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리의 아일랜드 여행
이한설 지음 / 마음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아일랜드에 가면 무슨 일이 있을까 궁금해서 읽은 책입니다. 그런데 “사방으로 언덕이 낮게 깔려 있었다. 맑은 하늘이 언덕과 맞닿아 있었다. 언덕은 초원으로 이루어졌고, 초원은 다양한 색깔로 이루어졌다.(30쪽)”라는 대목 정도만 와 닿았을 뿐입니다. 물론 여행에 관하여 몇 가지 도움이 되는 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만들어가는 일상도 여행이 될 수 있으며, 모터홈 여행을 통하여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인데,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면 어떤 형태로든 얻을 수 있는 점입니다. 그리고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속하면서도 별도의 화폐를 사용한다는 결정적인 정보를 얻었던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입니다.


돌아다닐 때만 진정 행복을 느낀다는 저자는 돌아다닌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것도 정말 좋아한다고 고백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남긴 글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치 초등학생의 일기를 읽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학교에 갔습니다. 집을 나서서 왼쪽으로 돌아서 쭉 가다가 네거리에서 빨간 신호등을 만났습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 풍경의 묘사도 읽을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얻을 수 있는 점은 여행은 절대로 무리하게 일정을 짜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33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이끌고 2주간에 걸친 호주여행을 다녀온 다음날 아일랜드행 비행기를 타는 강행군을 하다가 비행기에서 링거를 맞고 응급실로 실려가야 할 위급한 상황을 맞았다는 것은 쉬러가는 여행을 목숨걸 듯 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이번에는 아내가 먼저 귀국하고 영국에서 온 부부가 다음에 떠나고 그리고 저자도 떠나고 호주에서 온 부부만 남아 여행하는, 물론 그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습니다만, 조각난 이불보와 같은 여행이야기는 처음 읽어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더블린 같은 아일랜드의 대표적 도시도 포함되었지만, 비교적 생소한 장소를 방문하면서 가는 길을 시시콜콜 적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를 곁들이는 조그만 성의를 빠트리는 바람에 그 시시콜콜함이 왜 필요했는지 알 수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위스키를 주제로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다녀온 이야기를 적으면서 지도를 빠트리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와 함께 여행한 분들은 독특한 점이 있는 듯합니다. 방문지에 있는 유적도 사람이 늘어서 있다던가 하면 그냥 지나친다는 것인데, 모터홈을 끌고 다니는 여행인데 왜 그런지 모를 일입니다. 그저 먹고 자고 운전하는 것이 전부인 여행, 즉 그저 가보았다는 식의 여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저자도 만만치가 않아 보입니다. 귀국 전날 혼자서 더블린 구경에 나서서 한 일이라곤 더블린 외곽에 있는 캐러반파크에서 더블린까지 가는 일반버스를 타는 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정작 더블린에 도착해서는 유서가 깊다는 시청건물이나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도 언제 세워졌다는 이야기만 적고는 통과합니다.


그의 목표는 오직 기네스 스토어하우스였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아일랜드에 도착한 뒤에서야 알게 된 기네스에 빠졌기 때문이랍니다. 기네스맥주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실 수는 있습니다만, 대중적이지는 않아서 좋아하는 분들만을 위한 특별한 장소에 가야 가능한 듯합니다. 더 스파이어도 스미스필드도 기네스스토어하우스를 본 다음 이야기인데, 그마저도 ‘가까이서 보니 정말 대단했다’로 시작해서 ‘속된말로 하늘 똥구멍을 찌르고 있었다’로 끝입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동상이 반가웠지만, 조이스가 그린 더블린 이야기는 한 줄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함께 한 일행들이 많아서인지 대화체가 섞인 독특한 여행기인데 작가의 말대로 여행의 일상을 일기체로 적은, 많이 생략되거나 원초적인 느낌을 곁들인 여행기라는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