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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육사 - 사육사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스토리 가이드북 ㅣ 직업공감 시리즈 4
김호진 지음 / 이담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청소년기는 여백이 많아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영향으로 일찍 미래를 결정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초등학교 무렵부터 선친께서 교편을 잡고 계셨기 때문인지 교단에 서는 꿈을 꾸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것이 고3이 될 무렵 선친께서 갑자기 의사가 되면 어떻겠느냐고 하시면서 의과대학으로 진학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지 않으니 의사가 되기는 했지만, 처음 뜻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청소년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담북스가 기획한 ‘직업 공감 시리즈’는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비행기 승무원, 기자, 광고인이라는 직업에 관한 안내서가 나와있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경지에 오른 분 보다는 신참을 갓 지난 분들이 저자로 나서서 자신의 직업에 대한 전문가적인 내용에 자부심을 담아 정리를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편집방향을 그렇게 잡고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만, 책의 구조는 물론 서술까지도 완전히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육사>는 동물사육을 맡고 있는 사육사라는 직업을 소개합니다. 동물원 말고도 동물 사육과 관련된 곳이 없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사육사하면 동물원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취업할 수 있는 기회, 즉 확률에도 민감하다는 것을 잘 파악하였는지, 전국에 있는 동물원 등 사육사로 일할 수 있는 곳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까지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 사육에 관하여 체계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교육체계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동물자원과(예전의 축산과를 이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처럼 동물과 관련된 과를 졸업하고 동물원과 같은 곳에서 실무를 경험하면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자신의 직업을 말할 때 자존심 때문인지 남들이 보기에 거시기한 부분은 생략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사육사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퇴근길에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타면 사람들이 눈치를 보면서 피한다는 것입니다. 종일 동물들과 생활하다보면 동물은 물론 동물의 배설물 냄새가 몸에 배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화까지도 솔직하게 소개하면서 사육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냄새’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씀을 드리면 제가 병원에서 일할 때는 병원 특유의 소독약냄새에다가 제가 하는 일이 포르말린을 쏟아가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포르말린 냄새까지 몸에 배어 있던 모양입니다. 일과 후에 택시를 타고 어디를 나가게 되면 ‘병원에서 일하세요?’라고 묻는 기사님을 흔히 만나곤 했습니다.
사육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청소년들이 가질만한 수많은 질문을 만들어내고 이에 대하여 솔직하게 답을 하는 식으로 책을 써냈습니다. 앞서 동물의 배설물 이야기도 했습니다만, 사육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최대의 장점은 책상머리에 앉아 컴퓨터와 씨름을 하는 경우가 많은 사무원과는 달리 자연 속에서 활동하는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압박을 받는 사무직과는 달리 동물들과 교감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안정된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육사라는 직업에 대한 저자의 자긍심은 다음 대목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나 사육사가 될 수 없다. 또 아무나 사육사로 평생 남을 수도 없다. 사육사는 특별한 사람이다. 혼자 있을 때는 빛이 나지 않지만 동물들과 함께 있을 때 빛이 나는 사람들이다.” 동물을 좋아하고 다양한 동물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라면 사육사를 꿈꾸어 보아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