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의 집
수전나 클라크 지음, 서동춘 옮김 / 북노마드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양기화의 BOOK소리-세계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페스의 집>2014년에 스페인-모로코-포르투갈을 여행하면서 모로코의 페스를 구경한 이야기에 더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읽어보았습니다. 절판에 되어 어렵게 구했습니다.


<페스의 집>은 호주의 유력 신문사에서 일하느나 수전나 클라크와 국영방송국에서 일하는 남편 샌디 매커천이 모로코 페스 메디나에서 다 쓰러져가는 집을 샀고, 모로코의 전통건축방식에 따라 복원하는 과정을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그곳도 겨우 두 번 방문하고서는 집을 사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그것도 영주목적으로 산 것이 아니라 집필 작업을 한다거나 휴가 때 사용하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부부가 구입한 집은 페 메디나의 미로 같은 골목길에 있는 리아드였습니다. 페스에는 다르와 리아드라는 두 종류의 집이 있다고 합니다. 안뜰이 있는 것은 닮았지만 리아드가 훨씬 커서 레몬이나 오렌지 나무 한 그루 정도는 심을 정도로 넓다고 합니다. 페스의 메디나 안에는 14천 채의 집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그 가운데 미로 같은 메디나의 입구에서 가까운 리아드가 마음에 들었던 것입니다.


저자 부부가 페스에 꽂힌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페스의 거리와 비교했을 때 서구의 거리는 개성과 생명력이 부족하다. 우리는 자동차와 집이라는 거품 속에 존재하며 텔레비전의 유리벽을 톻해 세상을 본다. 사람과 당나귀, 굽지 않은 빵 접시를 들고 문간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자아이들은 어디로 갔는가? 암표장사, 암거래 상인,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나는 페스처럼 생기로 역동하는 곳을 본 적이 없다.(176)”


물론 부부가 구입한 리아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어려움을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만, 덤으로 페스의 역사와 페스에 살고 있는 모로코 사람들의 모습을 깊이 있게 적고 있습니다. 페스는 79년 예언자 무하마드의 자손인 물라 이드리스2세가 건설했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페스는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가장 오래된 메디나는 옛 페스라는 뜻의 페스 알 발리(Fez-alBali)이고, 두 번째 구역은 1276년에 건설된 페스 제디드(Fez Jedid), 새로운 페스라 메디나의 언덕 위에 위치합니다. 이곳에는 유대인의 오래된 거주지인 멜라(Mellah)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행정과 상업의 중심지인 빌 누벨(Ville Nouvelle)이 있다고 합니다. 20세기들어 프랑스 식민 통치자들이 메디나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세웠다고 합니다. 넓은 도로와 카페가 어우러진 이 시가지인 하우스만의 파리를 연상시킨다고 합니다.


페스의 메디나 안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교육기관인 카라위인 대학(Karaouiyine University)가 있습니다. 튀니지의 카이루오나에서 종교박해를 피해 망명한 부자 상인의 딸 파티마 알 피르리야(Fatima al-Fibria)가 설립했다고 합니다.


페스의 전통적인 주택은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하던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려는 국토회복 운동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이베리아 반도에 성립된 후기 우마이야 왕국이 세월이 흐르면서 20여 개의 공국들로 쪼개졌는데, 각 공국들은 가장 유능한 예술가, 시인 학자를 모시기 위해 다투었고, 덕분에 예술과 과학이 번성했고, 빈사상태의 유럽에 유출되는 효과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독교 국가들의 국토회복운동의 결과 무너진 공국들의 난민들이 모로코로 유입되었고, 그 가운데 뛰어난 장인들이 모로코에 새로운 건축문화를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그 문화적 유산이 메디나에 있는 유서 깊은 아타린(Attarine)과 사흐리즈 (Sahrij) 신학교의 화려한 미장, 목공, 젤리즈에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로코 행정기관의 비효율성은 물론 공무원들의 부조리, 공사관계자들의 느려터진 공사진행 등, 부부의 메디나 리아드 재건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만난 인연들의 도움으로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과정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이 된 것은 수잔나 클라크의 저돌적인 추진력에 힙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더하여 20세기 초까지 조화롭게 성장하던 페스의 메디나는 전통적인 가치를 파괴하는 변화의 물결이 거세진 것에 반하여 저자 부부는 모로코의 전통 건축양식을 살려서 리아드를 재건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여기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14세기처럼 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의 방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3
다니자키 준이치로 외 지음, 김효순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이쇼(大正) 시대(1912~1926)들어 메이지(明治)시대(1868~1912) 말 유행하던 자연주의 문학이 쇠퇴하고 탐미주의 문학이 대두되면서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 사토 하루오(佐藤春夫), 사토미 돈(里見惇), 기쿠치 칸(菊池寬) 등 순문학 작가들이 주도하여 예술적 경향의 탐정소설이 창작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추리소설이 활발하게 창작된 것은 신청년이 창간되고 에도가와 란포(江戸川 乱歩) 등이 등장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살인의 방>은 다이쇼 시대에 활동한 다니자키 준이치로, 아쿠타가와류노스케, 기쿠치 칸 등 탐미주의 문학가와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문학계열의 히라바야시 하쓰노스케(平林初之輔)가 발표한 9편의 탐정, 추리소설을 담았습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에드거 앨런 포나 코난 도일의 작품들을 읽고 괴기, 환상, 신비적 분위기의 작품들을 발표했는데, 훗날 추리소설의 대표작가 에도가와 란포, 요코미조 세이지(横溝 正史)등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살인의 방>에는 표제작인 살인의 방’, ‘길 위에서’, ‘도둑과 나등 세 편이 실려있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추리소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기념비적 작품집 <봄날의 밤>을 냈습니다. 이 책에는 표제작 봄날의 밤을 비롯하여 11편의 추리, 탐정, 괴기소설을 담았습니다. <살인의 방>에는 개화의 살인’, ‘의혹’, ‘덤불 속등 세 편이 실려있습니다. ‘살인의 방은 평범한 도락에는 싫증이 난 친구가 살인이 예고되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현장에서 지켜보자는 제안을 받은 화자가 친구를 진정시키기 위하여 현장에 갔다가 살인사건을 지켜보게 됩니다. 그런데 친구는 살인을 저지른 여성에게 매혹되더니 그녀의 손에 살해당하게 되었다면서 그 장면을 지켜봐 달라는 부탁을 해옵니다. 결국 친구의 살해장면을 지켜보게 되고, 범인들로부터 친구의 유언장을 전달받게 된 화자가 친구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탐정소설적인 요소가 풍부하고, 에드거 앨런 포, 코난 도일, 오스카 와일드 등 서구작가의 기법을 다양하게 녹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덤불 속라쇼몬과 함께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감독이 영화 라쇼몬(羅生問)의 원작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내용은 헤이안 시대에 무사 부부가 산길을 가다 도적을 만나 남편이 덤불 속에서 살해당한 사건을 둘러싸고 나무꾼, 스님, 포졸, 노파, 도적 다조마루, 아내 마사고, 그리고 죽은 무사의 영혼이 서로 엇갈리는 진술을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고 범인이 누구인지 미궁에 빠진채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내 마사고가 기요미즈테라(淸水寺)를 찾아 참회하는 형식으로 자신이 남편을 죽였다고 참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기쿠치 칸은 문예춘추사를 설립하였고,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부응하여 탐정소설을 번역하여 소개하거나 창작하였는데, 이 책에는 어떤 항의서가 살려 있습니다. 강도가 들어 누나 부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뒤따라 죽음을 맞게 되었는데, 사건이 발생하고 1년이 지난 뒤에서야 범인 사카시타 쓰루키치가 다른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되었습니다. 경찰의 추적 끝에 잡힌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범행 가운데 부부 살해사건도 저질렀다고 실토하는 바람에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범인은 옥중에서 기독교에 귀의하여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응분의 대가로 사형을 당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화자가 법무부 장관에게 항의서를 보내 유족의 고통을 생각하면 범인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통을 받아마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히라바야시 하쓰노스케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운동의 이론가로 알려졌지만 실은 신청년에 참여하여 많은 추리소설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예심조서’, ‘인조인간등 두 편이 실려있습니다. ‘예심조서에는 과실에 의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수한 아들을 구하려고 예심판사를 찾아간 노교수가 아들의 정신이상을 주장하다가 받아들이지 않자 사실은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고백하는 반전이 있고, 결국은 노교수와 그의 아들이 범인이 아니라는 반전이 거듭되는 본격 추리소설의 형식을 볼 수 있습니다. ‘예심조서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 고리키의 세 명등이 인용되는 것을 보면 당시 일본의 추리소설작가들은 해외작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토의 밤 산책자 - 나만 알고 싶은 이 비밀한 장소들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의 3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만, 교토에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서 <교토 밤 산책자>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전문지 시네21의 이다혜기자가 쓴 책인데, 영국에 갔을 때, 입국 심사관이 여권을 보더니 한국에 살아, 일본에 살아?”라고 물었을 정도로 일본을 자주 가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영국의 입국 심사관이 그런 질문을 했을까?’싶었습니다. 일본 입국 필증이 붙어있다는 것은 일본에 자주 간다는 것이지 일본에 산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서요.


어떻든 그렇게 일본을 자주 가보았다고 하면서도 교토를 가장 많이 가보았다고 했습니다. 하기는 본문을 읽다보면 굳이 교토에 가게 된 이유는 분명치 않은 듯합니다. “교토는 내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한 도시이지만, 교토에 가서 뭘 하느냐고 하면 하는 게 거의 없다. 가던 곳에서 식사를 하고, 좋아하는 정원에 다시 가고, 시내를 어슬렁거리며 좋아하는 커피숍을 다니고 빵을 고른다. 그릇을 사고, 또 사고, …… 또 그릇을.(183)”이라고 적은 것과 심심하기 위해 여행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분명하게는 정리되지 않지만 알 듯하기도 합니다.


나만 알고 싶은 이 비밀한 장소라는 부제는 책을 통해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장소를 대공개하는 것을 보면 나는 이런 장소도 알고 있어라고 자랑하는 듯하기도 합니다.

교토만의 특징적인 장소와 무엇은 무려 34곳이나 됩니다. 그것들을 꽃, 정원, 특색 있는 장소와 먹거리 등 네 가지의 주제별로 묶어 놓았습니다. 사실 저는 먹는 것에 대하여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네 번째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만, 꽃과 정원 그리고 특별한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글이 참 매끄럽게 읽히는 것 같습니다.


30년 전에 오사카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가 함께 일했던 친구와 교토를 당일치기로 다녀왔기 때문에 킨가쿠지(金閣寺)와 기요미즈데라(淸水寺)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교토 밤 산책자>에 긴가쿠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기요미즈데라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 더 덧붙인다면 철학의 길이 있습니다. 긴가쿠지에서 시작하여 난젠지(南禪寺)에서 끝난다는 철학의 길은 일본의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즐겨 산책했다고 해서 이름을 붙였다고는 합니다만, 사실은 하이델베르크의 네카 강 북쪽의 산비탈에 있는 철학자의 길(Philosophenweg)에서 왔다고 합니다.


교토의 도시샤 대학에 윤동주 시인과 정지용 시인 유학했다는 이야기도 처음 들었습니다만, 정지용시인의 <향수>가 일본 유학시절 고향을 그리워하면 썼다는 것과 교토를 남북으로 흐르는 가모가와(鴨川)에서 압천이라는 시를 지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기요미즈데라에 있는 오토와(音羽)라는 폭포에 관한 이야기도 처음 들었습니다. 아마도 맑은 물의 절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폭포인데 세 갈래로 나뉘어 떨어지는 물줄기는 각각 장수, 사랑, 학업의 운을 상승시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도 왼쪽부터인지 오른쪽부터인지 헷갈려서 세 줄기 물을 모두 조금씩 받아서 마시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세 물줄기를 모두 탐내면 효험이 없다는 도시전설도 있다고 합니다. 본당 뒤편에 있는 기슈진자(地主神社)에 있는 두 개의 돌이 3미터 간격으로 서 있는데, 하나의 돌에서 다른 돌까지 눈을 감고 걸어서 똑바로 도착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작가는 다양한 문학적 소재를 인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각각의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붙여놓은 짧은 인용문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본 문학에 대한 작가의 깊이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요미즈데라의 말사인 죠주인(成就院)을 소개하는 대목이 대표적입니다. 죠주인은 사진촬영이 금지된 죠주인에는 달의 정원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고 합니다. 이곳을 소개하는 글에서는 마스다 미리의 <영원한 외출>고요했다. 바람도 없고 나무도 흔들리지 않고, 그림 앞에 있는 것 같았다.”라는 구절을 인용해놓았습니다.


누군가는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이 아쉬웠다고 했는데, 이 책을 화보집으로 보았던 모양입니다. 사진을 곁들인 수필집이라고 해야 할 책인데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사진도 충분히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강의 배신 - 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조영 옮김 / 부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의료계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읽게 된 <건강의 배신>입니다. 책을 쓴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미국의 언론인이자 사회비평가입니다. 화학, 물리학 그리고 생물학을 전공하였는데, 전공분야가 아닌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저서들을 보면,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 <긍정의 배신>, 그리고 <건강의 배신>에 이르기까지 세상만사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건강의 배신>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을 지키거나 회복하는 보건의료체계를 비판적 시각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재화를 투입해야 가능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모두 12개의 장으로 구성된 주제들은 꽤나 상징적인 제목을 달아놓았습니다. 예를 들면, 1장의 의료화된 삶’, 2의례가 된 의료행위’, 3장의 과학이라는 허상등입니다. 서문을 읽고서 1의료화된 삶에 들어갔을 때 충격이었습니다. ‘죽어도 괜찮을 나이가 된다는 것이라는 소제목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건강검진을 받지 않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금년에 84세가 된 그녀가 중년이 되면서 건강과 관련된 노력을 늘리기 시작했던 것과는 다른 결정입니다. 사실은 죽어도 될 만큼 늙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더 오래 살기 위해 고통스럽고 성가시고 지루한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런 노력들이 사실은 이윤에 혈안이 된 의료산업집단의 흑심에 끌려 시작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러 가지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저도 관련이 있는 항목이 있습니다. 전립선암을 감시하는 PSA검사입니다. 이 검사는 전립선암을 선별하는 검사로는 권고할만하지 않다는 USPSTF(미국질병예방서비스 태스크포스)의 결정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막상 PSA값이 높게 나와 검사하고서 전립선암을 진단받게 된 저로서는 이와 같은 결과에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심지어는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노력까지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남은 생애 동안 일주일에 6일간 운동하라. 미안하지만 그게 전부다. 타협해서도, 포기해서도, 변명해서도 안 된다. 당신이 죽을 때까지. 6일간 진지하게 운동하라.”크로울리와 랏지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이는 노화를 질병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생긴 건강산업이 확대되면서 나온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122세까지 살았던 프랑스 여성 잔 칼망과 그녀의 남편은 죽을 때까지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70살이 넘어 근력운동을 시작한 저의 결정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쓰고 있기는 합니다.


의과대학의 중요한 학과목인 해부학에서 사체 해부를 필수로 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의사들과 사회과학자들은 사체 해부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사실 의사 면허를 받고 나면 사체 해부를 통하여 배웠던 해부학적 지식이 의사로서 진료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은 의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체해부를 통하여 확인하게 되는 해부학적 지식은 의료행위를 하는데 있어 바탕이 되는 필수지식이라 할 수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보니 저는 의료계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그녀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보고, 기왕의 전통의료의 입장을 변명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듯 건강한 수명연장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을 이야기한 끝에 이야기는 자아가 성공적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별도의 장으로 구분하여 이야기할 뿐 아니라, 그 자아를 넘어선 진짜 세상에 이른 것을 보면 저자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터 벤야민과 도시산책자의 사유 스투디움 총서 9
윤미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벼르다 읽은 에리히 케스트너의 시집 마주보기에서 사촌의 구석 창문이라는 시의 주석을 따라가다가 도시산책자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습니다. 윤미래교수의 <발터 벤야민의 도시산책자와 사유>를 읽게 된 이유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벤야민의 산책자의 사유를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그의 대부분 글이 도시관상학의 범주에 속하지만 일방통행로, 보들레르의 작품에 나타난 제2제정기의 파리, 보들레르의 몇 가지 모티프에 관하여,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베를린 연대기, 파사젠베르크등이 산책자의 사유 모델에 따른 작업이었다고 했습니다.


벤야민은 프란츠 헤셀과 지크프리트 크라카워로부터 도시 산책의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했습니다. 프란츠 헤셀은 베를린 산책을 통하여 산책이 도시의 현재에 대한 관찰을 넘어 도시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불러오는지를 배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크라카워는 도시의 문화사보다는 도시의 현재가 제공하는 공간상에 더 집중하고, 그러한 공간상의 사회학적 심리학적 역사철학적 의미를 해독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벤야민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산책자는 시적 영감의 원천을 파리의 산책에서 얻은 샤를 보들레르였다고 합니다. 그밖에도 아라공의 파리의 농부와 브르통의 나자도 파리 산책에서 얻은 도취의 힘을 증거하는 소설이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벤야민의 일방통행로로부터 파사젠베르크에 이르기까지 여섯 장을 통하여 도시산책하면서 얻은 사유의 결과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적었습니다. 그리고 더하여 헤셀의 베를린 산책과 크라카워의 도시 몽타주에 관하여 설명했습니다. , “산책자의 사유라는 관점에서 벤야민의 사상적 특징을 주요 텍스트를 중심으로 조명하는 동시에 보충설명이 필요한 지점에서 벤야민의 핵심적인 이론 및 범주를 설명하는 구성방식을 취한다.(13)”고 했습니다.


벤야민은 거리에서 마주친 간판, 벽보 등을 통해 자신이 꾸었던 꿈을 연상하여 멕시코 대사관등의 작품에 담았다고 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수집 경험을 바탕으로 한 벤야민의 글은, 한편으로는 수집의 역사적 행태에 대한 서술을, 다른 한편으로는 진정한 수집가에 대한 성찰을 포함한다.(67)”고 했습니다.


보들레르에 관한 글에서는 표면적으로 보들레르 시는 대도시나 군중과 그다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지 않는다. 물론 악의 꽃2부는 파리 풍경이라는 제목 아래 파리 거리를 배경으로 하는 시들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카루젤광장이 언급되는 백조, 파리 거리를 가로질러가는 노파를 묘사한 가여운 노파들등이 있다. 또한 군중 속에서 등장해서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여인을 묘사한 지나가는 여인에게라는 시도 있다.(82)”라고 했습니다. 보들레르가 산책을 통하여 파리의 거리를 관찰한 것은 일시성과 우연성에 지배되는 현대 대도시의 변화를 시적 영감을 주는 새로운 체험으로 받아들였다.(86)”는 것입니다.


벤야민은 보들레르를 통하여 거리산책자가 탐닉하는 도취, 그것은 고객의 물결에 부딪히는 상품의 그것이다.(보들레르의 작품에 나타난 제2제정기의 파리, 91)”, 그래서 새로운 것이 어떤 것인지를 가장 잘 알려주는 사람은 거리산책자일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벤야민은 모스크바, 파리, 나폴리, 리가, 마르세유, 피렌체 등 크고 작은 도시를 많이 여행했는데, 이는 세계여행을 자주했던 외할머니가 여행지에서 보내온 사진엽서를 통하여 여행벽이 생겼던 것입니다. 이를 여행지가 원본이라면 여행지 사진은 복제품으로 비유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가본 여행지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어떤 마을이나 도시를 처음 볼 때 그 모습이 형언할 수 없고 재현 불가능하게 보이는 까닭은, 그 풍경 속에 멂이 가까움과 아주 희한하게 결합하여 공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습관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일방통행로에 적었습니다.


영화가 등장하면서 기차와 자동차를 타고 도시에 진입하는 경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기차역에서 내리는 승객에게는 낯선 도시 풍경이 갑자기 나타난다. 반면 도시의 입구, 즉 도시의 외곽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자동차 운전자에게 도시 풍경은 파노라마처럼 서서히 펼쳐진다.(181)”라고 했습니다. 벤야민이 최근에 등장한 드론이 찍은 도시의 영상을 보면 어떻게 이야기할까 궁금해집니다.


헤셀은 베를린산책에서 거리산책은 도시가 어떻게 집단적 기억을 환기시키는 매체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거리산책자가 종종 의도치 않게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흔적들과 마주치기 때문이다.(235)”라고 했습니다. 사실은 거리산책자의 사적 과거에 대한 기억보다는 베를린의 특정 장소와 연관된 역사적 일화의 비중이 더 크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크라카워는 대도시를 해독되어야 할 텍스트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헤셀, 벤야민과 유사한 문제의힉을 지닌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도시의 현재가 아닌 과거이 파편들을 해독의 대상으로 삼았던 벤야민과 달리, 크라카워는 생생한 도시의 현재가 제공하는 공간상의 의미를 해독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적극적으로 시대의 현실 안으로, 대도시의 미지의 영역안으로 전입했다고 할 수 있다.(241-242)”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창가에서 바라본 풍경에서 크라카워는 도시의 공간상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도시의 대표적인 건축물처럼 의도적 계획적으로 형성된 공간상이고, 다른 하나는 우연하게 형성되어 한 번도 어떤 관심을 불러일으킨 적이 없던 도시상이다.(245)”라는 대목을 더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