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반격 - 디지털, 그 바깥의 세계를 발견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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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세상이라서인지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제목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종이책을 내는 일 자체가 버겁다는 출판계의 비명을 들어온 것도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스러져가는 아날로그가 힘겨운 반항이 아니라 반격이라는 거창한 전투태세를 갖출 수 있는지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레코드가게가 문을 열고 장사가 잘된다는 이야기를 프롤로그에서 읽는 순간 빈사상태에 빠져있던 아날로그가 반격의 실마리를 찾았구나 싶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날로그의 반격은 디지털 기술이 꽃을 피웠기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역설적인 설명을 내놓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아날로그가 회생가능하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기술의 진화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며. 한 편으로는 디지털 기술과 겨루어 살아남을 수 있는 내공을 쌓은 아날로그만이 회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아날로그의 반격>이 디지털 기술에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라 어떤 아날로그 기술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2부로 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레코드판, 종이, 필름, 보드게임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음을 확인하고, 디지털에 밀리던 이들 상품이 어떻게 돌파구를 찾았는지도 같이 살펴보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출판, 유통, 제조, 교육은 물론 실리콘밸리로부터의 교훈을 이끌어냄으로써 아날로그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사실 디지털이 가지는 편리성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 편리함 속에서 부족한 무엇을 느끼게 된 것은 인간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인간이 오래도록 누려왔던 오감 가운데 사라진 것들에 대한 향수가 아날로그의 부활이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첫 번째 주제가 된 레코드판의 경우 돈을 지불하고 확보한 유형의 소유물은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조부세대가 즐기던 아날로그를 외면하던 부친세대와는 달리 손주세대는 부친이 즐기는 디지털로부터 관심을 옮겨가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년전에 내놓은 책은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외면하는 바람에 조금씩이지만 오랫동안 매출을 올리고 있는 건강서적을 출간해준 출판사에서 떠맡다시피 출간을 했던 것도 종이책으로 남겨야 오랫동안 기록이 남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책을 세상에 내놓을 꿈을 꾸고 있습니다. 뉴욕에서는 최근에 서점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종이책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돌아오고 있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명동에 서점이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것들(서점?)이 모두 사라져버린 곳은 더 이상 도시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서울에서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랍니다.

디지털 경제의 퇴보는 결국 일자리 창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디지털 경제는 인간의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하이테크산업은 편중된 일자리만을 늘려왔기 때문에 다양한 계층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스티븐 킹은 ‘모든 오래된 것이 머지않아 새로운 것으로 탄생할 것이다’라고 했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탄생’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미래 세대는 과거의 아날로그적인 것들을 단순하게 다시 사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과거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무엇이 미래세대의 입맛에 맞아야 아날로그 기술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디지털을 뛰어넘는, 즉 사람의 감성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무엇을 발견해낼 수 있다면 분명 아날로그의 블루오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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