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라는 나라 - 고정애의 영국 편력기
고정애 지음 / 페이퍼로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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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영국과 관련된 것, 예를 들면, 역사, 문학, 영화, 문화, 의학 등을 꽤나 많이 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짧은 여행이지만 두 차례나 방문할 기회도 있었구요. 하지만 <영국이라는__나라>를 읽고 보니 사실은 지극히 표면적인 것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이 책은 중앙일보 고정애기자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영국에서 보낸 3년의 체제를 통하여 얻은 다양한 지식을 정리한 것입니다. JTBC 손석희 사장은 추천사를 통하여 “영국사회와 그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셜록의 머리, 왓슨의 가슴’ 두 가지가 다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참 잘 보낸 특파원이었습니다. 브렉시트와 난민사태 등에 대한 취재는 그녀 안에 있던 셜록과 왓슨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었습니다.”라고 하였답니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이, 1부는 영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 2부는 영국 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코뮤니티, 축구, 계급, 3부는 바꾸지 않아도 좋을 영국의 역사와 전통, 4부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렸던 영국의 제국 Empire 경험이 만든 사회상, 5부는 웨스트민스트로 대표되는 영국의 정치현장, 6부는 영국 역사와 현재를 대표하는 영국인, 등을 다루고 있다고 요약하였습니다.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만, 이 책을 읽는데 꽤나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흔히 만나는 영국여행기들이 신변잡기 혹은 자신만의 흥미를 전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는 달리, 진중한 글맛도 그렇고, 건성 읽어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일 듯합니다. 아니 런던을 비롯하여 영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흔히 가는 곳, 관심을 두는 곳보다는 영국적인 장소나 사건을 화두로 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북웨일스에 있는 영국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마을 이야기는 한줄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다녀온 곳이라서 금세 알아챌 수 있었고, 아서왕이 실존했던 영국의 왕이 아니라 웨일즈로 쫓겨 간 켈트족 전설의 영웅이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가늠하게 됩니다. “흔히들 런던의 화려함에 끌려 영국도 그럴 거라고 여깁니다. 영국 전체를 놓고 보면, 런던이 오히려 이질적인 곳이란 걸, 런던 밖을 돌아다니면서 절감합니다. ‘선진국(先進國)이란, 우리보다 앞서 나아간다는 의미일 뿐, 나아가는 과정이 덜 고통스러웠다거나 덜 힘들었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니란 것도 말입니다. 앞서 살아간 이들의 분투-이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의 집적물이 오늘 보는 영국이란 걸 말입니다.” 그래서 이네들의 삶을, 역사를, 그리고 그 안 사이의 맥락을 알고 싶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호기심과 배움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통념의 영국이 아닌 다면적인 영국을 전하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언젠가 다시 영국을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 찾아가보려 합니다만, 소설 <폭풍의 언덕>의 무대가 된 요크셔의 하워스의 언덕을 찍은 사진은 붉은 히스꽃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 장소를 소설로 이끌어가는 설명이 참 좋습니다. “흐린 날이었다. 대기에도 우울함이란 게 녹아 있다면 바로 그런 날이었을 게다. 잿빛의 규질암 석재로 지은 건물과 잿빛 하늘 사이 경계는 흐릿했다. 주변의 습기는 곧 빗방울로 변할 기세였다. 비탈진 골목길을 올라가며 이런 날씨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을씨년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상상 속으로의 도피뿐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의 묘사가 간결한 맛이 기사를 읽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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