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 - 라만차 돈 키호테의 길
서영은 지음 / 비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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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전에 스페인을 여행할 때, 톨레도에서 마드리드에 이르면서 곳곳에서 돈키호테의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세르반테스의 작품 <돈키호테>가 스페인 사람들의 삶에 녹아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마드리드 스페인광장에 서 있는 세르반테스 기념비를 비롯하여 콘수에그라 언덕에 서 있는 풍차, 톨레도 금세공방에서 만난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모습 등등.... 스페인 여행기를 쓰면서 콘수에그라와 관련된 자료를 찾다보니 작품 속의 주인공 돈키호테가 주유한 길을 따라가는 ‘돈키호테의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돈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는 소설가 서영은님이 돈키호테의 길을 따라가면서 세르반테스의 삶과 <돈키호테>에서 얻은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한 여행에세이라기 보다는 ‘소설적 기행에세이’라는 저자의 표현이 참 적절하다는 느낌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돈키호테의 길을 따라가면서 만난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의 흔적을 담은 무수한 사진들이 우선 눈에 띕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돈키호테> 원전에서 따온 인용문이 꽤(?) 되고, 그에 대한 작가 자신 혹은 동행하신 분들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인용되고 있습니다. 짧지 않은 여행기간 동안에 주고받은 대화를 녹음이라도 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같은 맥락으로 저자가 적은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분명 소설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돈키호테 1부>를 읽고 적은 리뷰에서 돈키호테를 ‘정신 나간 괴짜’라고 적었다가 오히려 제가 정신나간 사람 같다는 댓글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하여 서영은님은 “작가가 그의 내적 동기를 ‘미침’ ‘광기’와 연결짓고 있어, 그 때문에 이 작품이 희화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미침은 정신병리학적 광기가 아니라 ‘의지적 열정’이었다”라고 해석하였습니다. 괴짜는 괴짜이나 정신 나간 사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요즈음에 복면가왕을 즐겨봅니다만, 편견을 버리고 음악에만 집중하여 듣다보면 좋은 노래를 부른 가수를 족집게처럼 골라내는 것을 보면서 다수의 힘(?) 같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이나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재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돈키호테를 정신 나간 괴짜로 보는 시각도 틀린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저자를 따라 돈키호테의 길을 여행하다보면 돈키호테에 대한 스페인사람들의 애정(혹은 집착이라고 해야 하나)을 엿볼 수 있습니다. 허구의 인물이 지나갔다는 장소에 그의 기념물을 세워 기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품은 작품일 뿐인데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세르반테스가 결혼 후 3년 동안 거처했다는 아내의 외삼촌집 역시 세르반테스와 관련된 것들을 자랑스럽게(?) 보존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 3년 만에 이혼해서(이혼의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만) 남이 된 남자를 새삼스럽게 기리는 것이 왠지 쑥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돈키호테>에서 돈키호테가 편력에 나선 길은 모두 3개의 코스입니다. 의 길은 이 책에 등장하는 라만차의 콘수에그라, 캄포데 크립타나, 엘 토소보 등은 물론 <돈키호테 2부>에 등장하는 바르셀로나에 이르게 됩니다. 저자가 돌아본 돈키호테의 길은 1부에 등장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하고, 세르반테스의 족적과 관련이 있는 장소를 더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자료들이 주로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서 사실확인이 쉽지 않은 점이 있기는 합니다. 저자 역시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의 족적을 따라가기 위하여 많은 준비를 한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저자가 참고한 책들도 읽어볼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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