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그리다 - 세계 지성들의 빛나는 삶과 죽음
미셸 슈나이더 지음, 이주영 옮김 / 아고라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죽음’은 누구나 피하고자하나 피할 수 없는 유일한 사건입니다. 다만 죽음을 어떻게 맞는가는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죽음을 그리다>는 그런 선택에 도움을 줄만한 책읽기였습니다. ‘세계 지성들의 빛나는 삶과 죽음’이라는 부제처럼, 16세기말에 죽은 몽테뉴로부터 20세기 말에 죽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에 이르기까지 사상가와 문호 23명이 죽음을 맞는 과정을 소개합니다.

프랑스에서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평소 ‘작가들의 마지막 말과 글을 모은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자료에서 발췌한 인용문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읽는 흐름이 끊어질 수는 있습니다. 그리도 그러한 인용문들이 전하는 작가들의 최후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사실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저 작가들이 남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과 글 중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살펴보고,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작가들의 모습을 좀더 가까이 들여다보려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몽테뉴는 ‘죽음은 우주 질서의 일부이자 삶을 이루는 한부분이다.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바라지도 말라(29쪽)’는 말을 남겼습니다. 몽테뉴는 평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했을 뿐 아니라 그의 수상록에서도 죽음에 관한 내용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읽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마무리하지 못한 그의 수상록을 조만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스칼 역시 죽음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의 <팡세> 역시 죽음에 대한 글로 가득하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죽는 것이야말로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라고 한 것을 보면 파스칼은 얼떨결에 당하는 죽음보다는 당당하게 죽음을 맞고 싶었나 봅니다. 생트 뵈브는 그의 죽음을 이렇게 전합니다. ‘파스칼은 아주 슬퍼 보였지만, 그래도 충만한 기쁨을 느끼며 죽어갔다. 죽음을 맞는 순간, 그는 갑작스럽게 힘이 빠지는 듯 보였지만 고통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의 <팡세>의 마지막 몇 장과 비슷한 구성이 있다(58쪽)’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주관적인 묘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얼마 후에 내가 죽을 거라는 사실뿐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 알 수 없는 건 피할 수없는 죽음의 정체다(65쪽)’라고 한 것을 보면 담담하게 죽음을 맞았다는 그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자주 만났던 세비네부인의 경우 ‘난 죽는 게 너무 두려워, 그래서 삶을 더 증오하지. 살면서 고통을 겪다가 결국 죽음을 맞게 되니까(77쪽)’라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발자크의 죽음을 전하는 세 가지 이야기에서, 대문호들의 죽음에 대한 기록들을 저자가 어떤 시각에서 다루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기작가들은 유명인들을 단정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미화해서 후대에 선보인다. 하지만 나는 유명인들의 결점, 실패, 비밀, 분노, 범죄, 악행, 우스운 짓, 수치스런 행동에 더 관심이 있다. 그게 더 글 쓰는데 도움이 되니까 말이다.(138쪽)’ 사실 선정적인 내용에 독자들이 더 관심을 가진다는 속설에서 저자 역시 자유로울 수가 없었나 봅니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23명의 대문호들에 대하여 흔히 알고 있던 모습과는 다른, 때로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한 저자 덕분이겠지요.

대부분의 인사들이 자연사를 맞았습니다만, 부인과 함께 죽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경우 자살한 경우입니다. ‘표절된 죽음’이라는 표제를 붙인 것처럼 그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와 헨리에트 포겔의 죽음을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죽음을 그리다>를 쓴 작가 스스로 고백한 짓궂은 면모의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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