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 쇠망사 4 로마제국쇠망사 4
에드워드 기번 지음, 운수인.김혜진.김지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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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 쇠망사4>에서는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이탈리아반도를 무대로 다양한 민족들의 각축전과 유스티니아누스황제의 동로마제국의 서방정복운동 등을 다루었습니다. 서로마제국의 멸망 이후 이탈리아반도에 진입한 민족들로는 동고트, 프랑크, 롬바르드족, 반달족 등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테오도리크왕이 다스리던 시절 동고트족이 로마를 점령하는 등 빠르게 기세를 올리던 것처럼 그의 사후 빠르게 무너져 금세 흔적조차 없이 사윈 것을 보면 과거 한 나라의 운명은 지도자의 영명함에 달려있던 것 같습니다.


<로마제국 쇠망사4>을 읽고 앎을 수정한 부분은 롬바르드족이 이탈리아반도로 이동하게 된 전후사정입니다. 훈족이 도나우강 유역을 점령함에 따라 이동한 것이 아니라, 소멸한 훈족의 자리에 역시 동쪽으로부터 이동해온 아바르족이 도나우강 유역을 차지하면서 벌어진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아바르족은 6세기 무렵 카프카스지역에 처음 등장하여 빠르게 서진하여 판노니아(지금의 헝가리)를 차지하고 프랑크왕국과 국경을 이루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바르족의 기원은 분명치 않으나 초기에 서진한 훈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초기 아리안계 스키타이민족으로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로마제국이 동서로 나뉜 지 얼마되지 않아 서로마제국이 멸망하였는데, 그 당시 동로마제국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지 않은 이유를 풀지 못하였습니다.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뒤에도 로마사람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고트족이 로마의 고대 유적을 파괴했다고 비난하지만 사실은 그들은 정복한 나라의 기념물을 보존하고, 주민들의 삶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감사할 줄 몰랐던 백성들은 이 고트족 정복자의 출신이나 종교, 그의 덕성까지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과거의 재난은 잊혀졌고, 로마인들은 평온한 현실 곳에서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피해의식만 더욱 예민하게 느꼈던 것(27쪽)”이라고 저자는 잘라 말합니다.


<로마제국 쇠망사4>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동로마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대제는 재위기간(527년부터 565년) 동안 아프리카의 카르타고를 차지하고 있던 반달족의 왕위계승전쟁에 개입하거나, 고트족이 차지하고 있던 로마를 정복하였으며, 사산조 페르시아와도 전쟁을 벌이는 등 제국의 영토를 확장했고, 법전을 편찬하고, 하기아 소피아성당을 재건하는 등 다양한 업적을 쌓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복전쟁에 나서 혁혁한 전과를 세운 벨리사리우스장군을 끊임없이 견제하였다는 점입니다.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전공을 세우고 돌아온 장군을 죽음으로 내모는 왕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는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로마의 역사를 보면 군에서 인정받은 장수가 황제에 오른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공이 큰 장군에 대한 황제의 불안이 컸을 것 같습니다.


로마제국의 쇠망을 이야기하면서 멸망한 서로마제국을 차지한 동고트족의 치세와 롬바르드족의 치세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고 쳐도(서로마제국의 영토가 결국 동로마제국에 편입되기 때문에) 호스로우왕 재위시기의 페르시아의 국내정세를 한 장에 걸쳐 설명한 것은 이유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로마제국 쇠망사4>에서 주목할 부분은 마지막 장입니다. 그리스도교 내부에서 예수의 성격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은 세력들끼리 끔찍할 정도로 갈등을 빚은 역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네스토리우스파, 야고보파, 마론파, 아르메니아파, 콥트파 등으로 갈려진 정황을 설명합니다. 종교적 논리를 해석함에 있어 차이를 해소하려는 공식회의가 몇 차례 있었지만, 내막을 보면 논의를 통하여 의견을 조율하기 보다는 권력에 기대어 상대편 세력을 무너트리려는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세력을 잃은 파벌은 몰살당하거나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달아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생각해보니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동굴교회 등 숨어서 교의를 지킨 그리스도교 사람들이 이슬람교 등 이민족이 아니라 다른 그리스도교의 탄압을 피해 숨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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