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인간 Homo Viator - 정신과의사 문요한이 전하는 여행의 심리학
문요한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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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시간을 내어 세상 구경에 나선 것이 회갑이 되던 해입니다. 그 전에는 출장이나 회의 등으로 짜인 일정의 틈에 한나절 정도 숨을 돌리는 정도였습니다.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이지요. <여행하는 인간>의 저자는 그래도 47살이 되던 해에 숨을 돌리는 안식년을 가졌다고 하니, 저보다는 훨씬 깨인 분 같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유럽여행을 같이 한 것을 시작으로 혼자서 히말라야로, 남미로,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삶의 경지를 터득하고, 그것들을 독자와 공유하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여행을 통하여 깨우친 것들을 ‘새로움, 휴식, 자유, 취향, 치유, 도전, 연결, 행복, 유연성, 각선, 노스탤지어, 전환’이라는 열두 개의 주제로 나누어 천착하였던 결과를 담았습니다. 이를 통하여, “인간은 왜 여행을 갈망하고, 여행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지 살펴보고, 이 시대에 ‘여행하는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개인적인 여행기라기보다는 여행의 내면을 들춰보는 ‘여행의 심리학’이라 하였습니다.

각 주제마다, 먼저 여행하면서 써두었던 일기를 모두에 가져온 다음, 주제에 따라서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면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 특히 여행을 통하여 얻은 것들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제와 관련된 대표적 사전을 주제별로 한 두컷 담고 있는 점은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만, 이 책이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사진은 오히려 번잡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자유’를 주제로 한 글에서 저자는 ‘여행이란 질서로부터의 일탈인 동시에 사회적 관계로부터의 일탈이다’라고 정의합니다만, 모든 여행을 그렇게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런 기분은 혼자서 여행할 경우라는 단서가 붙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혼자서 여행을 하는 경우에도, 그 여행이 공적인 임무를 띄고 있는 경우에는 일탈을 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치유로서의 여행의 경우도 일부 공감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만, 여행을 통하여 오히려 상심에 매몰되는 경우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주제를 풀어내면서 여행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인요하고 있는데, 저도 읽어본 자료가 있는가 하면 처음 접하는 자료도 있어서 견식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언급은 ‘여행 후 증후군’입니다. “나는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마음의 병을 앓았다. 유럽 여행을 마치고 와서는 알프스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그곳을 다시 걷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래서 무엇에 홀린 듯 히말라야로 떠났다(284쪽)”라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두어 주일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둥지로 돌아오는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효과는 석 달 정도 유지되고, 다시 찾아갈 곳을 찾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합니다.

물론 다녀온 곳에 대한 미진함이 있어 다시 찾아가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나 가보고 싶은 새로운 곳들이 너무 많아서 아직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는 여행을 일종의 앎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삼고 있고, 특히 우리의 선조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에 대한 갈증이 큰 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기묘묘한 자연을 찾아보려는 생각도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만, 우선 순위에서 조금 밀리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나오는 글에서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의 한 구절을 변조하여 만들었다는 “좋은 여행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속 풍경을 바꿔놓는 것은 물론 때로는 새로운 삶으로 우리를 초대한다.(331쪽)”라는 구절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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