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박경민 옮김 / 한겨레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읽은 <내 인생 최고의 책; http://blog.yes24.com/document/9821751>에서 추천하는 책들 가운데 읽을 수 있는 마지막 책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1년 전에 읽은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http://blog.yes24.com/document/9088183>을 읽을 때도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많이 늦은 감이 있습니다.

앨라바마에서 빈곤층, 흑인, 청소년,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무료 변호를 하는 이퀄 저스티스 이니셔티브라는 비영리 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하는 브라이언 스티븐슨이 바로 <앵무새 죽이기>의 저자 하퍼 리의 고향인 앨라배머의 먼로빌에서 태어난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백인여성을 강간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된 흑인남성의 변호를 맡은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는 그의 무죄를 입증해냈음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들은 유죄를 선고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만큼 먼로빌의 백인사회는 흑인들에 대한 편견이 단단했던 것입니다.

1960년대 발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앵무새 죽이기>를 지역홍보의 상징으로 삼고 있는 먼로빌이지만 1980년대에도 여전히 흑인들에 대한 편견은 깨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앵무새 죽이기>는 작가 하퍼 리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스카웃과 오빠 젬 그리고 오빠의 친구 딜이 스카웃의 이웃에 사는 부 래들리의 정체를 밝히는 모험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나이 무렵이면 누구나 경험했을만한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해 가면서 관심사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강간범으로 몰린 흑인 톰 로빈슨의 변호를 아버지 애티커스 변호사가 맡으면서 세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커다란 발전이 생기게 됩니다. 과격한 백인들은 애터커스가 흑인을 변호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결국은 그를 죽이겠다며 협박에 나서게 되는데, 그런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스카웃이었습니다.  편견으로 똘똘 뭉친 어른들도 아이들의 순수함에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변함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애티커스 변호사가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 톰 로빈슨이 무죄임을 밝혀내지만 배심원들은 톰이 유죄라는 평결을 내놓은 것입니다. 강간 피해자라는 마옐라는 주위로부터 소외된 존재였고, 사람의 정이 그리웠던 그녀가 오히려 톰을 유혹했던 것이고, 그 장면을 목격한 아버지 이웰씨는 오히려 톰을 강간범으로 몰아간 것이 사건의 본질이었습니다. 재판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웰씨는 애티커스 집안에 복수할 기회만을 노리고, 스카웃과 젬을 위협하는 순간 은둔한 삶을 사는 이웃 부 래들리씨가 어린이들을 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가 된 데는 젬에게 공기총을 사준 아버지가 ‘넌 분명 새를 쫓아다니게 될 거야. 그때에 맞출 수만 있다면 어치는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일은 죄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137쪽)’라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직접 그 이유를 설명한 것은 아니지만, 이웃인 머디 아주머니는 스카웃에게 이렇게 설명합니다. ‘앵무새는 노래를 불러 우리를 즐겁게 해줄 뿐, 곡식을 축내거나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만들지는 않아. 그저 온 힘을 다해 노래를 불러주지.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면 죄라고 하셨을 거다’ 무고한 톰을 강간범으로 모는 일은 ‘앵무새 죽이기’였다는 것이 톰 로빈슨 사건을 통해서 작가가 배운 세상사였던 것입니다. 또한 편견으로 똘똘 뭉쳐있는 듯한 마을에도 행동하는 양심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 래들리씨가 직접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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