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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서 길을 묻다 - 혼자 떠나는 세계도시여행
이나미 지음 / 안그라픽스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격월간으로 여행과 책읽기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는데, 다음에 안내할 곳을 체코의 프라하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프라하에서 길을 묻다>가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잡지의 편집장을 지내다가 아예 편집디자인회사를 차린 이나미대표가 혼자 떠나는 여행을 즐기다가 어느 날 여행을 통한 글쓰기에 착안해서 기획한 책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책을 쓰기 위한 여행이었다는 것이고, 그 첫 번째 여행지가 프라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녀에게 여행을 통한 글쓰기는 온몸과 마음의 ‘인터렉션(interaction)’을 이용한 다큐멘터리 작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치 ‘배우’가 관객을 염두에 두고 감정을 잡는 것처럼 여행을 하나의 글쓰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스스로를 위해, 혹은 누군가를 대신하여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남긴다는 일종의 기획된 여행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만치 않은 투자가 될 것 같은데, 수익은 어떻게 창출하는지 궁금해집니다.
저도 최근에 아내와 함께 하는 여행을 시작했습니다만, 아내와 저에 대한 포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것은 애프터서비스에 해당되는데, 출판시장이 얼어붙다보니 아직 책으로 묶어보자는 제의도 거절당하고 있는 편입니다.
어떻든 이 책을 내기 위하여 그녀는 두 차례에 걸쳐 프라하를 여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비행기로 갔다가 프라하까지 열차로 이동하는 방식이었고, 두 번째는 프라하까지 가는 직항로가 개설된 뒤라서 직접 프라하까지 왕복하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첫 번째 여정이다보니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여행은 ‘길을 잃다’라는 제목을 달았고, 두 번째 방문에서는 아무래도 친숙해진 프라하거리에서 많은 것을 느끼도 보았기 때문에 ‘길을 찾다’라는 제목을 달았던 것 같습니다.
여정을 꼼꼼하게 적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녀는 기록을 남기는데 상당한 내공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여행은 미리 상세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곳을 방문하지 못하면 큰일날 듯한 방식이 아니라 큰 일정만 짜두고 나머지는 현지 사정에 따라서 여유있게 움직이는 방식으로 보입니다. 자유여행이 가지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투입된 자원에 비하여 얻는 것이 너무 소략할 수 있는 한계도 있습니다. 식당과 숙소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반하여, 프라하에서 만나는 다양한 유적에 대해서는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놓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003년 가을, 그리고 2005년 여름에 걸친 두 차례의 프라하 여행은 순전히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한 자구책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었는가 싶다. 내가 나에게 귀기울여주지 않는다면, 내가 나의 고단함을 돌보지 않는다면 누가 나에게 그렇게 해줄 수 있을 것인가를 반성하면서...”라고 적은 것을 보면, 그녀에게 프라하는 단지 일상에서 벗어나 어딘가 먼 곳에 가서 자유를 느낀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가족들이야말로 고단한 가족을 품어주는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녀가 방문한 장소 가운데 유대인 묘지는 자유시간의 짬을 내서 찾아보려고 포기한 바 있었기 때문인지 부러우면서도 그곳의 분위기를 조금은 느낄 수 있어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프라하의 밤거리가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하긴 벌써 10년도 넘은 이야기라서 새로운 정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인형극이나, 연주회, 무용극 등을 관람하고 박물관도 돌아보았다고는 하지만, 프라하성과 카를교 그리고 몇 개의 교회를 돌아본 것만으로도 한 권의 책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보니 이 책을 읽은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분들이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