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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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과 소아자폐가 관련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하지만 일부 자폐아를 둔 부모들은 여전히 그 주장에 의지하는 듯합니다. <면역에 관하여>는 바로 예방접종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폐의 경우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인용하고 있습니다만, 치메로살의 경우 수은중독이라는 부작용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 책이 “한편으로는 과학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이며, 무엇보다도 밀도 높은 사고”라는 옮긴이의 평가는 두어 줄이면 될 내용을 다양한 비유를 통하여 너무 어렵게 설명합니다. 원문 표현을 최대한 살리려 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말 번역도 이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논픽션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첫 아이를 출산하여 키우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백신 문제는 그렇다고 쳐도 환경호르몬 등의 문제에서는 다른 부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의사이지만 의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의 핵심이라 할 논리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인 듯합니다. 플라스틱 가소제의 부작용에 관한 기사를 읽고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아기침대의 매트리스를 새로 사야한다고 울면서 말했다고 합니다. 아이가 세 살 무렵 알레르기로 편도가 자주 붓곤 했는데, 편도수술을 받으라는 의사의 조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이 넘게 결정을 미루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알레르기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하여 매일 마루를 닦고 이불과 베게잇을 바꾸고, 아이의 코를 헹구는 일을 반복했다는 것인데, 어쩌면 편도제거로 아이가 받게 될 불이익을 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편도는 우리 몸의 첫 번째 방어기지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 아이는 부은 편도 때문에 그리고 코를 헹구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습니다.


‘과학정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인용하여 적어도 넘쳐나는 과학정보 때문에 사람들이 이상한 나라에서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저자 역시 너무 많은 정보를 뒤지다보니 그 정보로 인한 결정장애가 생긴 것은 아니었을까요? 특히 인터넷을 통하여 엄청난 규모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그 정보가 과연 정확한가를 구분할 수 없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도 잘못된 정보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문가가 생산한 정보이므로 틀림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중이 이를 확산시키다보니 소위 전문가가 원문을 삭제하더라도 주인 없는 정보가 인터넷 공간을 떠돌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수명이 다해서 우주를 떠도는 인공위성처럼 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의사라고 해서 의학의 모든 영역의 전문가가 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의학의 영역이 커졌고, 세분화되다보니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일반대중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백신이 자폐증의 원인이라고 믿게 된 꼬투리를 처음 내놓은 영국의사 앤드류 웨이크필드도 소아과가 아니라 소화기내과였던 모양입니다. 겨우 12명의 환아 사례를 모아서 백신과 자폐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아니면 말고’ 수준의 결론을 내놓은 것이었는데, 기자회견 등 홍보전이 상황을 이상하게 이끌고 갔던 것입니다.


뒤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백신제조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던 변호사의 지원으로 만든 논문을 만들고 더하여 기자회견까지 치밀하게 짜여 진 각본에 따른 작업을 행한 웨이크필드는 의사로서의 기본양심을 저버렸던 것입니다. 결국 영국의 의사자격을 박탈당하였는데, 그는 미국으로 이주해서 의사면허를 취득했던 모양입니다. 최근에 전문잡지에 나온 논문을 요약하는 신문기사가 많아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의학정보에 목마른 대중의 요구에 따른 언론의 행태라고는 해도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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