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여행기
매튜 라이언스 지음, 정주연 옮김 / 이레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다른 분들도 대부분 그러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자라면서 언젠가부터 마을 밖 세상에 관심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호기심 때문이라기보다는 본능 같은 것이었을까요? 마을 밖이 도시 밖으로, 도시 밖이 나라 밖으로 발전한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도시 밖으로 나갈 때만해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만, 나라밖으로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여행의 자초지종을 적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옛날 사람들도 그랬던가봅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때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나서기도 했고 그 분들이 남겨놓은 기록이라도 발견되면 뒤에 그길을 가는 사람들은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록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기록을 남겨놓기도 했습니다.


<불가능한 여행기>는 옛날 사람들이 남겨놓은 다양한 여행기에 대한 종합 리뷰인 셈입니다. 저자가 인용한 여행기들은 14세기부터 19세기 무렵에 이르고 있습니다. 알려진 것보다는 미지의 세계가 더 많았던 시대였기에 억측과 환상이 존재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들어가는 말의 제목을 ‘탐험의 시대, 허구와 진실이 불분명한 그 시절 이야기’라고 적었던가 봅니다. 다만 그 이야기들 가운데 실제로 있었던 것들만 가려 소개합니다.


<불가능한 여행기>라는 제목을 달아놓은 것처럼 지금은 불가능한 여행의 정의를 이렇게 내려놓았습니다. 1.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 가고자 했던 여행, 2.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 갔다거나 그곳을 보았다는 주장, 3.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는 여행, 4. 계획 또는 실행이나 결과에 상관없이 실제로 아주 불가능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믿기 힘들거나 있음 직하지 않은 여행 등입니다. 그 가운데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는 여행은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처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안타까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들은 워낙이 없던 곳이라서 그런 곳을 상상하고 기록으로 남기기까지 한 옛날 사람들의 속셈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기조차 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소문은 늘 유럽 부둣가의 늘어진 사슬 위에서 맴돌고 있었고, 신세계의 발견을 가능케 한 것도 제멋대로 포진 소문들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그런 소문의 힘, 상상력과 믿음에서 나온 이야기를 자아내는 능력에 바치는 찬사’를 이 책에 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허구를 담는 일은 피하기 위하여 빈약하더라도 실제에 기반한 이야기만을 다루었다는 것입니다. 모두 24개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만큼 옛날부터 전해오는 여행이야기가 풍부하다는 것인데, 그 기록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다보니 원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원전을 단편적으로 소개하고 자신의 생각을 길게 늘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문명과 야만의 만남’이라고 표현하는 서구사람들과 미지의 세계 사람들과의 만남 뒤에 전해지는 미심쩍은 소문 가운데 식인종 이야기가 흔하다고 합니다. 벤자민 모렐 혹은 프로비셔와 함께 한 다이오니즈 세틀 등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세틀은 자신이 “만났던 원주민들이 ‘고기를 발견하고는 요리하지도 않고 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역겹게도’ 날고기로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글이 당연히 식인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실제 식인행위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확인은 좌초되고 난파된 선박에서 살아남은 유럽인들의 고백을 통해서였다. 게다가 식인 행위를 한 것도 바로 유럽사람들이었다’라고 단언합니다. 요사이 유행하는 ‘제로남불’인 셈입니다. 제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던가요?


월터 롤리경에 관한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뿐 아니라 그들이 여행한 장소나 방법들 역시 생소하여 쉽게 읽히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만 흥미로운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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