주친 두 사람.. 기이하다고 해야 하나, 결정적인 순간을 공유하게 된, 아니 약점처럼 잡혀버린 마사야,  한 고비 지나면 다시 한 고비의 어둠이, 그렇게 하나 씩 치우고 다시 생겨나는 악의적인 사건들, 이런 것들에 사로잡혀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마사야 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미후유 의 계획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의 부탁, 애원, 요청, 이런 것으로 자신의 삶까지 휘둘리며 살아가는 사람, 그는 마치 꼭두각시가 된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꼭 소설 속에서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랑하니까, 신세를 져서, 미안해서, 그 어떤 여하한 이유로든지 서로간의 관계가 형성되면 한 쪽의 뜻과 의지에 끌려들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마사야 의 삶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끝도 없이 깊게 끌려 들어간다.



그녀는 성공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라는 달콤한 목표를 당근으로, 채찍으로 내 건다. 사람을 잘도 조종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이 대목에서 <백야행>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만약 <백야행>을 접하지 못한 독자라면 비교할 것도 없이 아주 흥미롭게 술술 이 전개에 빠져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읽었다 하더라도 <백야행>의 그것과는 구도가 닮아 보인다 생각이 들어도,  전개와 그 알맹이는 또다른 세계 속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여자가 존재할까,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생을 아주 알차게(?) 살아가는 여인을 설정하였다. 아무리 소설 중 인물이라 하여도 이렇게까지 주도면밀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사야의 기술을 써야 할 곳이라면 미리 부터 그녀가 길을 터 놓고 준비해 놓았다. 그녀 스스로도 발판이 될 일이라면 그녀의 미모와 마성을 동원해서라도 또 그렇게 준비된 삶을 산다. 그 길에 방해자가 생기면 또 마사야가 진행하도록 만들어 두었다. 앞을 나아가는 그 계획성, 통찰력, 직감, 사업 수완, 모든 것이 성공과 행복을 슬로건으로 걸고 착착 진행을 하고 있다. 이 여인을 위한 보조자 겸 도우미 역할 밖에 되지 않았던, 마사야의 삶은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뒤늦게 그녀의 뒤를 캐는 형사 가토, 마사야를 좋아하던 식당 처녀, 인생길에 누구를 만나 그 누구와 함께 하는가에 따라 그 결말도 많이 달라진다는 것,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그러고보면 이 여인의 처음 등장부터, 눈이 마주친 그 날 부터 모든 것이 계획된 일인 양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의 속셈, 그녀가 향해가는 목표는 어이없는 결말로 나아가고 조금은 가슴 답답함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씁쓸한지도 모르겠다.



"환한 낮의 길을 걸으려고 해서는 안 돼. 우리는 밤길을 걸을 수 밖에 없어. 설사 주위가 낮처럼 밝다 해도 그건 진짜 낮이 아니야. 그런 건 이제 단념해야 해." (334쪽)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환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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