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물리학 - 죽음을 치유하는 의학
아미트 고스와미 지음, 최경규 옮김 / 북랩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소멸을 의미하는 죽음을 두려워했습니다. 사실은 현세에 최선을 다한다면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죽음 이후의 세계를 꿈꾸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하여 영혼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이 영혼이 죽음의 세계와 현세를 오가는, 즉 윤회의 매개체로 삼았고, 궁극적으로는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낸 것입니다. 이런 생각들이 결국은 다양한 형태의 종교로 귀착되어왔던 것 같습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천지창조를 비롯해서 종교적 관점에서 설명하던 것들이 하나 둘 실체가 밝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가 하면 과학적 발견들을 종교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시도 또한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혼의 물리학>은 영혼의 존재와 윤회의 개념을 양자물리학의 관점에서 설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생존과 윤회에 관한 양자 모델에 관해 정확한 경험적인 증거들이 많다고 주장합니다. 실험적 증거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직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영매가 죽은 사람과 소통하는 기전을 양자역학으로 설명하지만, 소통과정은 양자물리학적 실험으로 입증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윤회의 사례로 티베트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영적 지도자의 환생을 들고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놀라운 일이라 생각합니다만, 그러한 일이 일반화되지 않은 현상이라면 과학적으로 입증가능한 일은 아닐 듯합니다.


물론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개별 원소들이 어떻게 모여 구성되는지 밝혀졌고, 사후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완전히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갔다가 재활용된다는 사실까지도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저자의 주장대로 원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되는 소립자가 생명체의 구성과 전후관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밝혀지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그야말로 무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옳다는 것이 입증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그 해답을 양자물리학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바로 죽어가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로 만들어진 <티베트 사자의 서>에 담긴 아이디어를 현대의 양자물리학으로 통합하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쓴 <양자의사; http://blog.joins.com/yang412/15233353>를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과 연결하여 보면 아직도 설명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확정성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양자물리학 자체에 미해결된 전제가 남아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재활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윤회’라는 개념의 기본틀은 틀린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윤회의 완성은 한 생명체가 존재하면서 얻은 경험이 다음 생으로 이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생명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생전의 경험, 즉 기억이 다음 생으로 이전(移轉)하는 것을 윤회라고 한다면 먼저 기억이 형성되는 기전과 그 기억이 누군가 다른 존재, 현생이 되었건 아니면 세대를 뛰어넘은 존재로던 간에 이전(移轉)돌 수 있다는 것이 설명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억의 형성 기전마저도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근사체험을 통하여 영혼의 존재를 설명하려는 경험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근사체험을 신경생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실험적 가설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습니다.


죽음 이후의 세계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바이나 밝혀진 것이 많지 않아 더욱 호기심을 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죽음 이후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 현세를 더 열심히 살아가도록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죽음 이후의 세계를 양자물리학이라고 하는 현대과학으로 설명하려는 저자의 시도가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만큼은 열어두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