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그 아름다운 거짓말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 지음, 김은광 그림, 한북 사진 / 애플북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인도를 다녀온 분들은 다시 가보고 싶다거나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합니다. 최근에 시청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인도의 F4들이 출연하여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어 인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인도는 여전히 연구의 대상입니다. 인도에 관한 책을 꾸준히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문학, 연극, 음악, 미술계에 몸담고 있는 예술인들 가운데 인도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인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이 있다고 합니다. <인도, 그 아름다운 거짓말>은 그 모임에서 활동하시는 열두 분이 각자의 인도에 대한 느낌을 다양한 형태의 글로 써낸 기행문입니다.

건축을 하시는 함성호시인님의 첫 번째 글 ‘달빛의 거리’에서부터 여행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배우게 됩니다. ‘나는 인도를 여행하지 않았다’라고 운을 뗀 시인은 물론 인도의 몇몇 유명한 관광지를 가보았지만, 그곳은 그저 속초, 강릉, 해남에 불과했다고 했습니다. 시인의 최대의 관심사는 ‘사는 일’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인지 곁들인 사진에 인도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시인은 ‘만난 사람들이 이끄는 대로 흘러다녔고 거기에서 살았다’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인도를 여행한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전제가 틀린 셈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라는 라캉의 멋있는 말을 인용하여, 그들의 삶을 조명하려는 시도가 너무 현학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김경주시인님의 갠지스에 관한 짧은 글 역시 딱히나 갠지스나 쿠트브미나르 성전과 엮이지 않아도 나올 법한 느낌입니다.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엽서 한 장을 기다린다’라거나 ‘내 몸의 이역들은 울음이었다고 쓰고 싶어지는 생이 있다. 눈물은 눈 속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한 점 열이었다.’는 구절 등이 그렀습니다.

석가모니 부처께서 열반에 드신 쿠쉬나가르를 찾은 차창룡시인님이 소개하신 부처의 생의 마지막 모습은 깨친 자의 이타행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시인에게 쿠쉬나가르는 특별했나 봅니다. ‘쿠쉬나가르는 석가모니의 열반상 외에는 특별히 구경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곳에는 여느 곳과는 다른 기가 흐르고 있었다.’라고 적었습니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그들이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그런가하면 동행하신 부인과의 사소한 갈등에서는 인간적인 모습과 어쩌면 저도 여행을 하면서 그런 모습을 보이곤 하지 않나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가하면 음악평론가 김진묵님의 ‘봄베이 탈출기’를 읽으면서 앞서 말씀드린 인도의 F4가 말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최선의 계획(No Plan is Best Plan)'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물론 30년 가까이 옛날이야기라서 현실감은 다소 떨어지는 이야기입니다만, 경유지 일본의 비자를 챙기지 않고 여행을 떠났다가 곤욕을 치렀다는데, 일본에 입국할 때 90일짜리 단기비자를 받을 수 있던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부희령작가님의 이야기는 자신이 겪은 일인지 아니면 창작인지 모호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남편이 원한다고 해도 아이들을 시댁에 맡기고 인도로 구도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듯합니다. 부부가 인도에서 보내는 시간들을 보면 위태롭게 보이는 것은 딱히 인도에 가지 않았어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 같습니다. 인도로 떠난 스케치여행에서 겪은 이야기를 속한 건축가 김은광님의 글을 읽으면서 이 책에 실은 스케치들이 이 분 작품인가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시 건축을 하시는 분이라서인지 스케치가 섬세하고 특히 건물의 특징이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그런가 하면 남부터미널 근처에도 인도박물관이 있습니다만, 연극연출을 하시는 최창근님의 글은 인도가 아닌 한국에서 인도를 여행하는 방법을 소개한 것입니다. 어떻든 열두 분은 나름대로의 독특한 방식으로 인도를 이야기합니다. 읽기를 마치고 나서 딱히 무엇이 남았나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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