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지음, 전행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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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으로 진단받은 엄마가 치료를 받는 과정을 함께 한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기획한 편집장 윌 슈발브가 그 아들입니다. 그래서 ‘함께 한’을 제목에 넣었나 봅니다. 췌장암이라고 해서 모두 예후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만, 일반적으로 췌장암으로 진단을 받게 되면 오래 살지는 못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5년 생존율이 5-10%이고, 생존기간의 중앙값이 6개월 정도, 즉 진단이 내려지면 6개월 정도 살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진단 시 병기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췌장암도 부위에 따라서는 일찍 발견되기도 합니다만, 대체로 많이 진행이 되어서야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인 엄마의 경우는 진단을 받고 20개월 이상 생존하였는데, 평소의 생활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출판사의 편집장을 지내는 아들처럼 저자의 엄마 역시 책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세상에 보기 힘든 북클럽을 만들었습니다. 엄마와 아들, 단 두 명이 함께하는 북클럽입니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을 서로 골라주고, 엄마가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동안 책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엄마와 내가 각자의 여행에서 어디에 있든 간에, 여전히 우리는 책을 공유할 수 있고, 그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결코 아프지 않은 건강한 사람이 되리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줬다.(49쪽)’ 사실 책읽기가 다양한 치유의 효과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저자의 엄마는 대단한 분이기도 합니다. 난민, 특히 여성과 어린이에 관심이 많은데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즉각 실행에 옮기는 행동파이기도 합니다. 폭탄이 쏟아지는 다르푸르, 보스니아 등의 전쟁터에 뛰어들기를 불사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였기에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우리는 그냥 지금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지 않니(53쪽)’라고 담담하게 진단을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그런 그녀가 삶의 마지막까지 매달린 사업은 아프카니스탄에 도서관을 건립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느 정도는 암을 억제해오던 항암화학요법이 제 역할을 못하는 단계에 오자 실험단계에 있는 치료까지도 거부하고 보존요법으로 제한하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도 비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고통에 시달리는 말기 암환자들이 적지 않는데도, 그녀는 이런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치료로 삶의 마지막을 이어갔던 것입니다.

두 사람이 북클럽에서 읽었던 많은 책들은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생소한 것들입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것들이 많고,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들 가운데서도 제가 읽지 않은 것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책읽기가 편협한 것 아닌가 되돌아보았습니다. 또 한 가지는 두 사람은 신간도 읽었지만,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입니다. 책읽기라는 것이 언제 읽었느냐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나, 버니 시겔의 <사랑은 언제나 기적을 만든다> 등은 읽어본 책이라 위안이 되었습니다. “한 번 읽고 나서도 다시 읽고 싶을 만큼 근사한 책이 세상에 널려 있는데, 그저 실없는 책을 집어드는 게 힘들더라구(211쪽)”라는 대목은 저의 책읽기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는대로 이 책의 작은 제목에 달려있는 책은 읽어보려고 생각합니다.

주치의 오라일리박사의 치료과정도 주목할만 합니다. 환자에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으리라는 언급을 해주기보다는 환자가 무엇을 바라는지 들어주고,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치료를 처방하고, 가능한 좋은 시간이 많이 남이 있기를 바라는 환자를 위하여 효과와 부작용을 조율하면서 치료 일정을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대체적으로 환자의 상황 보다는 치료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는 의사들이 참고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든 책읽기는 물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등을 많은 것을 생각해보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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