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형사 베니 시리즈 2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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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무대로 한 소설이라고 해서 아프리카 여행 중에 들고 간 소설입니다. 웨스턴 케이프주에서 태어난 작가 디온 메이어는 <13시간>을 비롯하여, <악마의 산>, <세븐 데이즈> 등 형사 베니 시리즈 4권으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형사 베니 시리즈는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사회에 스며든 묘한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케이프타운서의 강력계 형사 베니는 백인이라는 이유로 아파르트헤이트 청산 후 불어 닥친 역차별에 걸려 마흔이 넘도록 경위 신세입니다. 잽싼 선배들은 벌써 옷을 벗고 새로운 직업을 찾아 경찰을 떠나고 있는데 베니는 그저 어정쩡한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결단력을 필요로하는 강력계라는 특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구제불능의 술주정뱅이로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는 바람에 쫓겨나 6개월 안에 술을 끊지 못하면 이혼이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라는 점을 보면 경찰 업무 이외의 상황에서는 우유부단한지도 모르겠습니다.


<13시간>은 아침 5시 36분 라이언스헤드의 가파른 언덕의 등산로에 등장한 백인 소녀가 누군가에게 쫓기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장면은 금세 바뀌어 베니형사가 당직으로부터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전화연락을 받으면서 사건 속으로 본격 진입하게 됩니다. 교회 앞마당에서 시체로 발견된 소녀와 누군가에게 쫓기는 소녀 레이철은 미국에서 여행 온 친구 사이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됩니다. 손만 대면 대박을 터뜨리는 음반계의 스타 프로듀서 애덤이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된 것입니다. 전혀 연결이 될 것 같지 않은 두 사건이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면서 거대한 범죄조직의 실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먹고 살길을 찾아 국경을 넘는 난민들을 상대로 피 묻은 돈을 갈취하는 범죄조직 A.O.A가 배후에 숨어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범죄조직이 경찰 내부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어 사건을 은폐하는 일을 밥 먹듯 한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밝혀집니다.


달아나는 레이철과 그녀를 뒤쫓는 추격자들의 숨가뿐 레이스를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하여 케이프타운의 지형은 참 절묘하기까지 합니다. 처음 읽을 때는 이 장면에 등장하는 케이프타운의 실제 지명과 분위기가 쉽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수박 겉핥듯 케이프타운의 도심을 지나보니 어느 정도는 알듯해집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여행이 얼마든지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13시간>은 두 건의 살인사건과 추격자에게 쫓기는 레이철을 구하기 위한 13시간에 걸친 긴박한 과정이 잘 짜인 구조로 진행되기 때문에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좋은 읽을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파르트헤이트 청산 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불어 닥친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상전벽해와 같은 백인들의 역차별이라거나, 영어로 된 팝송 보다는 모국어인 아프리칸스어 노래가 대중의 인기를 모으는 등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전한 인종 간 빈부격차, 치안공백을 틈타 들끓는 범죄로 얼룩진 사회 분위기를 곳곳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갑자기 변한 신분에 철학이 곁들여지지 못한 풋내기 경찰들이 푼돈에 정보를 팔고, 비리조차 마다하지 않는 것은 힘은 쥐었지만, 여전히 가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편 작가는 <13시간>에 결혼에 대한 통찰을 담아냈다는 평가입니다. 주정뱅이 베니형사의 결혼생활과 함께, 아내의, 남편의 외도로 상처를 입는 배우자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인간의 뻔뻔함과 나약함을 같이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이가 불나방처럼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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