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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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이던가 학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 크지 않으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핀란드의 분위기를 새삼 추억하게 만드는 이야기<카모메 식당>을 읽었습니다. 조금은 생뚱맞게도 영국을 여행하면서 읽었습니다.


일본의 중년 여성이 핀란드 헬싱키 어느 길모퉁이에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를 파는 식당을 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카모메 식당>에서 일본사람과 핀란드사람의 세밀한 면을 잘 볼 수 있는 듯합니다. 먼저 핀란드 사람들이 연구의 대상이 됩니다. 반년이 넘도록 문을 닫고 있던 식당이 문을 열었는데 새로 문을 연 식당에는 동양인 여자아이 혼자 동그마니 앉아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식당을 여는 날 지인들을 불러 대접을 하는 개업식을 하기 마련입니다. 자연스럽게 동네사람들은 물론 지나던 사람들도 들어와 개업을 축하해주면서 주인과 안면을 트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카모메식당은 그저 조용히 문을 열었을 뿐입니다. 동네사람들 역시 그런 카메모식당을 염탐하듯 구경만합니다. 석기시대 우랄어족의 일파인 핀우그리아어파 부족이 동쪽으로부터 이주해 들어왔지만 13세기에 이르도록 중앙집권적 국가형태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서쪽의 스웨덴, 동쪽의 노브고로드공국이 핀란드를 위협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스웨덴이 핀란드를 차지했습니다. 1808년에는 러시아가 침공하여 1917년까지 러시아제국의 자치대공국이 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 말기에는 독일제국의 제후국이 되었습니다. 1918년에는 러시아혁명의 영향을 받은 좌파와 우파가 맞붙은 내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핀란드는 소련 및 독일과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전쟁을 치러 전쟁이 끝나면서 독립을 이루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핀란드사람들의 성격형성에 기여한 모양입니다. 카모메식당에 등장하는 핀란드사람들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지켜보면서 충분히 상대를 파악한 다음에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는 진중한 성격을 가졌다는 느낌을 얻습니다.


카모메식당에 등장하는 일본사람들 역시 비슷한 면모를 보입니다. 물론 주인공 사치에의 경우는 조금 달라 양면성이 있습니다. 카모메식당을 연 주인공 사치에는 서른여덟이 되도록 ‘인생 모든 것이 수행’이라는 생각을 가진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던 것인데, 무술에 재능을 가진 것을 파악한 아버지의 압력에 부담을 느끼면서 무술보다는 또 다른 재능인 요리에 전념하기로 합니다. 요리에 대한 사치에의 철학은 ‘화려하게 담지 않아도 좋아. 소박해도 좋으니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만한 가게를 만든다’입니다. 그리고는 돈을 모아 식당을 차리는 꿈을 꾸게 되는데, 그녀에게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준 것은 복권당첨입니다. 무려 일억엔. 헬싱키에 식당을 열기로 한 것은 아버지의 무술도장에 와있던 핀란드 청년과 연락이 닿았기 때문입니다.


문을 열었지만 손님은 없는 카모메식당에 모여든 사람들은 사치에가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일본여성, 미도리와 마사코입니다. 미도리와 마사코의 삶의 행적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열어가는 사치에와는 사뭇 다릅니다. 아버지가 소개해준 회사에 취직하여 무탈하게 지내다보니 어느덧 중년이 되었는데,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오갈데가 없어진 미도리입니다. 마사코는 평생을 부모의 간병만 하고 살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서야 자신의 인생을 찾아야 하는 순간에 직면하게 됩니다. 두 사람이 헬싱키에 흘러든 것까지도 사치에와는 전혀 다릅니다. 우연히 찍었더니 헬싱키였더라,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사치에를 비롯한 미도리와 마사코를 둘러싸고 있는 일본사람들의 모습이 지금의 일본사람들의 면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는 <카모메 식당>을 통하여 핀란드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 안에 숨어있는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카모메식당>은 사치에가 퍼트리는 긍정바이러스로 인하여 아픔을 치유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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