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기원 -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 책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 ‘나는 누구인가?’하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궁금해집니다. 40년전 미국 작가 알렉스 헤일리가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뿌리>를 발표하여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뿌리찾기에 눈을 뜨게 해준 바 있습니다. 헤일리는 일곱 세대를 거슬러 올라갔을 뿐인데도 한 권의 책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렇다면 ‘나’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우주의 시원에 이르게 된다면 도대체 몇 권의 책을 써내야 할까하는 궁금증이 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도서관을 하나 차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두꺼운 책을 누가 읽을까요? 우수한 젊은이들이 모인다는 예일대학의 학생들 역시 자세하고 두꺼운 나의 역사를 읽을 생각은 없었던가 봅니다. 다만 검증가능한 ‘커다란’ 가설을 통하여 과학을 배운다는 핑계로 나의 뿌리를 우주의 탄생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예일대학교 학부생의 뿌리찾기를 도와준 사람은 지구물리학을 전공하는 데이비드 버코비치교수였습니다. 한 학기에 걸쳐 진행된 세미나를 통하여 학부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고, 그 세미나의 내용을 책으로 묶어낸 것이 <모든 것의 기원>입니다.


우주의 기원으로부터 나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하루에 해당하는 24시간으로 압축한 영화로 만든다면 엔딩크레딧이 지나고 4/100초 만에 최초의 인간이 등장하고 (나의 역사는 눈깜박할 사이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1시간을 더 기다리면 최초의 동물이 등장하며, 지구와 태양계의 탄생은 다시 7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16시간을 더 기다려야 우주가 탄생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토록 장구한 역사를 저자는 100쪽 남짓한 분량으로 요약했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말이 훨씬 서술적이었는지 우리말로 옮긴 이 책은 그 세배나 되는 296쪽이나 됩니다. 어쩌면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고 하면 될 구절을 “독자들은 치 책에 수록된 내용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지 말로,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대충 훑어본 경치’쯤으로 생각해주기 바란다”라고 장황하게 옮겨야 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한글세대를 위한 옮긴이의 심모원려 (深謀遠慮)일 것으로 생각한다.


우주의 탄생부터 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면 천체물리학으로부터 지구물리학, 생명공학, 생물학, 의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문적 분야에 대한 심오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학문적 서술을 아주 쉽게 정말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저자의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읽다보니 의문이 생기는 부분도 있습니다. 빅뱅이론에 따라 계산된 우주의 나이가 약 140년이고 태양계의 나이는 50억년이라고 했습니다. 태양의 수명은 100억년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핵융합의 원료가 되는 수소가 소진되고 나면 대책 없이 부풀어가는 적색왜성이 되면서 수성, 금성, 지구까지 집어삼켰다가 다시 수축되어 원래 크기의 100분의 1로 줄어드는 백색왜성이 된다는 것입니다. 어떻든 왜성으로 쪼그라들지 않는 거성의 경우에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초신성이 되는데 이때는 살아생전에 만들어낸 무거운 원소들을 은하 전체에 뿌림으로써 차세대 별과 행성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140년 밖에 되지 않는 우주의 역사 가운데 초신성의 폭발이 언제 일어났고 그 잔해들을 모아 지금의 태양과 지구와 같은 별과 행성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지구물리학을 전공한 저자이다 보니 이 분야에 대한 설명에 조금 더 신경을 쓴 티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습니다. 의학을 전공한 저의 눈에 띄는 대목은 인류의 오늘이 있게 된 결정적인 선택은 직립보행이었고, 인류로 진화한 다음에는 불을 사용한 것과 의학을 발전시킨 것이 결정적 선택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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