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 편도 티켓 들고 떠난 10개월간의 아프리카 방랑기
조은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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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티켓을 들고 떠난 10개월간의 아프리카 방랑기’라는 부제에 이끌려 읽은 것인데, 책읽기를 마치고는 당혹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나이 스물 셋에 그저 이 땅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 하나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아프리카로 떠났다고 합니다.


중학교에 다닐 무렵 오빠가 암에 걸리면서 그녀에 삶에 어둠이 깃들었던 모양입니다. 오빠를 치료하는 일에 매달린 부모님은 자연 그녀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그녀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큰 문제는 아니었답니다. 병원에서는 충분히 살 수 있다고 했음에도 오빠는 치료를 잘 받지 않았던 모양이고 결국 스물셋, 저자의 나이 열아홉에 죽음을 맞았던 모양입니다.


오빠가 죽음을 맞던 날의 상황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꽤나 있습니다.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으로 옮겨진 오빠가 심폐소생술을 받고 호흡기 신세를 질 정도라면 중환자실에 입원했어야 할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저자와 단 둘이서 있었고, 의식이 몽롱한 오빠가 호흡기를 떼어달라고 부탁하더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체의 흐름을 보면 저자가 오해를 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실제로 오빠가 죽음을 부탁했을까 하는 의심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만약에 그런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갔어야 옳지 않을까요? 중태에 빠진 오빠를 열아홉 살 된 딸에게만 맡긴 부모는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그것도 심폐소생술로 겨우 생명을 되돌려 놓은 상황이고, 딸은 대입을 앞두고 제출해야 할 숙제까지 있는 날 밤에 말입니다.


오빠의 죽음을 결정할 정도로 강단이 있었던 저자가 대학에 들어가서는 방황을 하고, 부모의 걱정을 귓등으로 흘리듯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프리카로 떠났다는 설명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저자 나이의 아이들을 둔 부모의 입장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편도티켓 달랑 끊어서 아프리카로 날아갔다면서 체제비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설명이 없는 것을 보아 부모님 신세를 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나라들이 일상생활조차도 위험한 곳이 많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런 곳을 스물셋 젊은 여성이 좌충우돌 10개월을 살아내는 일이 가능할까 싶습니다. 혹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저자와 처지가 비슷한 젊은이들이 따라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에 가기로 한 것은 ‘그저 증오스러운 땅을 떠나 온전히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져버리는 것. 그리고 아무도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차 모르게 되는 것’만을 원했다는데, 그녀가 이 땅을 증오하게 된 동기가 이해할 만큼 설명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아프리카행의 목적이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수단을 시작으로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를 거쳤고, 그 후로도 정신 못 차리고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을 여행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생활하는 동안 아프리카 사람들조차도 출입을 꺼리는 위험한 지역을 거침없이 드나들고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고는 했지만, 두어 줄로 정리될 상황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해외여행에 나섰다가 실종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외교부에서도 모든 해외여행객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실종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무슨 일을 하다가 실종되는지 사례를 공개하여 무무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여행에 도움을 얻으려는 책읽기가 아이를 키우면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깨닫게 되는 책읽기였습니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젊은이들에게는 따라 하기를 권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닥치는 대로 살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 짧고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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