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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11월
평점 :
SNS가 대세가 되면서 한글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넘어 자칫 한글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카톡이나 트위터를 조금 하는 편입니다만, 자칫 오타를 낸 상태에서 보내고는 아차 싶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특히 상대가 어려울수록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실수를 어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젊은 여성작가가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자는 책을 펴낸 것은 크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젊은 남성을 겨냥한 듯 ‘오빠를 위한’이라는 수식이 조금 튄다 싶지만, 모로 가면 어떻습니까? 젊은 오빠들이 자각하는 기회가 된다면 크게 문제 삼을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맞춤법은 참 어렵습니다. 저도 글을 적지 않게 쓰는 편입니다만, 대체로 글의 맞춤법 기능에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빨간 줄이 나오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물론 빨간 줄이 생기기 않아도 맞춤법이 잘못된 경우가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수의 책을 냈다고 하면서도 소설가 지망생이라고 자신을 낮춘 모습이 그렇습니다만,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는 전직 간호사라고 해서 일단은 반갑습니다. 글을 쓸 때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를 참고할 정도로 열성을 보이는 저자와는 달리 제 경우는 완전 편집인에게 떠맡기고 있는 형편없는 저자인 셈입니다.
저자는 흔히 헷갈리기 쉬운 맞춤법 용례 53가지를 모두 5가지의 범주로 구분해놓았습니다. 연애편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사용하더라도 여자를 꼬시려면 최소한의 맞춤법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만, 책을 읽다보면 출판사에서 기획하여 저자에게 집필을 의뢰한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여자들은 맞춤법 틀리는 남자를, 진짜, 정말, 진심으로 싫어한다고 밝혔습니다만, 남자들 역시 맞춤법 틀리는 여자를, 진짜, 정말, 진심으로 싫어하거든요.
시작은 ‘~라고 표기하기를 권하는 바입니다.’라고 점잖게 시작합니다만, 이내 부모님의 강요로 선을 보곤 한다는 둥, 남친을 꼬셔서 여관에 든 것까지도 그렇다고 쳐도 남은 OO을 다 써야 하지 않겠느냐는 둥, 젊은 여인네가 거론하기에 조금 거시기한 내용까지도 거침없이 다루고 있어 신세대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자들을 위하여 이 한 몸 희생한다는 갸륵한 뜻을 세웠던 모양입니다.
사실 저자도 잘못 알고 있어 뺨을 내리쳤다는 ‘얼만큼’은 저도 맞는 말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제 뺨을 내리쳐야 하겠습니다. 부사 끝음절의 ‘~이’와 ‘~히’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배울 때 ‘~하다’를 붙여서 무난하면 ‘~히’를 사용한다고 배웠던 것 같은데, ‘깊숙이’, ‘수북이’, ‘끔찍이’가 맞는다고 하니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한글이 처음에는 띄어쓰기가 없었던 것을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영어식 띄어쓰기를 적용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사실 학교에서 배웠던 맞춤법이 시대에 따라서 여러 번 바뀌다 보니 옛날과 달라서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모름지기 글쓰는 사람이라면 맞춤법에 맞게 글을 쓰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막상 새로운 맞춤법을 익히는 것에 소홀한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에 적은 저자의 자화자찬 가운데 중요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맞춤법을 통달하겠다는 사명을 띠고 책을 펼쳤다. 어떤 페이지는 너무 재미있어서 미소를 띠었고, 어떤 페이지는 너무 야릇해서 홍조를 띨 수밖에 없었다. 변태적 성향을 띤 책이긴 하지만 맞춤범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191쪽)” 누군가의 서평을 인용한 것처럼 세 건의 홍보문을 작성한 저자의 재치가 빛나는 부분입니다.