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지 않을 자유 - 우리가 잃어버린 고요함을 찾아서 테드북스 TED Books 6
피코 아이어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지의 땅을 여행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역사적 유물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직접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 것입니다.


그런데 굳이 여행하지 않아도 된다 살고 있는 장소 밖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여행을 꿈꾸고, 늘 어딘가로 향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고, 심지어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자 여행작가가 되었다는 피코 아이어가 그런 생각을 <여행하지 않을 자유>에 담았습니다. 여행작가로 하여금 여행하지 않을 자유를 생각하게 만든 이는 레너드 코언입니다. “아무데도 가지 않기야말로 바깥의 모든 장소를 이해할 수 있는 원대한 모험이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말을 했다는 코언 역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바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돌아다니다보니 이제는 가만히 앉아서도 세상을 두루 떠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은 ‘좌선’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여행이라는 반대되는 개념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즉 여행이 아무 쓸모없는 경험이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코언이 이야기한 것처럼 ‘아무데도 가지 않는 행위는 세상에 등을 돌리고 집안에 들어박히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나 세상을 좀더 명료하게 바라보고 더 깊이 사랑하려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저자는 일본 쿄토에서 살아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차도, 자전거도, 침대도, 텔레비전마저도 없는 좁은 아파트에서의 삶은 그때까지의 복잡하고 정신없는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다만 가장이라는 위치나 여행작가이자 언론인으로서 세상사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는데....


<여행하지 않을 자유>에서 저자는 “당신이 어디를 여행했는지, 얼마나 멀리 여행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멀리 갈수록 대개 더 나쁘다. 그보다는 당신이 얼마나 살아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34쪽)”고 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라던가, “나는 숲의 고요함과 백년해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온 세상의 달콤하오 어두운 따스함이 내 아내가 되어줄 것이다(64쪽)”라고 한 토머스 머튼, “이 세상에서 마주치는 혼란의 반은 우리가 얼마나 적은 것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68쪽)”라고 한 리처드 E. 버드 장군 등을 인용하면서 한 자리에 머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지를 설명합니다. “‘아무데도 가지 않기’로 여행을 떠나면 사랑에 빠진 것처럼 정신이 각성하고, 생기가 넘치고, 심장이 더 세차게 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여행이 주는 더 심오한 축복이다”라는 것입니다.


‘여행하지 않을 자유’는 그야말로 수많은 여행을 해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역설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너무 돌아다녔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볼 조용한 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군중 속에 서 있다 보면 자신의 한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에 목마른 느낌이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행하지 않을 자유>는 테드 강연을 바탕으로 한 테드 시리즈의 하나입니다. 테드 강연은 18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색다른 발상을 전하는 강연으로 과학, 비즈니스, 국제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행하지 않을 자유>에서는 명상이라는 주제를 바쁠 수밖에 없는 여행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도 좋지만, 책에 포함된 사진도 주목할 만합니다. 아이슬란드 계 캐나다 사진작가 에이디스 S. 로나 에이나르스도티르의 작품이라는데 아이슬란드의 빛과 풍광을, 고요를 의미하는 아이슬란드어 ‘키르드’를 주제로 담은 것이라고 합니다. 사진을 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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