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벼르던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를 읽기 시작합니다. 모두 10권으로 되어
있으며, 2권의 축약본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더 스타일에서 8권으로 출간한 <역사의 연구>를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나는 왜 <역사의 연구.를 썼는가’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역사가는 인생에 하나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처럼 신의 소명 속에서 자기의 사명을 따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폴레옹의 이집트원정에 따라간 프랑스 학자들을 필두로 서양의 학자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11개의 문명을 되살려냈다고 했습니다. 구세계의 이집트, 바빌로니아, 수메르, 미노스, 히타이트, 인더스, 중국 등의
문명이 있고, 신세계에서는 마야, 유카텍, 멕시코 및 안데스 문명 등입니다. 한때는 번성하여 영화를 누렸던 그 문명들을 모두 사라지게 한
‘죽음의 문’은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던 것이 저자로 하여금 문명의 쇠퇴와 해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만들었다고도 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문명의 발생과 성장가지 연구한 결과가 <역사의 연구>라는 것입니다.
<역사의 연구1>는 모두 7개의 장을 담았습니다. 1. 역사 연구의 단위, 2. 문명의
비교연구, 3. 사회의 비교 가능성, 4. 문명발생 문제와 해답의 오류, 5. 문명발생 도전과 응전, 6. 문명발생 역경의 효능, 7. 문명발생
환경의 도전(1) 등입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했던가요? 저자는 영국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그 끝은 영국의
역사가 자족적이거나 고립적인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시각이 영국의 밖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역사에 작용하는 힘은 한 민족뿐만
아니라 좀 더 넓은 범위에 작용하는 원인 때문에 생겨난다(32쪽)”라는 사실을 발견해냈습니다. 저자는 역사의 연구 단위는 사회라고 이름붙인 어떤
종류의 인간집단으로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19개의 사회를 발견해냈습니다. 서구, 정교 그리스도교, 이란, 아랍, 극동,
헬라스, 시리아, 인도, 중국, 미노스, 수메르, 히타이트, 바빌로니아, 이집트, 안데스, 멕시코, 유카텍, 마야 등입니다. 나아가 정교
그리스도교 사회를 정교 비잔틴 사회와 정교 러시아 사회로 나눌 수 있으며, 극동 사회는 중국 사회와 한국․일본 사회로 나눌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도합 21개의 사회를 찾아냈습니다. 그 가운데는 현존하는 사회도 있으며, 사라진 사회도 있습니다. 저자는 일본 사회가 한국을
통하여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하였으면서도 한국 사회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저자는 이들 사회를 모두 문명사회로 보았고, 그밖에 이들 사회의 밖에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는
미개사회가 무려 650개나 된다고 했습니다. 미개사회가 문명사회로 전환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고 본 저자는 자연 혹은 인간집단의
상호관계가 가져오는 변화, 즉 사회집단의 흥망성쇠를 그 유명한 ‘도전과 응전’이라는 공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역사의 연구>를 통하여 보여준 저자의 탁월한 시각은 서구중심의 역사관에서 탈피했다는
점입니다. 즉 오직 서구문명만이 문명이라는 ‘문명단일론’이나 혹은 모든 문명이 이집트문명에서 시작되었다는 ‘전파론’은 잘못되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문명을 시작한 인간이 지닌 특별한 속성이나 당시의 특별한 환경적 특성으로 문명의 발생을 설명하려는 것 역시 잘못되었다는 주장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환경이 서로 작용하는 가운데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저가 그런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만, 책의 말미에는 각장의 내용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서술이
평이하기 때문에 잘 읽힙니다만, 다양한 문명의 역사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의 역사를 인용하는 경우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도 있습니다. 어떻든 지금까지 지구상에 출현한 사회의 역사를 씨줄과 날줄로 잘 연결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