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커뮤니케이션의 쟁점과 과제
송해룡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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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에 우리네 주변에 숨어 있는 위해물질의 위험도에 관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위험커뮤니케이션의 쟁점과 과제>를 읽게 된 것도 책쓰는 일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해마다 크고 작은 위해물질 사건이 터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건 사고가 너무 자조 터지다 보니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에 의문이 생기고, 그렇다보니 정부에서 발표하는 바를 믿지 못하겠다는 심리가 굳어가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위험요소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들 사이의 격차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일단 저자는 우리 사회를 ‘위험사회’라고 규정합니다. 아마 어느 나라나 같은 처지일 것 같습니다. 그만큼 현대는 위험요소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요소의 관리가 체계화된 선진국에서는 우리 국민들보다는 덜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짚어보았습니다.

위해분석의 요소로는 위해요소의 인식, 위해성 평가, 위해성 관리, 그리고 위해성 소통 등으로 구성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건사고를 통하여 위해요소를 인식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어서 위해성 평가를 하고, 관리대책을 내놓지만, 대체적으로 위해요인에 대한 소통과정이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저자는 위험소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하여 5가지의 과제가 성취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는 위해요소에 대한 객관적인 학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해야 하며, 둘째는 관리대책에 관하여 상호합의된 선에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셋째는 위해평가의 방법론에 대한 포괄적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네 번째는 관련 이해집단의 관점을 분명히 한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한다, 등입니다. 또한 소통의 형태로는, 문서형태의 기록, 정보, 대화, 결정과정의 직접 참여 등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성공적인 위해소통을 위하여, ‘합리적인 숙고가 필요하며, 상황에 적합한 그리고 사회의 복수적인 가치를 위험평가에 포함시켜야만 한다’라는 것입니다.

모두 8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위험요소에 관한 사회, 문화, 생태학적 고찰을 선행한 다음, 위험과 위기소통과 관련한 연구의 쟁점과 방향, 효과적인 위험소통의 전략과 공중참여를 통한 정책결정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짚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위 전문가집단의 일반적인 행동양식이 위험소통의 장애요소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물론, 위험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언론 역시 위험요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쟁점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고착되어 있는 점 역시 위험소통의 장애요소가 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앞부분에서 인용하고 있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과 사건을 위해사건으로 풀어 설명하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와 그로 인한 처벌, 다모클레스의 검이 위험요소를 안고 있지만, 발생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 그밖에도 키클로페스, 판도라, 카산드라, 메두사 등과 관련된 사건들을 통하여 몇 가지 위험의 유형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위험관리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시작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괄목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학문영역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상당히 위험관리와 소통문제를 학술적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이해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우리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이며, 신화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통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소문을 듣고 불안에 떠는 것보다는 도대체 왜,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안다면 불안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위험요소를 관리하는 분들도 위험소통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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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것의 의미 동문선 현대신서 16
존 버거 지음, 박범수 옮김 / 동문선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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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존 버거의 책은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어 있다는데, 저는 <본다는 것의 의미>가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에 이어 두 번째 읽는 책입니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리스본과 크라쿠프의 모습이 너무 생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본다는 것의 의미>는 1966년에서 1979년 사이에 썼던 본다는 것의 의미에 관한 글을 모은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 속에 존재하는 새로운 의미의 층위들을 드러내도록 만드는 관찰자로서의 우리의 역할을 탐구한다’라고 이 책의 성격을 정리하였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다양한 것들을 보게 되는데, 저자는 특히 동물원의 동물들을 어떤 시각에서 보아야 하는지를 짚었습니다. 두 번째 글 묶음은 사진술에 관한 내용의 글로 모두 4꼭지의 글을 담았고, 체험된 순간들은 여행 등을 통하여 만난 장소 등에 관한 18꼭지의 글을 수록했습니다.

먼저 동물원의 동물을 대상으로 한 글에서 저자는 동물과 인간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거론합니다. 사람이 동물들을 지켜보는 것처럼 동물도 사람을 지켜봅니다. 물론 동물이 사람을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서로 뜻을 통할 수 없으니 알 수가 없습니다. 동물원에 가보면 우리 안의 동물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마다의 생각이 다를 것입니다. 저자는 동물원에 수용된 동물들이 원래 살던 곳에서 우리와 가까운 곳으로 다가왔지만, 사실은 강제로 주류에서 밀려난 존재로 이해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빈민가, 감옥, 정신병원, 강제수용소 등에 수용된 사람들 역시 주류에서 밀려난 존재로 이들과 비슷한 처지라는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두 번째의 글 묶음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우회적으로 봄’을 주제로 합니다. 독일 사진작가 아우구스트 잔더의 사진들, 특히 베스트발트의 시골 농부가 연주회에 가기 위하여 양복을 쫘악 빼입은 사진, 혹은 폴 스트랜드가 찍은 루마니아 농촌의 부부의 모습 등의 사진에 담긴 의미를 살펴봅니다. 이는 사진작가의 직접적 관찰에 의하여 얻는 사진을 타인이 봄으로서 얻는 느낌이 작가의 의도와 얼마나 일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 시기에 미 공군의 폭격을 받은 하노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신문에 게재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추적합니다. 어찌 보면 인간이 저지른 폭력의 결과를 외면함이 맞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고통이 담긴 사진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도록 신문에 게재하는 것은 결국 신문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할 것이며, 생각 없는 독자는 신문사의 꼬임에 넘어가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 주제, ‘체험된 순간들’은 미술작품에 관한 글입니다. 대상이 되는 작품을 그린 화가도 밀레, 프랜시스 베이컨, 쿠르베, 마그리트, 로댕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생소한 화가와 작품들이라서 실감이 덜했던 것 같습니다. 미술작품 역시 우리가 ‘본다는 것’의 대상이 됨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미술작품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가 생긴다고 합니다. 특히 화가가 유명을 달리하는 시점을 경계로 하여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세케르 아흐메드의 <숲속의 나무꾼>이라는 작품에 표현된 숲속 공간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입니다. “철학의 책무는 베그[weg: path 오솔길], 즉 숲을 통과하는 나무꾼의 소로를 발견해 내는 것이다. 그 소로는 리히퉁[Lichtung: clearing 숲속의 공터], 즉 바로 공간이야말로 빛과 통찰력에 개방되어 있고, 존재에 대한 가장 놀라운 것이며, 바로 존재자의 조건인 숲속의 공터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127쪽)” 즉, “이 공터는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에 개방되어 있다.”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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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시를 만나다 - 옛 그림 속에 살아 있는 시인들의 언어
임희숙 지음 / 이담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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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입니다만, 그림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음악은 잘 몰라도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림은 아직까지 그런 경험이 없었던 것 같아서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도 꾸준하게 그림에 대한 공부를 하고는 있습니다. <그림, 시를 만나다>를 읽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그림도 어려운데 그 어렵다는 시가 그림을 만났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집니다.

이 책은 시인이면서 한국미술사를 공부한 임희숙 시인이 쓴 책입니다. 한국미술사를 공부하면서 현대 시인의 시와 옛 그림이 묘하게도 어울리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예술가의 사유는 6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더라는 데서 이 책이 출발하게 된 것입니다.

저자는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작품 20점을 골랐는데, 흥미로운 점은 안견의 ‘몽유도원도’로부터 장승업의 ‘고사세동도’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배치하였습니다. 미술사를 보면 어떤 사조라 하여 그 시대의 미술을 대표하는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저자가 고른 20점의 작품들이 조선왕조의 시대별로 주제가 비슷한 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무릉도원의 서정’, ‘왕족 그리고 노비의 관’, ‘두 개의 영혼’, ‘움직이는 진경’, ‘더 가깝게 세상 속으로’ 등의 주제어를 만들고 각각 4점의 작품들을 배치하였습니다.

각각의 작품을 맨 앞에 두고, 작품이 제작된 배경, 화가를 중심으로 한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물론, 작품과 관련이 있는 한시(漢詩)도 소개하는 한편, 해당 작품과 잘 어울리는 현대시를 인용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벼랑 끝에 앉아 줄이 없는 거문고를 뜯고 있는 선비를 그린 이경윤의 ‘월하탄금도’에서는 오탁번시인의 ‘그 옛날의 사랑’을 인용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사랑했던 것들을 되돌아보는 내용의 시인데, ‘우리들이 소곤댔던 정다운 이야기는 / 추석송편이 솔잎 내음 속에 익는 해거름 / 장지문에 창호지를 새로 바르면서 / 따다가 붙인 코스모스 꽃잎처럼 / 그때의 빛깔과 향기로 남아 있는가’라는 대목을 인용하였습니다.

‘그 옛날의 사랑’에서 노래한 옛날 시골의 서정은 필자의 추억 속에서도 잠자고 있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화가와 관련된 이야기 가운데 인용한 자료가 정확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은 대목이 있어 적어보려 합니다. 이경운이 가지고 있던 거문고를 허목에게 주었다는 이야기를 이익의 성호사설에서 인용하였습니다. 허목의 거문고는 신라 경순왕이 사용하던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진나라 사람이 신라에 전한 칠현금을 왕산악이 개조하여 거문고를 만들었다고 하면서, 이경운의 신라금이 그것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칠현금은 고구려로 전해서 왕산악이 개조하여 거문고를 만들었던 것이고, 굳이 신라금이라고 한다면 우륵이 만든 가야금이 맞을 것 같습니다. 뭔지 몰라도 착오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하면 이정의 ‘풍죽도’를 감상하면서는 오태환시인의 ‘칼에 대하여2’를 인용했습니다. 아마도 거센 바람에도 버티고 있는 댓잎에서 칼을 연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인이 칼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시인이 시를 짓는 작업을 칼을 휘두르는 것으로 비유하였습니다. “시인은 마지막 무사처럼 세상을 칼질한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의 목을 치고 드디어는 아름다운 것들로부터 목이 베이진다. 쉿! 그래서 시인의 칼끝은 언제나 시인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이다(102쪽)” 글이 마치 시처럼 읽힙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서화를 설명하는 다양한 글들을 읽어보았지만, 저자처럼 시인의 관점에서 그림을 읽어낸 책은 처음인 듯합니다. 저자가 공산무인도를 처음 보았을 때, ‘텅 빈 숲을 향해 순식간에 발끝이 움직이더니 나로 모르게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170쪽)’라는 대목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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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된 위험 - 한국전쟁과 정치를 말하다
김동원 지음 / 이담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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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계산된 위험>이라는 제목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분명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과 정치를 말하다’라는 부제를 보면서 어느 정도는 가늠이 되었고, 또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그것은 6.25 동란이 남침이냐, 혹은 북침이냐를 두고 젊은 세대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해서입니다. 사실 필자의 세대는 한번도 북침일 가능성을 고려해본 적이 없습니다. 철이 들 무렵부터 6.25동란은 북의 남침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필자로서는 최근의 변화가 이해되지 않는 한편, 도대체 숨겨진 무엇이 있었던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계산된 위험>은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분명하게 도움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저자 역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50년 6월 25일 오전 4시 북한군이 탱크를 앞세우고 38선 여러 곳에서 일제히 남하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당시의 시점으로 돌아가보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그날부터 10일 뒤까지, 한반도와 미국 정부 그리고 유엔 안보리이사회를 중심으로 관련된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꼼꼼하게 챙겨서 서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 자신이 결론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읽는이가 집중해서 내용을 분석해보면 자연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먼저 6.25일 4시 북한군의 월경은 선전포고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6월 25일 이전에도 남과 북은 국지적 충돌이 있었는데, 남이 먼저 공격한 경우도, 북이 먼저 공격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와 같은 충돌은 상호 반격에 의하여 저지되었을 뿐 전면전으로 확대된 적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남한군이 먼저 북한을 공격했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전선을 돌파했다고 발표하였던 것입니다. 이를 남한에 의한 북침이 먼저였다는 논리의 근간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남한 전문가를 자처하는 커밍스는 양비론을 내세우는 대표적인 인사로 보입니다. 1950년 6월 25일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남한과 북한 양측은 싸울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시각입니다. 하지만 싸울 준비가 되었다는 남한군이 개전후 열흘만에 서울이 함락된 것도 모자라 한강방위선이 뚫려 수원까지 밀리고, 남한 정부나 남한군 역시 우왕좌왕하다가 무너져 내렸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정세가 아주 복잡했던 당시의 상황을 관련 문서를 토대로 잘 구성해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을 필두로 하는 동서간의 냉전의 긴장이 고조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고, 미국은 소련이 이 전쟁에 직접 군을 투입할 것인가에 대하여 심도깊게 판단을 했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선을 다변화해서 자유진영을 혼란에 빠트리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을 버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은 강대국의 정치적 놀음에 놀아나다가 인구의 10%가 죽는 끔찍한 전장이 된 불행을 끌어안아야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북한은 전쟁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커밍스가 양비론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북한군은 소련에서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무기로 중무장하고 있는데 반하여, 남한군은 겨우 국소적인 충돌을 방어하고, 치안을 겨우 유지할 정도의 무장밖에 할 수 없도록 미군당국이 통제하고 있던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나 대통령은 북진통일을 입에 달고 살았으니 미국정부로서는 통제의 끈을 더욱 조일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미국정부는 소련을 위시로 한 공산진영이 자유진영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무대로 한반도를 선택한 것으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만, 홍콩, 인도차이나반도, 버마, 인도, 이란, 그리스, 유고슬라비아, 독일, 핀란드 등이 추가도발이 가능한 지역으로 보았던 것인데, 만약 전선이 확대된다면 그것은 비극적인 제3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될 것으로 예측했던 것입니다. 다행히 소련은 변죽만 울리고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중공이 참전하여 힘을 북한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었던 것입니다.

<계산된 위험>에서 저자는 결론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꼼꼼히 읽어가다 보면 저절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6.25동란을 시작한 쪽이 어디인지에 대한 답이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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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삶이 어딨어 청춘용자 이렇게 살아도 돼 1
강주원 지음 / 이담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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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나온 젊은이를 위한 일터가 모자라 난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난리라고만 할 뿐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어떤 해결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시원한 답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혹시 일터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젊은이들의 진입 턱을 높인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담북스가 젊은이들의 일터 찾기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만한 기획을 꾸준하게 내놓고 있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양한 일터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경험을 담은 ‘직업 공감 시리즈’에 이어 ‘청춘용자 시리즈’를 선보였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강주원님의 <틀린 삶이 어딨어>는 청춘용자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앞서 ‘직업 공감 시리즈’가 이미 알려진 직업을 얻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을 담았다고 한다면, ‘청춘 용자 시리즈’는 새로운 일터를 창조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청춘들이 뒤쫓고 있는 일터 찾기와는 다른 새로운 일터 찾기는 ‘이렇게 살아도 돼’라는 카피를 내세운 ‘청춘 용자 시리즈’의 성격과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주자인 강주원님 역시 처음에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남들처럼 살아보려는 시도를 하였지만, 기존의 일터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자 그만두기를 두 차례나 해보았다고 합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아무래도 시행착오를 피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도한 것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과 생각을 나누는 ‘꿈톡’이라는 작은 모임을 시작한 것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임시직을 하면서 빠듯하게 살아가면서도 꿈톡 활동을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를 지탱하고 있는 힘은 누군가가 ‘네 삶은 틀렸어요’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싫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틀린 삶은 없어요. 다만 남들과 다를 뿐이지요’라는 생각으로 버텨온 것이지요. 저 역시 대학을 졸업할 무렵 만들었던 봉사동아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것들을 버려야했던 옛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다녔던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을 ‘의사의 시다바리’라고 정의한 부분을 읽으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경쟁 상대를 밀어내기 위하여 시작한 일이 관행처럼 굳어진 것은 분명 의사와 제약회사 모두에게 잘못이 있는 것 같은데, 이제는 의사가 일방적으로 잘 못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도 불편합니다. 또한 아무렇지 않게도 그런 일은 저지르는 의사 동업자들 때문에 그렇지 않은 의사들이 한통속으로 싸잡히는 것도 짜증나는 일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제너럴 의약품을 그만그만한 원가에 만들어서 순전히 영업을 바탕으로 팔려다보니 벌어지는 것인데, 같은 성분의 제너럴이 무려 100종이 넘는 현실을 만들어낸 제도가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지요. 저자가 경험한 생동성시험이 바로 제너럴 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얼마나 유사한 것인가를 정하는 실험인데, 여기에도 많은 편법이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오래 전에는 생동성시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도 있었습니다.

저자가 한 새로운 시도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꿈톡’입니다. 고민을 안고 있는 젊은이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구성한 오프라인 모임인데, 서로의 고민을 나누다 보면 시나브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모임이 성장하게 되면서 고민과 꿈을 나눌 장소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생각해낸 것이 바로 물물교환이었다고 합니다. 처음 내놓은 물건은 달랑 책 한권이었는데, 책 한권이 아홉 번의 교환을 통하여 카페운영권을 획득하게 되어 공간확보에 성공한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꿈을 가진 청춘에게 씨앗이 될 자금 40만원을 지원하는 꿈톡액션지원단을 운영하기에 이르렀으니, ‘모두의 삶은 옳다’라는 저자의 말이 맞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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