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죽음 -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할 것인가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알파고의 기세가 드높습니다. 세계바둑의 일인자 커제가 전패할 수밖에 없는 수준으로 발전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국 자체가 흥행을 노린, 전문기사에게 불리한 조건에서 진행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일본 바둑의 경우는 이틀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문기사에게 생각할 시간을 많이 준다면 더 나은 대국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료계에도 알파고가 등장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비용효과성을 따져야 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에서 수용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대하여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진단에 접근하는 것인 만큼 얼마나 다양한 검사를 할 수 있는가에 따라 진단의 정확도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꼭 필요한 만큼의 검사를 하고 정확한 진단에 도달할 수 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의사들의 오진율에 관한 여러 가지 사례들이 있습니다. 일본 도쿄의대 내과의 오키나가 시게오교수의 경우는 17년 동안 14.3%였다고 합니다. 그 옛날에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만, 그 고백에 대하여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고 합니다. 일반 대중의 경우는 “최고 권위를 가진 의사의 오진율이 그렇게 높다니…”라고 놀랐고, 의사들은 “역시 명의는 명의로군!”이라면서 놀랐다고 합니다. 놀란 것은 매 한가지이나 이유가 달랐던 것입니다.

의사의 과오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한 치의 잘못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쪽으로 강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 <참 괜찮은 죽음>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는 주목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25사례 가운데 뇌수술을 통하여 생명을 건진 사람도 있지만, 젊은 호기에 욕심을 부려 수술을 했다가 뇌사상태에 빠트린 환자의 사례도 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초연함과 연민 사이에서, 그리고 희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외과 의사의 시도와 실패에 대한 것이다. 뇌를 수술하는 외과 의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려고 내 실패담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이 책으로 의사와 환자가 만날 때 서로가 느끼는 인간적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서문을 마무리하였습니다만, 아무래도 그 실패가 내가 되었을 때는 생각이 달라질 것만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시에게라면 기꺼이 내 머리를 맡기겠다”라는 인디펜던트지의 레일라 사나이 기자의 말처럼 영국의 독자들은 ‘이러한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에 그를 더욱더 신뢰하게 된다.’라는 것이 현지분위기라고 합니다.(동아일보 2014년 4월 19일자 기사, “英 신경외과 名醫 마시의 ‘환자를 해하지 말지어다’” 의사가 진료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설령 그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도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잘못이 있었더라도 진솔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옮겨진 책의 제목은 <참 괜찮은 죽음>이지만 원제는 <Do No Harm>입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의사는 그의 환자를 해하지 말라는 의무조항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참 괜찮은 죽음’은 생뚱맞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의 내용도 그렇습니다만, 저자는 ‘내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들’이라는 제목으로 다른 신경외과 의사들을 상대로 강연을 할 만큼 자신에게 가혹한 편인 듯합니다. 혹은 그만큼의 자신감인가요? 치료가 잘 된 사례는 이내 잊혀지지만, 실수가 있었거나, 치명적인 결과가 남은 사례들은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모든 외과의사는 마음 한 구석에 공동묘지를 지니고 살게 된다(16쪽)”라는 프랑스 외과의사 르리슈의 말을 인용하였을 것입니다.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책읽기는 비교적 수월합니다. 어쩌면 제가 용어나 개념에 익숙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사실과는 무관하게 문학적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떻든 일주일에 120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영국의 신경외과 의사의 살인적인 업무량에 우리나라의 젊은 의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도 주목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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