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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예술로 걷다 - 가우디와 돈키호테를 만나는 인문 여행
강필 지음 / 지식서재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스페인을 다녀온 것도 벌써 3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스페인여행의 핵심은 미술과 건축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앞두고 미술과 건축을 포함한 스페인에 관한 자료들을 나름대로는 열심히 읽었고, 특히 좋은 가이드를 만난 덕분에 많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강필작가님의 <스페인 예술로 걷다>에 담긴 그림과 건축물에 대한 내용에 쉽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미학을 전공하시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계신 까닭인지 작품을 분석적으로 쪼개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음에도 쉬운 글로 풀어내고 있어 단숨에 읽히면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책을 열면 먼저 ‘우리가 방문할 스페인 도시’라는 제목의 지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만나게 될 미술과 건축작품이 있는 스페인의 도시를 표시한 것인데, 마드리드-바르셀로나-빌바오를 잇는 삼각형에서 각각 피게라스와 톨레도를 연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 마드리드는 프라도, 테센보르네미사, 레이나 소피아 등 3개의 미술관을 그리고 빌바오에서는 구겐하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지만, 톨레도에서는 돈키호테와 엘그레코, 바르셀로나에서는 가우디, 피게레스에서는 달리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마드리드에서는 프라도미술관을, 바르셀로나의 가우디의 건축작품을, 톨레도에서는 엘그레코의 대표적 작품을 보긴했는데,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꼼꼼하게 작품에 천착한 저자와는 달리 단체여행이라는 시간적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보았기 때문에 놓친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스페인 예술로 걷다>는 그런 아쉬움을 많이 보완해준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2003년 유럽을 처음 방문했다던 저자는 그 뒤로 여러 번 방문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렌터카를 예약해 소도시를 찾아나서는 데까지 여행방식을 진화시켜왔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여행은 결국 어떤 길을 갈지 스스로 선택하고 그 길을 가는 과정에서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제 경우는 퇴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 머물 때는 차를 빌리거나 아니면 저의 차로 여행을 했는데, 그때는 저자의 말씀대로 스스로 선택하고 가서 확인하면서 미리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요즈음에는 여행사 상품을 따라가다 보니 제한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보는 즐거움은 여전합니다.
저자의 스페인 여행은 ‘예술과 인문 루트’라고 성격을 분명하게 합니다. 여행을 통하여 ‘스페인 사람들의 삶과 문화, 역사를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스페인은 문사철이라고 하는 인문학의 보고인 것 같습니다. 기독교문명과 이슬람문명이 오랫동안 공존하면서 색다른 문화산물을 만들어냈고, 그런 것들이 지금까지 남아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고, 문학과 역사에서도 풍부한 이야깃거리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스페인 작가들의 작품들도 국내에 많이 소개되고 있어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서도 적었습니다만, 스페인의 예술품을 소개하는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는 풍부한 사진들을 바탕으로, 그 작품이 탄생하게 된 역사와 작가적 배경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레이나 소피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리히텐슈타인의 <붓자국>으로부터 마르셀 뒤상의 <샘>으로 연결시켜 미학의 흐름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런 대목에서 저자는 ‘또 너무 멀리 왔다’라고 화제를 다시 스페인의 미술관으로 되돌립니다만, 읽는 이는 새롭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보니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렘브란트의 <모자와 두 개의 목걸이를 걸친 자화상>을 설명하면서 인용한 <자화상>이 런던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다는데, 이번 런던 여행길에서 내셔널 갤러리에 들렀음에도 보지 못하여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