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민음사 모던 클래식 36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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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녹턴>은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집입니다. 다섯 개의 이야기 가운데 두 번째 이야기 「비가 오나 해가 뜨나」를 제외한 네 개의 이야기는 음악을 하는 주인공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제에 들어 있는 ‘음악’의 의미는 알겠지만, ‘황혼’의 의미는 아직 깨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보면 <녹턴>이라는 제목은 우리말로 야상곡(夜想曲)으로 옮기는 만큼 ‘저녁이나 밤에 어울리는 감정을 나타내는 몽상적인 성격의 작품’이라고 옮긴이는 설명합니다. 여기 담긴 소설들이 어느 정도는 몽상적인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저녁이나 밤에 어울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작품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한때 잘 나가던 음악인이거나, 혹은 아직 무명인 음악도입니다. 첫 번째 작품 「크루너」에 등장하는 토니 가드너는 한때 명성을 누리던 가수였지만, 이미 시대는 그의 편이 아니라서 음악적으로는 황혼을 맞고 있는 것 맞습니다. 그가 베네치아에 온 것은 스타만을 탐하는 아내와 헤어지기 위한 수순을 밟기 위해서입니다. 아내와 묵고 있는 호텔의 창문 아래를 지나는 운하에 곤돌라를 타고서 세레나데를 불러주는 엄숙한 의식을 치르기 위해서였고, 화자는 어머니의 우상이었던 가드너가 부르는 노래에 반주를 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 것입니다.

다섯 개의 이야기의 공통점은 밋밋함입니다. 서술은 매우 정교하게 다듬어져 읽는 맛이 풍부하지만 분위기가 고조되었다가 반전되는 맛이 없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이며 표제작이기도 한 「녹턴」에서 다시 등장하는 토니 가드너의 전부인 린디 가드너가 다시 등장하여 무명의 섹소폰 연주자와 벌이는 우발적 사건이 약간의 긴장감을 불러오는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밋밋함이야말로 <녹턴>의 흥미로운 점이라고 했답니다. 즉, 밋밋함이 반복되는 것은 바로 작가의 전략으로, 반복의 구조는 매우 복잡하여 그것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오선지가 필요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타임」는 “세심하게 표백된 스틸 속에 자리 잡은 그 반복들은 하나하나 누적되어 폭발을 예비하지만” 결정적인 폭발은 끝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옮긴이는 한술 더 떠서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솜씨라고 할 만하다고 합니다. 천의무봉은 바늘땀 하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선녀의 옷을 의미하는 사자성어입니다. 하지만 장삼이사에 불과한 저로서는 천의무봉을 알아볼 수 없었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저 자칫 지루할 정도로 밋밋하고,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똑 부러지는 결말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미진함이 남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네치아에서 타보았던 곤돌라를 호텔 창문 아래 운하에 세우고 세레나데를 부르는 환상적인 장면은 쉽게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산마르코 광장에 있는 카페에서는 악단이 연주를 한다는 것은 보아서 알고 있었지만, 플로리안 말고도 콰드리와 라베나 등이 더 있어 모두 세 개의 카페가 있고(오페라 평론가 박종호원장님에 따르면 그랑카페를 더해 네 개의 카페가 있다고 합니다), 악단의 연주자 가운데는 세 곳을 돌아가며 연주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 카페의 악단이 동시에 연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한 밴드의 연주가 잦아든 다음에 다른 밴드의 연주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살펴보니, 첫 번째 이야기 「크루너」와 마지막 작품 「첼리스트」는 베네치아, 그것도 산마르코광장의 카페에서 연주하는 이가 화자인데, 「크루너」에서는 기타연주자가, 「첼리스트」에서는 색소폰연주자가 화자인 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보니 누군가의 일을 한켠으로 비껴 서서 객관적으로 혹은 자신의 주관을 섞어서 기록한다는 것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작가처럼 세세한 내용은 물론 심리까지 서술할 수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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