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작은 미술관 여행 - 세계 미술사의 숨은 보석, 영혼이 쉬어 가는 그곳을 걷다
원형준 지음, 류동현 사진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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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여행을 앞두고 여행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로마제국 시절은 물론 그 이후의 도시국가들이 지중해의 무역을 장악하면서 쌓은 부를 바탕으로 건축, 조각, 미술 등 다양한 예술분야를 키워냈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은 여행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체여행이기 때문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구경할 기회는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에는 바티칸 미술관, 우피치 미술관, 브레라 미술관처럼 소장품의 규모가 크고 유명한 곳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간 미술의 원형준기자님이 특히 이탈리아의 작은 미술관에 주목한 이유는 첫째 대형미술관에서는 인파에 떠밀려 다니다 보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기 마련이고, 걸려있는 작품이 너무 많아 무엇을 보았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미술을 잘 모르는 저 같은 경우에는 그저 누구의 어떤 작품을 보았다라고 자랑하려는 속셈(?)이 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는 없었어도 도록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무엇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 작은 미술관들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아 고즈넉한 정원을 거닐며 휴식과 사색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래 있던 곳에서 옮겨져 맥락을 잃어버리는 많은 미술품들과는 달리, 작품이 걸려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어 맥락이 살아 있는 생생한 감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건축과 연계하여 제작을 의뢰한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로마를 시작으로 피렌체, 베네치아, 파도바, 나폴리, 라벤나, 밀라노, 포사뇨, 볼로냐, 베르가모 등 이탈리아 10개 도시에 흩어져 있는 30개의 작은 미술관을 소개합니다. 이들 미술관은 교회이거나 옛 이탈리아의 귀족가문의 소유였다가 공공기관에 이관하였거나 일반에 공개한 것들입니다. 다만 박물관의 규모에 비하여 소장 작품이 많은 탓인지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보면 따로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당연히 예술품들의 사진을 풍부하게 곁들이고 있는데, 사진은 역시 월간미술의 류동현기자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작품을 전체로, 필요하면 부분을 강조해서 찍은 사진까지 볼 수 있어 실감을 더할 수 있습니다. 보르게세미술관에 있는 <플루토와 페르세포네>라는 조각 작품을 찍은 사진을 보면 대리석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한 느낌을 사진으로도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프루토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는 장면을 대리석으로 조각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원초적이고 광폭한 힘에 대한 저항을 이처럼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은 이전까지 없었다. 플루토의 긴장된 등 근육, 뭉친 무릎과 종아리 근육은 자연스럽고 강한 힘이 느껴진다. (…) 야수 같은 그의 손아귀에 잡힌 페르세포네의 허벅지와 허리는 마치 대리석이 아닌 것처럼 살이 움푹 들어갔다.(51쪽)” 그런데 그런 느낌을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사진에 담아냈다는 것입니다. 류동현기자님은 얼마 전에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 http://blog.yes24.com/document/10039590>을 통해서 익숙해진 이름이기도 합니다.

중세 교회가 행한 짓(?)의 일면에 대하여 생각해봄직한 언급도 있습니다. “본래 성당에서는 사람들의 신심이 약해지고 타락하는 것 같으면 수도사를 파견해 심판론 등 ‘무서운 이야기’로 사람들의 신앙심을 고취시켰다. 수도사가 최후의 심판을 예언하고 증명하거나 기적을 실현하면 대중은 공포에 떨며 회개하고 신앙심을 다잡았다.(158-9쪽)” 이는 물론 또 짚어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북부의 다른 도시들은 르네상스를 일찌감치 받아들였지만, 베네치아는 14세기에야 르네상스를 수용했다.(212쪽)”라는 부분입니다. 베네치아와 피렌체는 서로 르네상스를 선도했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입니다. 그리고 라벤나에 있는 산 비탈레 성당이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성 소피아사원이 서로 규모만 다를 뿐 구조와 모자이크 장식이 비슷하다는 점도 기억할만 합니다. 오스만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다음 소피아성당을 장식했던 모자이크를 회칠하여 뒤덮어버린 것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작은 미술관이라고 전했지만, 내용으로 보면 알차고 큰 미술관이라 해도 좋을 그런 미술관들을 소개받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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