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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아프리카 - 아프리카에 두고 온 서른한 살
정은선 지음 / 이가서 / 2007년 8월
평점 :
‘아프리카’하면 가물가물하게 먼 초원에서 한 떼의 야생동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풍경, 그리고 멀리 보이는 지평선으로 태양이 장엄하게 지는 모습 등이 떠오릅니다. 아프리카여행에 다녀오면 어떤 느낌이 남을까하는 생각을 하던 참에 만난 <우먼 인 아프리카>입니다.
서른한 살이 되던 해 자유여행으로 아프리카를 다녀온 직장여성의 여행기입니다. 서른한 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 생소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마침 아프리카를 다녀온 나이가 그래서였다고 이해합니다.
저자는 아프리카 여행에서 보고 겪은 다양한 느낌들을, 한국에서 영화 마케터로 일하면서 느끼는 점과 연결하고 있는데, 독특한 발상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아프리카의 자연풍광에 대한 느낌보다는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얻은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영화판에서 겪은 일들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독특한 자연을 보고 느낀 저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좋은 사진이 그러한 부족함을 채우고 있다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책의 구성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공항에 도착한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30일 동안의 여정을 3등분으로 나누었는데, 그녀의 아프리카 여행은 요하네스버그에서 나미비아, 보츠와나, 잠비아, 짐바브웨의 빅토리아폭포까지의 트럭을 타고 가는 가이드투어와 빅토리아에서 해산한 다음 탄자니아로 가서 킬리만자로를 구경하는 자유여행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트럭여행을 같이 한 사람들은 국적과 나이도 천차만별이었던가 봅니다. 독일인 노부부, 미국인 여자 친구 둘, 영국인 남자 친구 둘, 네덜란드 여자, 프랑스의 이모와 조카, 체코의 약혼자커플 등 22명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녀의 이야기에 이들이 모두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트럭을 타고 이동하다가 저녁에는 2인용 텐트에서 잠을 자는데, 짝을 이루거나 아니면 혼자서 자게 되는 모양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20여일을 같이 움직이다보니 그들 사이에서 새로운 짝이 만들어지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일탈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단체여행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치는 전혀 보지 않고 자기중심으로 행동해서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꼭 있기 마련입니다. 아마 저자도 조금은 그런 성향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행하면서 매일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끄집어낸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을 것임에도 저자는 그 일을 해냈습니다. 나태, 질서, 예감, 선입견, 내숭, 짜증, 열등의식, 예민, 옛사랑, 충동, 주정, 착각, 본능, 자만, 집착, 절망, 스트레스, 상실감, 부주의, 외로움, 영웅심, 이기주의 등, 어쩌면 살면서 버리거나 넘어서야 할 것들을 아프리카여행에서 다시 발견하였던 것이고, 그날의 주제를 풀어놓은 끝에는 주제와 관련하여 30대에 버려야 할 것들을 세 가지 정도씩 적었습니다. 예를 들면, 버려야 할 ‘착각’에 관한 팁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괜찮은 남자가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고 접근하면 일단 의심부터 해라! 그는 유부남 아니면 게이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읽다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이처럼 뭔가 흐름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 구석도 없지는 않습니다.
또한 초행길에서 지나치게 용감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보안이 확인되지 않은 장소에서는 조심에 또 조심하는 것이 상책인데 말입니다. 물론 용감한 행동 끝에 피해를 당했다고 적은 것은 읽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도로 읽히지만 그런 일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 옳은 일 같습니다.
예약한 아프리카여행에서 킬리만자로를 볼 수 있다는 탄자니아의 아루샤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는데, 저자의 여행길을 따라가 보니 킬리만자로를 제대로 느끼려면 모시로 가야하지 아루샤는 별 볼일이 없다는 것 같아서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니셜을 사용하기는 했습니다만, 영화판의 뒷이야기도 쏠쏠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