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 바투타 여행기 1
이븐 바투타 지음, 정수일 역주 / 창비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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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읽었습니다. 특히 이슬람이 지배하던 지역에 대한 글에서 자주 인용되기 때문에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라서 무리를 했습니다. 이 책을 옮긴 정수일교수의 서문에서 보면, <이븐 바투타 여행기>는 중세 모로코 출신 여행가 이븐 바투타가 30년간(1325.6.14~1354.1)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3대륙에 걸쳐 10만km를 두루 돌아본 것들을 적은 견문록입니다. 당시 모로코를 지배하던 마리니야조 술탄 아부 아난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븐 바투타에게 여행기를 집필하도록 유시를 내렸고, 바투타는 2년에 걸쳐 여행기를 완성하였다. 술탄은 당대의 명문장 이븐 주자이 알 카비에게 ‘가급적 언사를 다듬고 윤색하여 그 뜻을 명확히 살리라’라는 교지를 내렸고, 이븐 주자이는 다시 3개월에 걸쳐 요약하였다고 합니다. 불행하게도 바투타의 원본은 전해지지 않지만, 이븐 주자이의 요약본이라도 전하는 것은 천만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1997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라이프>는 인류의 지난 천년을 만든 위인 100명을 선정하였는데, 그 가운데 여행가로는 마르코 폴로와 이븐 바투타, 2명의 이름이 올라있다고 합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http://blog.joins.com/yang412/15002269>을 읽었습니다만, 리뷰 제목을 ‘믿거나 말거나?’로 정한 것을 보면 미심쩍은 무엇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븐 바투타 여행기>에서도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나 지명 등을 어떻게 기억해서 기록으로 남겼을까하는 의문은 남습니다만, <동방견문록>의 천편일률적인 기록보다는 신뢰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바투타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샤이흐이자 법관으로 약관 22살에 여행에 나섰음에도 그의 신분 덕에 여행지 곳곳에서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이슬람세계는 풍요를 구가하던 시절로 ‘베품’이 최대의 미덕이 되었던 것도 그의 여행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여행길에 오른 동기는 무슬림의 종교적 의무 가운데 하나인 메카 성지순례를 겸해서 이슬람세계에 대한 지식을 탐구하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의 발길을 멀리 인도에까지 이르러 이슬람의 명소와 유명인을 만나기에 이르렀고, 해당지역에서의 이슬람문명의 모습을 기록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카스피해 북부, 인도, 중국, 아프리카 내륙 등 이슬람이 아직 전해지지 않은 이교도지역까지도 두루 방문하고 그 지역의 세시풍습을 기록하여 진정한 여행가로서의 사명을 다했다고 하겠습니다.


정수일 역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읽는데 있어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하나는 알라는 물론 이슬람 성인을 언급할 때는 그에 걸맞는 존경의 표시를 적어야 했던 것이 당시 이슬람 저술의 일반적인 원칙이었던 모양인데, 오늘날의 독자에게는 책 읽는 흐름을 깨트리는 것이 아쉽다. 두 번째는 어려운 중세 아랍어를 우리말로 옮긴이가 중국에서 성장하였던 배경 때문인지 전반적인 문체가 상당히 고답적인 탓에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바투타와 함께 이국적이면서도 동시에 옛날의 세시풍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책읽기였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알렉산드리아의 파루스 등대에 대하여 상세한 기록을 남긴 것을 읽으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 우리네 속어가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처럼 자동차나 비행기와 같이 짧은 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을 때이니 낙타 혹은 말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이동하였을 터이고, 질병과 강도 등 여행길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차고 넘쳤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30년간의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바투타의 명줄이 그만큼 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알라를 향한 그의 신심이 돈독했던 것이 크게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바투타 역시 방문지에서 뿌리를 내릴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 터이나 적당한 시점에 이를 뿌리치고 다음 여행지로 향한 것은 아마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그의 호기심이 더 강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의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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