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미학 - 2016 의사수필동인 박달회 제43집
박달회 지음 / 지누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꽤나 오래된 일입니다만, 전공분야의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사수(射手) 노릇을 해주셨던 선배님께서 수필가로 등단하셨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수필’하면 ‘청춘예찬’이나 ‘낙엽을 태우면서’와 같은 정말 가슴이 뛰는 그런 글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수께서는 사진, 원예, 그림그리기 등 다양한 재주를 가졌던 분인데 더하여 그 다양함이 글쓰기를 더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의업을 하시는 분들 가운데 수필을 쓰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런 분들이 모여 동호회 활동을 하고 계신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 동호회 가운데 의사 수필가 동호회 박달회가 2016년 문집으로 내신 <삶의 미학>을 우연히 얻어 읽게 되었습니다. 벌써 43집에 이른 것이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1974년부터 매년 한권씩 문집을 내오셨다고 합니다. 1974년이면 제가 예과 2학년에 다닐 무렵이니, 꽤나 오래된 동호회인가 봅니다. 이번에 <삶의 미학>에 수필작품을 내신 회원이 모두 15분이라고 하는데, 살펴보니 다양한 연배이신 듯합니다. 그렇다면 수필이라고 하는 공통분모를 두고 노장이 교감을 나누고 계신 듯해서 참 보기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동호회장께서는 발간사를 통하여 ‘진료에 여념이 없으실 텐데 틈을 내시어 (…) 각박해지는 의료현장에서 몸소 겪으시고, 터득하시고, 가슴 속 깊이 묻어두셨던 사연들’을 적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하셨습니다. 저 역시 이러저런 글을 꽤나 많이 쓰고는 있습니다만, 수필이라고 할 정도의 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늘 헛헛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 부러울 따름입니다.


열다섯 분의 회원들께서 쓰신 서른한 편의 수필을 담은 <삶의 미학>의 표제는 산부인과를 하시는 홍순기원장님의 글 제목에서 따온 것 같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프랑스 영화 <안젤리크>와 천상병 시인님의 시 <귀천>, 그리고 제주를 사랑한 사진작가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인용하여 동심의 어린 시절로부터 젊음의 열정을 거쳐 죽음을 관조하는 나이에 이르기까지의 사변을 담담하게 풀어내었기 때문에 특별하게 문집의 표제작으로 선정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의 미학’이라는 제목을 참 좋아하기 때문인지 한 번 더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서른한 편의 글을 음미하다보면 수필이라는 장르가 참 다양한 대상을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려하게 흘러가는 글이 있는가 하면 투박한 듯하여 오히려 일상의 모습이 진솔하게 담긴 글도 있습니다. 비슷한 연배이신데도 어떤 분들은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시는 내용을 담으셨는가 하면, 젊은이에 버금가는 듯한 삶의 단편을 담아내신 글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박종훈교수님의 <짝퉁시계>처럼 남에게 알리기가 쉽지 않은 경험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용감함도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언젠가 일상을 담은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당시에 빠져있던 ‘걷기’를 주제로 한 글을 쓰느라 며칠을 끙끙대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감에 쫓겨 제대로 다듬지도 못해 인쇄된 글을 읽으면서 얼굴이 뜨거워졌던 것도 이제는 지난 일이 되었습니다.


요즈음에는 소설보다도 수필에 더 눈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등장인물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파악하기 위하여 긴장하게 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수필의 경우에는 길지 않으면서도 글에 빠져들다 보면 작가의 생각이 절로 느껴지는 것 같아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삶의 미학>처럼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는 수필집의 경우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 대한 앎을 넓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좋은 점입니다.


<삶의 미학>이 수필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욕심을 내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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