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잡학사전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패트릭 푸트 지음, 최수미 옮김 / CRETA(크레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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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원 잡학 사전이라고 했는지, 이 책을 펼치면 바로 알 수가 있다. 끝도 없는 스토리 텔링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어원 하나를 집요하게 붙잡고 그것이 어디에서 출발하여 시작을 하였고 또 우리가 이렇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를 하나하나 풀어서, 이것은 저자가 우선적으로 궁금해 했었고 왜 이렇게 쓰여지고 있는지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면 이 책의 한 내용으로 자리잡지도 못했겠지만, 그런 덕분에 독자들도 오, 그런 내용이 있었구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그 어원의 세계로 함께 끌려 들어가게 된다. 그렇다고 복잡하고 대단한 지식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부담은 약간 옆으로 밀어 두고 가볍게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라니 이미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독자였다면 혹시 이 책 이전에 먼저 그의 호기심을 통해 접한 부분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내용은 거의 무궁무진하달 수가 있다. 이 책 한 권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 만의 오해일까.

목차 상으로도, 국가, 도시와 마을, 랜드마크, 동물, 역사적 칭호, 사물과 소유물, 음식, 장난감과 게임, 회사와 브랜드, 추상명사, 행성" 이렇게 11가지 목록을 잡고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저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의 발동은 그 다음 내용을 충분히 시작할 것만 같아서 이다.

파리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에펠탑을 보지 않기 위해서 에펠 탑 바로 아래에 자리잡고 점심을 먹었다는 일화, 등잔밑이 어둡다를 생각케 하며 참 기발한 생각이었는걸, 싶기도 하다. 부다와 페스트를 합쳐서 부다페스트가 된 수도의 이름, K2 봉우리가 가졌던 제 2인자 적인 면모,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두 번째로 위험한, 그래서 1인자가 될 수 없었던 산, 그 외에도 기발하다 싶은 내용으로 주제별로 잘 설명해 내고 있다. 특히 이 책의 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동물 편은 각종 종별 따로 내용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으니 더욱 흥미로운 부분이 되어 줄 것 같다.

한 내용당 크게 깊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독자들도 관심있는 부분부터 하나 씩 잡고 부담없이 읽어가기에도 좋은 내용이다. 그러면서 건져 올릴 수 있는 내용도 수월치 않게 많지 않을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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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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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달려가야 할 날이 훨씬 더 많고, 옆도 뒤도 살펴 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본인이 그 일을 겪어 보거나 주변 가까운 이들에게 일어나서 직접 간접적으로 느껴본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할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삶 가운데 바로 죽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생각하고 있던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무척 도움 될 듯 싶다.

어떤 이유로이든지, 삶은 지속되지만 그 끝은 있다. 그것이 바로 죽음이다. 이 책은 그 모든 죽음과 죽음 앞에서 사람들이 보여 준 여러가지 말, 행동, 상황들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암 환자와 가족들 이야기 이다. 18년 째 의사 생활을 하면서 저자는, 다양한 죽음의 모습을 접했다. 생의 그 끄트머리에서 보여 준 사람들의 마지막 모습들은 남아있는 가족들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어떤 것들을 남겨 줄 수 있을까. 그것은 한결같은, 주어진 삶을 의미있게,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내어야 할 것인가, 와 같은 과제를 남긴다. 메멘토 모리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당연하게 생각해 봐야 할 과제인 것이다.

총 4부의 구성으로, 1부에서는 "예정된 죽음 앞에서' 이다. 마지막 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반응과 과정을 그리고 있다. 독자 스스로에게도 질문이 되어 줄 부분이다. 내 생이 얼마나 남았있나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반응을 보일 지, 그리고 어떻게 그 삶을 채워가고 살아가야 할 지,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져 봄직 하게 한다.

"내 돈 2억 갚아라." 대단히 공감되는 환자의 마지막 발언이었다. 형제간에도 돈은 마지막 떠나는 길 앞에서도 해결되어져야만 하는 과제였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에 남는 사례 하나는, 늘 똑 같은 일상 속에서 마지막 그 순간 까지도 일상을 그대로 진행해 왔던 환자의 사례이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일상을 마지막 그 순간까지 그대로 행하면서 시간을 보내었다는 그 것 자체가 저자는 평범하지만 위대했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산다는 것은" 이라는 소제목으로 2부에서도 계속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3부, "의사라는 업" 과 4부, "생사의 경계에서" 에서 암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고충, 삶의 방식과 타인의 슬픔을 어떻게 해석해 가는가, 와 같은 깊이있는 생각들도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부분이다. 타인의 슬픔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잣대, 남의 고난과 슬픔을 함부러 평가하거나 틀 속에 넣어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특히, 죽음이 먼저 닿기 전에 삶 속에서 이런 생각들을 한 번 쯤 해 볼 필요, 이유가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막상 그 날, 그 시간이 닿아 왔을 때에는 너무나 어이없고 준비 없었음을 탓하기 전에, 실제로 환자들이 해 볼 만한 모든 치료를 다 해 보느라고 남아있는 그 마지막 시간들을 치료에 쏟아 붓느라고 인생 정리의 시간을 다 소진해 버리고 겨우 한 달 정도의 시간만으로 인생을 정리한다고 하니 턱없이 부족한 시간을 느끼게 한다. 외국의 사례에서는 대부분 6개월 정도의 시간을 가진다고 하니 어느 편이 더 나을지를 생각해 보게도 한다. 연명 치료, 기증, 법률 같은 부수적인 부분들도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니 이 또한 좋은 부분이다.

특히, 암환자가 패혈증이 있을 때에는 기증도 할 수 없다는 그 말, 처음 알았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이 책에 나온 사례들, 그 밖의 절차, 법률 같은 것을 먼저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은 그 순간들이 이미 지나가 버린 한 사람으로서 아직 다가 오지 않은 시간들을 마주 대하고 있을 독자들에게 이 책, 정말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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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관에 간다 - 전문가의 맞춤 해설로 내 방에서 즐기는 세계 10대 미술관
김영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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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미술관을, 전시하고 있는 그림과 함께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이다.

 

"나는 미술관에 간다." 요즘처럼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만 생활을 해야 하는 때일수록 더욱 현장이 그리워 진다. 독자들에게는 샘물처럼 다가 갈 따뜻하고 자상한 책이 곁에 있다는 것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10대 미술관이라,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미술관은?, 역시나 루브르 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프랑스 편을 가장 첫머리 부분에 두고 있고 루브르와 오르셰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다. 영국은 내셔널 갤러리, 왜 미술관이라 명명하지 않고 갤러리라 불리울까도 저자는 세심하게 설명을 해 주고 있다. 미국 편에서는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과 뉴욕 현대 미술관 두 곳을 보여 주고 있는데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이 곳에 한 번 가 보고 싶다 생각이 돋아나게 한 것은 그 곳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이 나를 끌어 당겼기 때문이다. 바로 고흐와 클림트의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서,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을만한 유명한 미술관, 유명한 작품들과 화가들 과도 같은, 이미 유명하게 알려져 있는 것에만 소개하는 일에 국한하지 않고 나름대로 다른 방향으로, 좋은 작품과 덜 알려져 있는 화가, 그리고 미술관 까지도, 가 볼 만한 이유와 감상할 만한 포인트 등 함께 소개해 주고 있다는 것에도 좋은 점이 있다고 본다. 유명한 화가의 작품 앞에는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쏠려 있을 것이다. 그 관람객들의 등 쪽에 걸려있는 반대편 그림에도 그 미술관에 걸려있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는 점, 함께 알 수 있게 한다. 반드시 보아야 할 작품 외에도 그 밖의 작품들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풍요로움을 기대하며 저자는 독자에게 충분히 더 많은 이야기 거리들을 얻어 갈 수 있게 해 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 책이 안내서 역할도 해 주기를 바라기도 하는 것이다. 언젠가 해외에 나갔을 때에 이 책의 소개를 바탕으로 더 알차게 감상하기를 바란다.

 

그 외의 미술관으로서는 네덜란드와 스페인, 러시아도 소개하고 있는데 반 고흐의 작품은 여러 나라에 걸쳐 전시를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네덜란드 자체에 반 고흐 미술관이 있어서 대부분의 그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면 미국 뉴욕에서는 별이 빛나는 밤이, 영국에서는 해바라기가, 미국의 또 다른 미술관인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에서도 그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 모양이다. 스페인에서는 벨라스케스 같은 화가가 미술관장도 역임했다 하니 그 미술관의 역량까지도 좀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각 미술관 소개도 좋았지만 작품들이 시원시원한 크기로 실려있어서 책 읽어가는 맛에 더하여, 그림 감상까지도 흡족함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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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공부 5일 완성 - 마흔 살에 시작하는, 2021년 최신개정판
박민수(샌드 타이거 샤크)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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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고 있는 이야기 중 하나가 동학 개미와 주식이고, 이 이야기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주식을 알아야 한다. 이 책 저책 기웃 거려봐도 금방 뭔가 잡힐만한 책은 잘 모르겠고, 이 책은 제목에서 벌써 5일 만에 완성 시켜 줄 것 같다는 기대감을 일으킨다. 그런데, 5일 만에 뭔가 할 수 있게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독자에 따라서, 깊이있게 혹은 얕게 공부하는 정도에 따라서 그 기간은 천차만별이겠지만, 내 경험상으로는 결코 5일 만에 다 알게 되었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따라잡기가 힘든 곳이 주식시장이고 섣불리 공부하여 낭패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을 좀 더 여유있게 옆에 두고서 깊이있게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만큼 내용이 풍부하고, 공부 좀 했다는 기분까지 들게 할 만큼 좋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샌드타이거샤크' 라는 닉네임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활동하는 저자는 주식 멘토 역할을 하면서 가치 투자를 직접 하고 있다. 연 수익률 100%, 따라하기만 하여도 뭔가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기초 지식으로써, <샤크 전자 주식회사의 흥망성쇠>를 통하여 <시가총액>,<보통주와 우선주>와 같은 어휘의 설명을 시작하며 이런 것은 완전 초보자들에게 대단히 도움이 될 내용이다. 내게는 유상증자, 액면 분할 같은 내용들이 아리송하여 개념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스토리 텔링 방식으로 기업에 관련한 흐름을 알려주고 있어서 나름 편안하게 개념을 잡아 갈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부분을 어느 정도 파악의 단계로 본다면 그 다음은 본격적으로 첫째 날 부터 다섯째 날 까지 5일 만에 후루룩 주식 공부를 마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사실 내용을 좀 더 차근히 보려면 자주자주 시간을 두고 독자 자신만의 내용으로 만들어야 어느 정도 주식할 준비가 되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내게는 이 책이 쉽지도, 단순하지도 않았다. 내용도 좀 어려웠고, 꼭 알아야 할 만한 내용들이어서, 또 완전히 잘 이해할 그 날에는 상당히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어서 미래의 어느 날 기업을 분석할 때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저평가 우량회사>, 생각은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방 알아 챌 수가 있나. 네이버에서 보여지는 재무 구조 같은 것을 보아도 눈 뜬 장님 형태인데 이 책을 자세히 읽어 보면서 나름대로 앞으로 나아갈 지표를 얻었다. 당기 순이익, 미래 PER 등 이런저런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어야 회사의 재무구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분석 사례가 도움이 되긴 한다만 왠만한 경제 서적을 읽듯이 어려웠다.

그 다음부터는 주식을 거래하는 자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호재와 악재 뉴스 등, 주식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가지 변수들도 알 수 있게 한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어느 날 하루 아침에 주식 할 만한 인재가 되어 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역시나 공부, 그리고 책 읽기에서 주식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바탕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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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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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 10주기 베스트 에세이 결정판"

"한국문학의 가장 크고 따뜻한 이름, 박완서 그가 남긴 산문 660여편 중 가장 글맛 나는 대표작 35"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 집.

그가 세상을 떠나신지 어느 덧 10년, 그 많은 산문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 모은 책이니 박완서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옆에 두고 싶은 책이다. 나도 그랬다. 이유 붙일 것도, 찾을 것도 없이 그냥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넘쳤다.

가지런한 목차 속에 각 장 당 5편에서 7편정도 모여있는 글들이 금방 읽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여겨질 만큼 많지 않은 양이다. 독자들이 금방 다 읽어 버리고 싶지 않을 양이고 내용이다. 그야말로 야금야금 꺼내 읽는 기분으로 조금씩 조금씩 음미하듯 아껴가며 읽었다. 장편도 아니어서 한 편씩 꺼내 읽으면 금방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책 뒷머리를 덮는 기분을 빨리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가 썼던 낱말들이 풍겨내는 그 맛이란, 여기에도 설명은 필요없다. 특히 티읏을 옛 날 방식 그대로 표현해 놓아서 처음에는 약간 눈을 의심하며 자세히 다시 살펴봤다. 요즘 쓰는 방식이 아닌 그 때 그대로의 방식으로 티읏을 써서 살짝 웃음이 나왔다. 컴퓨터를 쓰지 않았던 그 때에 작가가 손으로 써 왔던 그대로, 나 어렸을 적에 간혹 어른들 중에서 그렇게 쓰던 그 방식대로 책에 나와 있으니 미소가 저절로 머금어 질 수 밖에.

일상 속에서 하찮게 여겨졌던 그 날의 그 이야기들도 작가의 그 날 그 기분과 함께 어우러져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해져 온다. 그 기분 정말 오랜만이다, 싶게 구수하달까, 알 수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것이 바로 그만의 "글 맛" 아닌가 한다.

작가의 40대 비 오던 날의 에피소드는 그 당시 시대상의 느낌도 어찌나 진하게 담고 있는지, 글 속에 전해져 오는 버스 차장의, 그리고 그 때 버스에서 내팽겨쳐지듯 내리던 그 모습은 옛날 느낌 추억도 소환해 주었고, 크리스마스 전 날 쇼핑하던 그 장면에서 소비의 천국을 다시 재현해 주었다. 공중 전화 앞 길게 늘어선 줄 같은, 요즘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진 듯 오래 된 모습을 그대로 전달해 주고 있었다. 글을 읽었다기 보다는 그 때 그 상황 속으로 몰입하여 그 장면들 속에 독자를 끌어들여 함께 이야기 속에 있게 하는 작가의 작품들이 아닐 수가 없었다. 눈이 소복하게 내린 날 그 빙판길에 밤새 쌓여 나온 연탄재 무더기를 어떻게 가져갈까, 혹시 빠뜨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그 때 그 마음까지도, 너무나 정겹다.

"마음이 낸 길" 부터 "이왕이면 해피엔딩" 까지, "소박"하고 "진실"된 그 맛을 다시 한 번 느껴 볼 수 있다. 예전부터 박완서 작가를 아끼고 사랑했던 독자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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