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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제2차 세계대전 세트 - 전12권 ㅣ 그림으로 읽는 제2차 세계대전
우지더 외 지음, 자오시웨이 외 그림, 한국학술정보 출판번역팀 옮김 / 이담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역사를 공부하다보니 어떤 방향에서 역사를 들여다보는가에 따라서 모양새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세기 인류의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의 영향을 받지 않은 나라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유럽 혹은 미국의 시각에서 바라본 이야기들이 주로 소개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중국인의 시각으로 본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연환화(連環畵)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만든 책입니다. 중국의 대표적 문화 가운데 하나인 연환화는 이야기의 전체 과정을 여러 폭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회화를 말합니다. 어렸을 적 학교에서 보았던 그림 연극과 비슷한 형식입니다. 그림 연극에서는 극장의 무대처럼 만든 틀 안에 그림을 그린 화면이 연속으로 넘어가면서 변사가 상황을 설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연환화에서는 그림 아래 간략한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잘 요약된 설명을 이어서 읽으면서 그림을 통하여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그림책입니다. 중국의 상하이에서 20세기에 등장하여 발전하고 있으며 연환화를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도 있는 듯합니다.
중국연환화출판사에서 내놓은 <제2차 세계대전 연환화고>를 우리말로 옮긴 <그림으로 읽는 제2차 세계대전>은 “독자들이 역사적인 사실을 배우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전쟁 도발자들의 추악한 면모와 야욕을 알고 평화와 정의를 수호하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깨닫기 바란다.”라는 기획의도를 적었습니다. 모두 열두권으로 된 연작물에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전쟁의 기류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다룬 제2차 세계대전의 서막을 다루고 있는데, 중일전쟁이 발발하여 상하이전투가 치러지는 과정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유럽에서 주축국이 전쟁을 벌이기 전에 이미 동북아시아에서는 뒤에 주축국의 일원이 되는 일본이 전쟁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무대를 유럽으로 옮겨 독일의 폴란드침공에 이어 전장이 서유럽과 동유럽 그리고 아프리카로 확산되어가는 과정을 그렸고, 연합국이 전기를 잡아 역습에 성공하여 전쟁을 마무리하기까지의 과정이 차례로 그려집니다.
유럽에서의 전쟁이 마무리되면 아시아로 되돌아와서 일본이 아시아 전역으로 전장을 확대하고 진주만을 기습하면서 서태평양 전역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과정과 미드웨이 해전에서 승기를 잡은 미군이 일본을 본토로 몰아넣기까지의 과정을 그렸습니다. 일본이 주축국에 가담하게 된 것은 아시아의 패권을 잡으려는 야욕에서 시작된 것인데, ‘아시아는 아시아 사람들의 손으로’라고 하였지만, 속내로는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들이 식민지배하던 아시아권역을 차지하려는 야욕에서 시작된 전쟁이었던 것입니다. 이들 국가들이 유럽에서 사로 싸우느라고 식민지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전략적 오판을 했던 것입니다. 미국이라는 변수가 있다는 것을 계산에 넣지 않았던 것입니다.
무려 17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입니다만, 그림이 많고 설명이 잘 축약되어 있어 전체의 흐름을 빠르게 읽어갈 수 있습니다. 그림을 읽다가(옳은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보면 화풍이 달라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방대한 분량의 그림을 이야기 전개에 맞춰 그리다보니 한 사람이 끝까지 그려낼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달라진 화풍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림의 설명도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가 하면 치열한 전투장면을 상세하게 소개하기도 해서 글 자체가 건조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중국의 시각에서 본 역사이지만 전쟁 초기에 일방적으로 몰리거나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에 있었던 묘한 갈등 같은 것 등을 가감 없이 기록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개중에는 감추고 싶은 역사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작전지도 같은 것을 통하여 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사실 전투장면은 대체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기도 해서 오히려 신선함이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긴박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