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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 그 느낌을 글로 정리하기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지가 벌써 10년을 훌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첫해에는 60권을 읽었지만, 일이 바빴는데, 27권, 32권으로 저조했던 책읽기가 5년 뒤에는 한해 200권을 넘기고부터는 꾸준하게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해 300권을 넘긴 적도 있는데, 그 해 한 일이라고는 책읽기밖에 없었던 느낌이 들어 수위를 조절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한권의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정리하는 ‘365프로젝트’를 수행했다는 <혼자 책 읽는 시간>을 읽고는 저도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은 단순하게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정리했다는 수준의 책이 아닙니다. 책읽기를 통하여 자신을 다잡을 수 있었던 일종의 자기회복의 책읽기의 전형을 보여준 셈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40대 중반에 사랑하는 언니가 죽자 상실감으로 3년을 방황하였다는 것인데, 언니가 세상을 떠난 나이에 이른 어느 날 400쪽이 넘는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하루 만에 독파한 것을 계기로 ‘하루 한 권의 책읽기’에 나서게 되었다고 합니다.
언니의 죽음은 저자에게 ‘나는 왜 살아갈 자격을 가졌는가?’라는 의문을 던졌다고 했습니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저자는 ‘달아나기’라고 했고, 이제 ‘달아나기를 멈추어야 했다’라고 말합니다. 언니와 공유했던 웃음, 말, 책을 떠올리면서 책읽기에 몰입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물론 그녀는 평생을 통하여 책을 읽고 지혜와 구원을 얻고 도피도 했다고 고백합니다. 마흔여섯 살 생일에 시작한 ‘하루 한 권의 책읽기’ 프로젝트를 계획하면서 만든 원칙이 몇 가지 있다고 했습니다. 첫날 읽은 책의 서평을 다음날 쓰고, 또 새로운 책을 읽는 것입니다. 어느 저자의 책도 한 권 이상은 읽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고, 이미 읽은 책은 읽지 않는다, 읽은 책에 대해서는 모두 서평을 쓴다 등의 원칙도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언니가 함께 읽을 만한 책이 좋겠다는 원칙도 세웠는데, 이는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했습니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은 그렇게 시작한 책읽기를 정리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언니와 함께 한 시간들을 정리하고 언니의 죽음으로 인하여 겪게 된 지독한 방황으로부터 제자리를 찾는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것입니다. 어렸을 적 언니와 함께 책을 고르러 가던 일부터 성장하면서 겪은 사랑과 이별 그리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까지는 물론 폴란드에서 이주한 아버지가 겪었던 끔찍한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되돌아보면서 짚어낸 삶의 궤적들을 책읽기를 통해서 만난 주인공들과 잘 버무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녀의 삶에 대한 회고인 한편, 읽은 책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책 읽는 방법, 혹은 이유로서 새롭다는 생각과 함께 새로운 형식의 자서전이라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 한 권의 책읽기’는 “뒷마당의 쓰레기를 치우는 힘든 작업처럼 내 두뇌를 청소하는 작업이었다(189쪽)”라고 다소 시니컬하게 비유하기도 했습니다만, 저자는 스스로의 삶에 대한 회고와 서평을 단락이 따로 놀지 않게 잘 연결하고 있습니다. 역시 서평쓰기는 좋은 글쓰기 훈련이라는 평소 저의 생각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이 많은 책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제가 아는 책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책들이 훨씬 더 많아서인지 저자의 느낌이 바로 와 닿지는 않았기에 국내에 소개된 책들 가운데 읽어보고 싶은 책도 많았던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수확이랄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읽는 슬픔을 치료해줄 수 있는 약은 없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슬픔은 질병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물론 슬픔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은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에도 공감합니다.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고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