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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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상상의 이야기 가운데 시간여행 만큼 매력적인 분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부터 시간여행을 동경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어렸을 적에는 미래로 가는 꿈을 꾸었던 것 같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과거로 가는 꿈을 꾸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제 본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를 만난다>는 시간여행인데 시간의 왜곡이 미래 혹은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차원에서 온 여성과의 인연이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이었습니다.

2009년에 제작된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2003년에 발표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시간의 왜곡은 특별한 장치를 이용하여 시간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이상으로 예측 불가능한 시간에 예측불가능한 장소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여행을 하는 헨리를 여섯 살에 처음 만난 클레어가 성인이 되어 실제 시간을 살고 있는 헨리를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 시카고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어 기시감을 느낄 수 있어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워낙이 헨리의 시간여행이 예측불가능하다는 설정 때문인지, 저자는 남녀 주인공의 입장을 프롤로그에 실었습니다. 클레어는 자신을 “오래전, 남자들이 바다로 나가면 여자들은 바닷가에 서서 작은 배의 모습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하염없이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떠나간 사람도 그렇겠지만, 기다리는 사람에게 시간은 더디게 가는 듯하여 고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간여행자인 헨리의 생각은 어떨까요? 헨리는 시간여행을 떠날 때 입은 옷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알몸으로 도착하게 됩니다. 따라서 “시간 여행 중에 나는 늘 절박한 모습이다. 도망 다니고 숨어야 하는 도둑이나 부랑자, 흡사 한 마리 짐승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싱클레어를 만나러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야기는 헨리가 28살이고, 클레어가 20살이 되는 해 10월 26일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클레어는 6살부터 헨리를 만나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지만, 헨리는 아직 싱클레어를 만나는 시간여행을 떠나기 전이기 때문에 그녀를 모릅니다. 6살 때 처음 만나는 순간이 독특해서 헨리의 모습이 각인되어 있던 클레어는 이미 헨리에게 대한 연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데이트는 싱클레어에게는 첫 번째 사랑을 일구는 일이었지만, 헨리에게는 마지막 사랑을 시작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헨리가 처음 싱클레어를 만나러 시간여행을 떠날 때까지는 싱클레어가 헨리에게 지난 이야기를 되새김해주는 과정이 따라갑니다. 그러니까 헨리는 싱클레어로부터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과거와 미래의 일은 전해 듣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의 두 사람은 시카고에서 만나게 되었지만, 헨리는 미시간 주 사우스 헤이븐이라는 호숫가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싱클레어를 처음 만났던 것입니다. 시간여행을 하면서 헨리는 다른 시간대에 사는 자신을 만나기도 하는데, 이는 시간여행의 법칙을 어기는 일인 것 같습니다. 즉 과거로 떠난 시간여행자는 시간의 흐름을 뒤바꾸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세의 모든 것이 시간여행을 떠날 때와는 달라져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여행자의 아내>에서도 시간여행의 법칙이 지켜지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생자필멸이라고 했는데, 시간여행자와 그의 아내는 결국 어떻께 되었을까요? 결국 죽음이 둘을 갈라놓았지만, 결코 끝이 아니었습니다. 죽기 전의 헨리는 자신의 죽음 뒤에 홀로 남은 싱클레어와 딸을 만나러 미래로도 시간여행을 떠났던 것입니다. 헨리는 이미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죽음 이후에는 기다리지 말고 자유롭게 살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싱클레어는 과거에서 시간여행으로 올 헨리를 기다리게 되었으니 기다림을 운명으로 안고 사는 셈입니다. 이런 삶도 가능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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