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7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종일 옮김 / 민음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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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다는 제임스 조이스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 같습니다. 제임스 조이스가 ‘고향 더블린에 대한 애증을 치열한 성찰과 탐구를 통해 예술로 승화시킨 <더블린 사람들>은 이후 펼쳐질 방대한 조이스 문학 세계의 시작이자 그 정수를 담은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더블린 사람들>은 더블린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그린 열다섯 편의 단편으로 묶은 단편집입니다. 조이스가 그려낸 더블린 사람들은 짝사랑하는 이웃 소녀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밤거리로 나서는 소년, 가난에 찌든 생활에서 벗어나 먼 곳으로 떠나려는 여인, 런던에서 출세한 친구를 부러워하면서도 경멸하는 남자, 우아한 겉모습 뒤에 숨겨 온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부인, 하느님과 함께 돈을 섬기라고 설교하는 신부, 무위도식하는 건달들 등등 정말 다양한 모습들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더블린 사람들을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 그리고 공공 생활 등 네 부분으로 나누어 등장인물을 배치하는 등 나름대로는 면밀하게 계산아래 작품을 구성하였다고 합니다.


수백 년간 이어진 영국 식민 통치에서 갓 벗어난 20세기의 아일랜드는 오랫동안 찌든 가난과 폐쇄적인 민족주의, 타락한 교회 등 어디 하나 긍정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암울한 현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는 그런 아일랜드의 모습을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그려냄으로서 변화를 위한 자기인식을 꾀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영국에 경도된 친영주의자들이 존재했고, 그런 친영주의자들에게 날선 비판을 퍼붓는 민족주의자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일랜드 역시 식민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는 못 했던가 봅니다. 그런가 하면 친영주의자에 대한 조작적 정의가 분명치 않아서인지 누군가가 친영주의자로 지목을 하면 그냥 몰리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첫 작품과 마지막 작품이 모두 죽음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첫 작품 「자매」에서는 신부님의 죽음에 대한 화자의 부정적 생각은 당시 아일랜드 가톨릭의 부패한 모습을 연상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작품은 민족주의자로부터 친영주의자로 지목된 주인공이 아내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늠해보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저자는 더블린 시의 풍경이나 더블린 사람들의 모습과 생각 등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더블린에 머물면서 그곳 사람들의 숨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블린을 떠나려다가 결국 부두에서 주저앉는 처녀 에블린에 대한 이야기는 더블린의 어느 거리 모습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행인이 뜸했다. 거리 끝에 있는 집에서 나온 남자가 귀가하느라 지나갔는데, 그 발걸음 소리가 콘크리트 포도를 따라서 타박타박 들리다가, 뒤이어 새로 지은 붉은 집들 앞 석탄재를 깐 길에서는 저벅저벅 소리가 들렸다.(44쪽)”


하숙하는 총각을 엮어 사위를 보려는 엄마와 손발을 맞춘 듯한 딸의 모습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폴리는 잠시 침대 가에 앉아 있었다. 그러더니 눈물을 훔치고 거울 있는 데로 갔다. 물 단지에 수건 끝을 담가 찬물로 눈가를 훔쳤다. 자신의 옆모습을 바라보고는 귀 위로 꽂힌 머리핀을 바로 잡았다. 그런 다음 침대로 돌아가 발치에 앉았다. 오래도록 베게를 쳐다보고 있자니 그 모습에 은밀하고 달콤한 기억이 떠올랐다. 목덜미를 차가운 철제 침대 난간에 기댄 체 공상에 빠져들었다.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라곤 이미 찾아 볼 수 없었다.(89쪽)”


옮긴이에 의하면 <더블린 사람들>이 모든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사실을 불완전하게 마무리하거나 심지어는 감추기도 한다니 쉽게 읽힌다고 해서 휙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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