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펌 -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삶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자기계발을 할 이유는 없는 듯하여 자기계발과 관련된 책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보니 젊어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삶’이라는 부제가 더 크게 다가온 듯합니다.


<스탠드펌>은 일종의 안티-자기계발서를 지향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핑핑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계발을 강요받아온 사람들에게 오히려 자기 삶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를 담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안티-자기계발을 화두로 한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근본적인 실존적 불확실성과 불안이 팽배해질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진단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온갖 상담과 치료법, 코칭, 마음챙김, 긍정의 심리학, 일반적인 자기계발의 쉬운 표적’이 되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즉 끊임없이 빨라지는 문화를 ‘따라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적응할 마음, 자기계발과 전문성 개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장삼이사들을 유혹하는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이유인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둥둥 떠다니기 마련인데,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뿌리내리고’ 사는 방법을 안내하는 또 다른 자기계발서의 역할을 배우는 기회를 만들어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스토아철학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가속화사회에서는 보수주의가 사실상 진보적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역설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자기계발서가 통상적으로 취하는 7단계의 접근 방식을 가져왔습니다. 1. 멈추다; 자기 중독 끊어내기, 2. 바라보다: 삶의 부정적인 면 인정하기, 3. 거절하다: “아니요”라고 말하기, 4. 참다: 감정 다스리기, 5. 홀로 서다: 코치와 헤어지기, 6. 읽다: 소설 읽기, 7. 돌아보다: 의미 있는 일을 반복하기 등입니다.


읽다보니 제가 평생 살아온 방법과 상당히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자기계발에 관심이 없었으니, 멈추고 홀로서고 돌아볼 일은 별로 없었던 것 습니다. 제가 자기계발서 아니냐고 생각했던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저자는 이 책이 ‘한편으로는 자기계발서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기계발서로 위장한 문화비평서처럼 보이기도 할 것(39쪽)’이라고 전제하였습니다. 아마 저자가 제 맘속에 들어왔던 모양입니다.


최근에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투덜대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힘들지 않은 척해야 한다’라는 조언을 해준 분이 있었습니다. 다들 힘들지만 ‘잘 지내는 척’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고 어깨를 토닥이는 말을 해줍니다. 즉 “투덜댈 자유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능력에서 나온다(86쪽)”라는 것입니다.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도 저에게서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남들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저에게 질렸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예’가 유행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잡지 못할까봐, 놓칠까봐 두렵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아니오’라고 쉽게 말하는 것 같지만, 나름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기도 합니다. 소포클레스의 희곡 <안티고네>에는 예와 아니오에 관한 클레온왕의 고뇌가 나옵니다. “‘예’라고 하기는 쉽다. 하지만 ‘아니오’라고 하려면 팔을 걷어 부치고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아니오’라고 말하려면 많은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해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들에 휩쓸려 가다보면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 가끔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때, ‘아니요’라고 말하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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