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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여행 - 흥미로운 인문학 여행법
박상대 지음 / 하이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흔히 여행하면 해외여행을, 그리고 이국적 풍물을 보기 위해서 떠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월간 <여행스케치>의 박상대발행인의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여행>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소중한 가치’라는 부제가 달린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바로 사랑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의 대상은 첫째, 나 자신이고, 둘째, 가족이며, 셋째는 이웃, 마지막으로 자연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저자 역시 여행을 하는 동안 마주치는 눈에 보이는 것들 모두 존재 의미가 있고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 보이지 않은 것들을 가슴을 흔드는 소리, 마음을 움직이는 힘, 세상을 이끄는 시간 등으로 나누어두었습니다. 가슴을 움직이는 힘에는 추임새, 동요, 라디오 소리, 웃음소리, 안부전화, 바다의 소리, 메아리, 바람, 소리, 흥, 호흡, 자연의 소리, 생명의 소리 등을, 마음을 움직이는 힘에는 양보와 배려, 겸손, 믿음, 인연, 용서, 사랑, 명상, 기도, 말, 포기, 나눔, 소망, 약속 등을 세상을 이끈 시간에는 고향, 이웃, 습관, 선비정신, 시간, 세월, 운명, 그리움, 정의, 아이디어, 선인들의 숨결, 장인정신, 그리고 빛 등 각각 열세가지 작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39가지 작은 주제들은 우리 땅의 여행지들에서 건져 올린 것들입니다. 예를 들면, 세상을 하나로 이어주는 장단을 의미하는 추임새는 남원의 판소리전수관에서 얻은 것인데, 먼저 현장의 분위기를 묘사하고 주제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또한 다양한 사진을 곁들여서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진들은 저자가 직접 찍은 것들도 있고, 관련 지자체 등에서 제공받은 것들도 있는 것을 보면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저자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작은 주제를 몇 개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가슴을 따듯하게 해주는 노래, 동요편에서는 정선 아우라지에서 얻은 동요가 가르쳐주는 서정성을 다루었고, 정선 민둥산 하암약수터에서는 동요를 부르는 재미를 논합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외국의 몇 개국을 다녀와서는 ‘여행갔다 오면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더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기가 막혔다고 합니다. 여행은 ‘가는 것’이 아니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현지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눈에 담고, 그들의 역사와 삶을 가슴에 담고,영혼을 풍요롭게 해서 오는 것이 여행(11쪽)”이라고 합니다. 그런 해외여행이라면 차라리 우리의 산하와 우리 이웃의 삶에서 소중한 가치를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다듬어 썼다고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성지로 취재여행을 떠난다는 대목을 만나는 것을 보면 저자는 가톨릭신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종교의 벽을 느낄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종교의 벽을 뛰어넘은 생각을 펼치기도 합니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추천하는 명상을 이야기하면서 사찰에서 하는 템플스테이를 권합니다. 그런데 사찰에서는 불자들만 명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부님이나, 목사님, 크리스천들도 명상을 자주한다고 소개합니다. 그 명상을 할 때 스님은 ‘내가 부처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목사님이나 신부님은 ‘내가 하나님의 자녀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고 했습니다. 작가의 열린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나라 이 마을 저 마을을 여행하면서 ‘우리나라 참 넓다’라는 생각과 ‘우리나라 역사 참 오래되었다’라고 생각했다는 저자의 말씀을 새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