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개정판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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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내와 함께 책을 읽게 된 것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아내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라는 책의 제목이 묘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책의 정체가 궁금해졌던 것입니다.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라는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이 책은 화가의 눈을 통해 여성들이 독서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에 대한 설명과, 독서의 역사와 특히 여성들의 독서의 역사를 정리하였습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사진예술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모두 65점의 그림과 사진을 소개하고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미술관에 숨어있는 작품은 물론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잘도 찾아냈구나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여기 소개된 작품들 가운데 직접 감상한 작품은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 박물과에 걸려있는 프란츠 아이블의 <독서하는 처녀>, 한 점뿐입니다.


저자는 “독서를 즐거움을 주며 우리를 다른 세계로 옮겨놓을 수 있다.(13쪽)”라면서 글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17세기 들어서야 만들어져 18세기에 굳어진 생각이라고 합니다. 그 이전에는 무절제한 독서로 인하여 도덕과 질서가 몰락하게 될 것이라는 보수적 시각이 주류를 이루었던 것입니다. 특히 소설의 유행에 따라 독서에 유혹된 여자는 방탕함에 휩쓸려갈 위험이 큰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독서의 확대는 책읽는 이들로 하여금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눈을 뜨게 만들었으므로 교회나 세속 당국의 지배를 위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그 무렵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자는 실제로 위험했다고 합니다. 적어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자는 자신만의 자유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책을 통하여 독립적인 자존감을 확립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책읽기가 보편화되면서 어디에서나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집이 가장 좋은 책읽는 공간입니다. 18세기 중엽부터는 마차, 대로, 극장, 카페, 해수욕장, 가게, 심지어는 산책을 하면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책읽기가 보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책읽기에 대한 인식은 크게 개선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엘케 하이덴라히히는 이 책에 대한 추천의 글을 ‘독서의 역사에서 여자는 종이에 적힌 단어의 그물 속으로 날아든 작은 파리에 불과했다. 그들은 구경꾼이었다’라는 두브라브카 우그레시차가 <독서금지>에 쓴 한 대목을 인용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읽는 사람의 대부분은 여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자는 책읽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고, 생각하는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여성의 입장에서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여자에게 때때로 책이 남자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남자에 대한 편견 같은 것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저자는 “‘책 읽는 여자’와 ‘화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저자의 말에서 책읽기의 역사와 책읽는 여자를 화폭에 담은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총론적 관점을 꽤나 길게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6개로 구분한 주제에 따라 책읽는 여인을 담은 그림들을 소개하고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을 옮긴이들 역시 여성들의 책읽기에 대한 옮긴이들 나름대로의 생각을 세 차례에 걸쳐 아주 길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원저자인 슈테판 볼만과 우리말로 옮긴 조이한, 김정근님의 공저가 되는 셈입니다. 아마 원저의 부피가 아쉬웠다고 하더라도 옮긴이가 딱히 그럴 이유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원저에서 얻은 느낌이 컸기 때문에 일부러 별도의 글을 썼다고 한다면 이 책과는 별도의 책을 구성하는 것이 적절치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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