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희극
김종환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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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로나의 두 신사>,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당신 좋으실 대로>, <십이야>, <자에는 자로>, <폭풍우> 등 셰익스피어가 쓴 8편의 희극 작품에 나오는 명대사를 모아 번역하고 간략하게 해설을 붙인 책입니다. 옮긴이의 전작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와 짝을 지은 책이기도 합니다.


영어권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명대사를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고, 영어권에서 나오는 다양한 책에서도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역을 통하여 이런 표현들을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원문이 궁금해지기도 하나 그때를 넘기면 금세 잊어버리게 됩니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8편에 등장하는 명장면을 뽑아 우리말로 옮기고, 그 장면의 의미를 주석으로 달아 설명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십이야>의 제1막을 여는 장면을 담은 ‘음악이 사랑의 양식이라면’은 “일리리아의 공작 을시노가 짝사랑하는 올리비아를 생각하면서 중얼거리는 장면으로, ‘짝사랑의 열병을 치유하기 위하여 자신의 열정에 스스로 싫증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젊은이들은 그 사랑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가 이런 표현을 한 것은 이 작품에서 엮어놓은 남녀 주인공 2쌍의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음악이 사랑의 양식이라면, 계속 연주하라’고 했다가 결국 ‘그만 해, 음악이 전처럼 달콤하지 않아’라고 이내 싫증을 내고 있습니다.


한 작품의 전작을 영한대역으로 읽는 것과 비교해보면 몇 장면만 뽑아 엮은 이 책을 읽는 것이 작품의 전모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제한적 효과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은 이미 읽어본 것들이라서 개인적으로는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엮은 옮긴이의 의도는 “셰익스피어의 세계는 닦아 번쩍이는 보석들이 진열된 창이 아니라, 파내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풍성한 금과 다이아몬드를 매장하고 있는 광산’이다”라고 한 말에 담겨 있는 듯합니다. ‘인간과 인생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번득이는 성찰을 음미하고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한 마무리도 기억할만합니다.

옮긴이의 우리말 표현을 읽다보면 번역을 새로운 창작이라는 말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제2막의 한 장면, “As morning roses newly washed with dew”를 “이슬을 머금고 아침에 갓 피어난 장미처럼”으로 옮겨, 마치 시의 한 구절처럼 읽게 됩니다. 이 구절의 전후를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그녀가 찡그리면, 새벽이슬을 머금고 아침에 갓 피어난 장미처럼 신선하다고 해야지”의 일부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써먹으면 홀딱 넘어갈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가 하면 “The mind that makes the body rich”를 ‘사람을 부티 나게 해 주는 건 마음’이라고 옮겨놓아, 요즘 젊은이들이 흔히 쓰는 우리말을 사용하는 참신함도 볼 수 있습니다. 대학시절 연극반 활동을 할 때 보면, 번역된 대본으로 연습을 시작하지만 이내 대본의 의미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새로운 표현으로 바꾸기도 했던 것은 우리말의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여 재미를 더하려는 노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희극>은 셰익스피어의 희극 17편 가운데 8편에서 골라낸 장면을 옮겼다고 했습니다. <헛소동> 등 나머지 작품들은 추후에 다시 다룰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볼 일입니다. 책 말미에 모아둔 각 장면의 표제어를 보면 얼마나 맛갈난 번역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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