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의 개미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3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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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유럽의 식민 지배를 받아온 아프리카가 독립 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식민지배자들이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부족이 낳은 불행한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아프리카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펼쳐놓은 지도에 자를 대고 선을 그어 나라의 경계를 삼아 독립을 시켰는데, 같은 부족들이 서로 다른 나라로 갈라지는 일도 허다했던 모양입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안방과 건너방이 다른 나라에 속하는 경우는 없었을까요?


두 번째 비극은 독립투쟁을 이끌던 지도자들이 자연스럽게 신생독립국가의 수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투쟁의 전문가가 국정의 전문가로서는 자질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고, 권력의 달콤함에 젖다보니 독재와 사리사욕 채우기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나이지리아 작가 치누아 아체베의 <사바나의 개미 언덕>은 캉안이라는 가상의 신생 아프리카국가의 독재권력 치졸한 속살을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처녀작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1958)>를 비롯하여 <더 이상 평안은 없다(1960)>, <신의 화살(1964)> 등 ‘아프리카 3부작’을 비롯하여 <민중의 사람(1966)>, <경계하라, 동포여(1972)>에 이르기까지 식민지배를 받던 아프리카국가들이 겪은 갈등을 그려왔던 저자가 이 책을 통하여 아프리카의 신생독립국가들 겪어낸 비민주적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캉안의 공보처장관 크리스입니다. 대통령 샘과 유력한 신문 <내셔널 가제트>의 편집장 이켐 등과 함께 국가장학생으로 뽑혀 영국유학을 같이 다녀온 오랜 친구들입니다. 의사가 되는 꿈을 가졌던 샘은 학교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군인이 되었는데, 유학 후 정치적 야욕에 따라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크리스의 조언을 받아 내각을 구성하는 등 민주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듯했지만, 쿠데타세력들의 일반적 특성대로 민심의 향배에 민감하고, 그러한 민심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점차 노골화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샘, 크리스, 이켐 그리고 크리스의 연인 비어트리스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은 바뀌어도 이야기 자체의 흐름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읽어가다 보면 독재자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의 보아주기 힘든 행태가 가감 없이 그려지고 있으며, 힘을 쥔 자가 잠시 방심하면 최측근 가운데 누군가에 의하여 뒷통수를 맞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치밀하게 조심을 하면서도 한순간의 방심이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는 불행한 진실도 깨닫게 됩니다.


옮긴이는 작품해설에서 아프리카의 신생독립국가의 문제점을 등장인물을 입을 통하여 설명한다고 적었습니다. 하나는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단지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만을 생각했기 때문(384쪽)”이라는 민중의 시각과, “우리 지도자들이 바로 국가라는 존재의 심장부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채 고통스럽게 떨고 있는 이 나라의 빈곤층이나 경제적 파탄자와 긴요한 연결 고리를 확고하게 재확립하지 못하는 것(241쪽)”이라는 사회 지도층의 시각입니다. 사실 이러한 지적은 우리의 사정과 비교해보아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권력은 입맛에 쓴 소리를 점점 멀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귀에 감기는 소리만 하는 인간들로 둘러싸여 스스로를 국민들로부터 왕따 시키는 짓을 자초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자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지름길을 걷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목의 사바나는 본래 아프리카의 수단 지방에 있는 열대 초원을 말하는데, 우기와 건기가 뚜렷하고 연평균 강수량 750mm 정도이나 곳에 따라서는 1,000mm 이상 혹은 500mm 이하인 곳도 있다고 합니다. 건기에는 초원이 메마르지만 우기에는 초목으로 가득차 다양한 식생을 자랑하는 곳인데, 사바나의 개미언덕을 황량한 초원을 지키는 존재로 묘사한 것이 맞는지는 더 공부를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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