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에 물들다 -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안영민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가을 초입에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다녀왔습니다. 특히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들의 관계에 별다른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오랜 세월 핍박을 받아온 유대인들의 고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인지 이스라엘에 대하여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준비하면서, 혹은 여행기간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에 물들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책읽기였습니다. 저자는 서른이 되던해 인도의 불가촉천민 마을에서 1년 가까운 자원봉사활등을 한 것을 시작으로 민족, 국가, 종교, 권력이라는 경계를 넘어 지구별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평등, 평화의 가치를 누리며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하는 시민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시민운동이 바로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그리고 <경계를 넘어>였다고 합니다.

저자가 우리나라에서 펼친 팔레스타인관련 시민운동이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이고 있는 온갖 만행을 세상에 알리는 일인데, 그런 활동에는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집회도 하고, 관련 책자를 만들거나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등, 생각보다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 같습니다. 2006년과 2009년에는 팔레스타인사람들의 삶을 직접 보고 가까이서 느껴보기 위하여 한동안 팔레스타인에서 지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에 물들다>는 저자가 2009년 팔레스타인에 머물면서 겪었던 생생한 경험을 담았습니다. 그것도 예루살렘이나 텔아비브 나 하이파와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데이르 알 고쏜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칠면조를 키우는 일을 거들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사는 동안 겪은 일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로 받는 다양한 차별대우, 예를 들면, 시도 때도 없이 생기는 단전이라거나, 검문검색이 극심하다거나 하는 등입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인명살상과 같은 끔찍한 일은 겪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저자에게 원한 것은 ‘한국 사람들한테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꼭 말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팔레스타인 지역에 시오니즘 운동이 결실을 맺어 유대인들이 모여들어 이스라엘을 건국하고, 이에 반발한 아랍국가들이 전쟁을 일으켰지만, 오히려 패퇴하여 이스라엘의 영토가 더 커진 것 등 이 지역의 현대사는 비교적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만, 유대인의 조상 아브라함이 메소포타미아로부터 이주하여 팔레스타인지역에 정착하면서 시작된 유대인들의 파란만장한 역사도 정리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현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이 어쩌면 그들의 역사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들이 녹아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역사란 어느 한 편의 시각으로 들여다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중립적이어야 설득력이 생기는 것이지요.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하는 고압적인 태도는 그들이 역사 속에서 당했던 것들을 거꾸로 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옛 말에 시집살이도 해 본 사람이 더 심하게 시킨다고 하던가요? 특히 악연의 역사는 어느 순간에 끊어줘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면 끊임없이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자가 팔레스타인에 머물면서 경험했던 그곳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도 더 순박하고 인간적인 면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 만났던 팔레스타인 친구를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저자에게 당부를 드린다면,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탄압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보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