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
류동현 지음 / 루비박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몇 일 전에 늦게까지 방영하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영화를 보느라 밤잠을 설쳤습니다. 1편부터 4편까지를 초저녁부터 연달아 방영하였기 때문입니다.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십자군>편을 다시 보았습니다. 최근에 다녀온 요르단의 페트라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초승달계곡의 아름다운 협곡과 알카즈네가 등장합니다. 특히 커다란 방밖에 없다는 알카즈네 어딘가에 성배가 숨겨져 있다는 설정 때문에 영화를 볼 때는 알카즈네의 웅장한 모습에 눈길이 가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성배로 가는 길에 숨겨져 있는 비밀, 특히 마지막 절벽을 건너가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사자의 머리에서 뛰는 자 만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라는 구절은 절벽 위에 숨겨져 있는 다리는 신념이 있는 자만이 길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사실 페트라를 방문했을 때, 아즈카네의 건너편 절벽 위로 가기 위하여 나무판으로 된 좁은 다리를 건너가면서 마치 인디아나가 된 느낌이었기 때문에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것입니다.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은 고등학생이던 1981년 개봉된 영화<인디아나 존스와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에 빠져 결국은 고고학을 전공하게 된 저자가 그동안 모은 인디아나 시리즈의 영화 4편에 관한 자료를 정리한 책입니다. 조금 아쉽다면 2008년 개봉된 <인디아나 존스와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경우 개봉전에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을 출간한 까닭에 상세한 내용을 적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출간을 조금 미루어 개봉된 영화를 감상하고서 내용을 정리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8년을 기다렸는데, 몇 달 정도는 더 기다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책은 오래 남는 것이라서 뒤에 책을 보게 되는 저 같은 독자가 불평을 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매 편마다 눈길을 끄는 소품이 등장하는데, 조금 비중이 떨어지는지 페루에서 발견된 <제의용 칼>이라고 간단하게 넘어간 것은 투미(Tumi)라고 부르는 선잉카문명의 제의용 칼입니다. 추수감사제에서 공양되는 야마를 희생하는 과정에서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십자군>의 무대가 되는 알렉산드레타는 1921년 앙카라조약의 산물로 알렉산드레타와 안티옥을 묶어 탄생한 프랑스의 자치령이었던 것이 1938년 하타이국으로 독립을 선포했지만 결국 1939년 터키의 하타이 주로 편입되고 말았습니다. 하타이하고 요르단의 페트라와는 거리가 만만치 않아 보이않습니다만, 결국은 오스만제국의 영토였다는 점을 보면 이해가 될만도 합니다.

모두에 “고고학이란 진리가 아니라 사실을 찾는 것입니다”라는 인디아나 존스 교수의 고고학에 대한 정의를 시작으로 고고학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을 보면 지금은 고고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직업을 가진 저자의 고고학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저자는 인디아나가 고고학자이자 유물사냥꾼이라는 양면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하면서도 고고학에 대한 개념이 변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19세기 중엽에 학문으로 자리잡은 고고학은 당시만해도 ‘과거 인류가 남긴 물질적인 자료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자리매김되었던 것이 최근에는 ‘과거 인류들이 남긴 물질적인 자료를 통해 당시의 문화를 복원하고, 그들의 문화가 어떻게 그리고 왜 변화되었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재정립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디아나 연속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바가 없지 않습니다만,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들이 영화인이라는 점을 보면 심오한 부분보다는 오락영화로서 즐기는 가운데 앞서 살았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하여 관심을 둘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요소를 위한 장치로 끼워넣은 것을 헷갈리지 않는 것도 중요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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