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한국의 과학기술
그레고리 포코니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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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한반도 안에서 부대끼며 살다보면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디쯤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모르고 사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깨닫게 되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도 삼자의 시선을 통하여 가늠하게 되면 아무래도 객관적일 수 있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세계가 놀란 한국의...’라는 제목의 연속기획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세계가 놀란 한국의 과학기술>이 책을 내놓은 자음과 모음의 기획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세계가 놀란 한국의 과학기술>에서는 천문학, 의학, 정보통신기술, 지식정보 등 4개의 분야에 대하여 세분의 외국인과 한 분의 한국인을 통하여 그 수준을 가늠하고 있습니다. 역시 세분은 국내에서 활동하시는 분이고 한분은 캐나다에서 활동하시는 분입니다. 분야마다 몇 개의 작은 주제로 나뉘어 세계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있으며, 사이에 네 분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는데, 읽다보면 과연 각장의 주제들을 인터뷰하신 분들이 정리하셨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겉장에는 분명 네 분이 저자로 표기되어 있기는 합니다.


천문학 분야의 경우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세계가 놀랄만한 유물은 물론 최근 천문학분야에서 한국이 이룩한 성과를 소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천문학의 현재와 이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의 수준과는 엄청나다는 느낌입니다. 다만 그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세계가 놀랄 한국의 천문학이라는 것은 지금까지는 안중에도 없던 ‘한국에서 이런 것도 해냈다는 거지?’하는 정도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의학의 경우는 저의 전공분야이므로 어느 정도는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분명 응용분야라고 할 임상의학의 수준은 세계수준에 이른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초의학의 경우는 세계와의 격차는 분명합니다. 물론 여기서 소개하는 이호왕교수님의 한탄바이러스 발견이나 장기려박사님의 생체간절제술의 성공 역시 앞서의 천문학의 경우처럼 한국에서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 아닐까요? 다시 생각해보니 ‘세계가 놀란’이라는 책 제목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해당 분야들에서 한국의 수준이 세계 사람들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도 부족함이 많아 보임을 드러내고 있는 듯합니다. 생체간이식술의 경우처럼 세계가 인정하는 것들이 많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정밀의료처럼 이제 개념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비교가 불가능한 영역에서 가능성만 가지고 ‘세계가 놀란’이라는 전제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쌓아올린 건강보험체계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는 점은 짚어볼만한 성과입니다.


정보통신기술 분야만큼은 분명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는 분야라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여기서는 이 분야를 선도하신 전길남박사가 주도한 성과가 세계인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만큼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기술개발과 함께 일찍이 전국을 연결하는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투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역설적으로 땅덩어리가 넓지 않아서 결단이 쉬웠을 수도 있습니다. 전국을 연결하는 정보통신망을 바탕으로 초연결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으니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마지막 주제인 지식정보분야인데, 이 분야를 과학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우선 해봅니다. 소셜 커뮤니케이션, 지식기반 경제 등의 주제어만 놓고 보더라도 이 분야는 사회과학의 한 영역으로는 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과학기술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한국인의 특성으로 보아 세계를 선도하는 분야가 될 수 있다는 해외 전문가의 견해가 듣기 싫지만은 않습니다.


정리해보면 이 책을 통하여 4가지 분야에서의 한국의 수준이 어디쯤인가를 가늠해보는 기회였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 책의 기획의도를 분명하게 하는 글이 덧붙여졌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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