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건네는 인사 - 감춰져 있던 오스트레일리아 새롭게 읽기 두 번째 티켓 5
정희정 지음 / 이담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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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양은 몰라도 6대주는 발자국을 찍어보겠다는 소박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여행일정을 만들다보니 5대주에 있는 나라들은 적어도 하나씩은 다녀왔지만, 호주는 남겨두고 있습니다. 20여년 전에 호주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퍼스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비용이 해결되지 않아 못 같던 적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한번 꼬이면 오래도록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호주와의 인연의 실타래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호주가 그리 가깝지도 않으면서도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만간 가보고 싶은 호주를 속속들이 소개한다고 해서 <호주에 건네는 인사>가 반가웠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호주는 시드니와 맬버른 등 동남부가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만, 저자는 호주대륙 곳곳에 흩어져 있는 10개 도시를 찾아,  그 도시들의 형성된 배경은 물론 그 지역의 관광명소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중요한 정보를 담은 여행서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맬버른과 시드니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갈등 같은 것도 흥미로운 정보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건 지역 간의 미묘한 갈등은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치인들이 그것을 필요이상으로 부각시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저 역시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만, 여행지에 관한 정보(제가 말씀드리는 정보에는 숙소나 교통편에 관한 것은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와 여행지에서의 느낌을 어떻게 균형을 잡는가 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제 경우는 가급적이면 줄이려고 합니다만, 이 책의 저자는 참 적당한 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지의 분위기를 잘 전할 수 있는 정도의 사진도 돋보입니다. 인터넷에 넘치는 여행기를 보면 사진만 늘어놓고 설명은 없거나 두어 줄 정도 달고 있어 무었을 말하는 사진인지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저자는 유럽인들이 몰려오기 전에 호주대륙에서 살던 원주민, 에버리진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영어제목을 <Say Palya to Australia>라고 했는데, 팔랴(Palya)는 에버리진의 말로 안녕, 잘 가, 고마워 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호주정부가 오래도록 유지한 백호정책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호주사람들의 유색인종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이 여전히 앙금처럼 남아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영어권 국가에서 온 학생은 생활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하는 반면, 동양에서 온 학생은 부당한 차별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이유 없이 시비를 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들의 먼 선조가 유럽에서 끌려온 죄수였거나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밑바닥 인생이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호주사람들이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자는 이 책에 담은 열 곳을 모두 직접 방문하였다고 합니다. 브리즈번에 있는 그리피스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304일 동안 호주에 체류했다고 합니다만, 열 곳을 여행하느라 소요된 시간은 물론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하여 도서관에서 혹은 현지 사람들과 보낸 시간들을 계산하면 호주에 있는 내내 호주여행에 관한 생각에 몰두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학교에 출석은 어떻게 하셨는지.... 어떻든 저자의 가상한 노력이 담긴 <호주에 건네는 인사>가 빛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담은 에버리진에 대한 저자의 지극한 마음도 빛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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