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강상진.김재홍.이창우 옮김 / 길(도서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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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사상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근대 이전까지 서양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니코마코스인 점이나 책의 내용을 고려한다면 모두 10권으로 된 이 책의 제목을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라고 붙인 것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삶의 지혜를 담았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읽다보면 요즈음의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즉, 당대의 혹은 이전에 석학이 한 말을 인용하고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개진한다거나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당대의 속담과 격언 등을 적절하게 인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좋음과 목적을 화두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모든 기예와 탐구, 또 마찬가지로 모든 행위와 선택은 어떤 좋음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좋음, 즉 선(善)이 인간의 삶에서 추구해야 할 최종 목표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선을 추구하는 으뜸가는 학문으로 정치학을 꼽은 것은 약간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당시 그리스 사회의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자는 선을 중심으로 인간의 행복, 운명, 죽음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나는 주제를 설명합니다. 그래서 더 쉽게 빠져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2권에서는 ‘탁월성’에 대하여 설명합니다만, 궁극적으로는 중용의 입장을 취하는 듯합니다. 그가 선택한 주제는 용기, 책임, 절제, 자발성 등 개인의 특성 가운데 권장할만한 덕목을 권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읽다보니 시쳇말로 ‘뒷 끝’이라는 말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만, “‘꽁한 사람들(pikros)’는 여간해서 화를 잘 풀지 않는 사람으로 오랜 시간 동안 화를 낸다. 분노를 억누르기 때문이다. 그는 되갚아 주어야만 화를 멈춘다. 복수가 고통 대신에 즐거움을 만들어 내면서 화를 그치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지 않을 경우에 그들의 마음속에 무엇인가 맫히게 된다.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그것을 극복하라고] 설득하지 못하고, 그들도 자신 안에서 화를 삭이는 데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런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나 가장 친한 사람들에 대해서나 가장 골치 아픈 사람들이다.(147쪽)”라고 적은 대목은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몇 차례를 반복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짐승 같은 품성을 설명하는 대목을 보면 흑해 연안의 미개인들이라고 차별하기는 했습니다만, 당시 유럽대륙에서 인육을 먹는 풍습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봉사에 대한 대목에도 눈길을 두었습니다. “유익을 근거로 성립하는 친애에서는 불평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익을 목표로 서로를 이용하면서 언제나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며, 마땅한 몫보다 더 적은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이 의당 가져야 할 만큼을 갖지 못했다고 비난하니 말이다. 또 베푸는 사람은 받는 사람이 가지려는 만큼 만족시킬 수가 없다.(308쪽)”라고 했습니다만, “봉사에 관해 정제된 합의는 없지만 한편이 상대방 자체를 이유로 먼저 주는 경우라면 불평이 없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317쪽)”라고 한 것을 보면, 베품의 즐거움이 받는 쪽의 갈급한 마음보다는 낫다는 의미를 담은 것 같습니다. 또한 ‘고유한 즐거움이 활동을 더 정확하고 더 지속적이며 더 낫게 만드는 반면, 이질적인 즐거움은 그 활동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이 즐거움들은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364쪽)“라고 적은 것을 보더라도 베품의 즐거움은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의술에 관하여 곳곳에서 적고는 있습니다만, 의학의 깊숙한 부분까지는 접근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의학에 대한 이해가 깊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의학 책은 치료법만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여러 상태들을 구분함으로써, 어떻게 치료가 되며 각각의 환자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경험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해보이지만, 전문적 앎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어 보인다.(384-385쪽)” 그리고 보니 그의 아버지가 마케도니아왕실의 시의였다고 하는데, 아버지를 일찍 여읜 탓인지 영향을 별로 받지는 못했던 듯합니다.


한 가지 묘한 점은 마지막 10권을 마무리하면서 ‘자, 이제 논의를 시작해보자.’라고 적은 것을 보면 끝이 아니라 뭔가 이어지는 논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미완성이거나 아니면 엮은이가 뒷장을 빠트린 것 같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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